라이킷 16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사회복지사 여러분, 전화 응대 참 어렵죠?

그럼에도 친절한 마음과 진심이 담아 얘기해보면 어떨까?

by 방준호 Mar 22. 2025
ChatGPT를 이용한 사회복지사가 민원인을 상대로 통화하는 모습.ChatGPT를 이용한 사회복지사가 민원인을 상대로 통화하는 모습.

봄이 온 듯하지만 겨울이 여전히 바짓가랑이를 잡고 있다. 추위를 거뜬히 막아준 롱패딩도 지하철 안에선 사람들의 열기 때문에 짐짝으로 전락하고 만다. 추운 겨울 혼자 시린 거리를 걸을 때는 그렇게 든든했는데 말이다. 역시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의 체온만큼 따뜻한 것은 없다.


어디 지하철만 그럴까? 내가 속한 가족, 학교, 직장, 동호회 등 여러 모임에서도 그 온기는 전해진다. 물리적 거리가 가깝지 않더라도, 사람의 언행과 마음은 장소를 넘어 전국 각지로 퍼져간다. 그걸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전화통화다. 누군가에겐 전화통화하는 목소리에서도 그런 온기가 나타난다.


사회복지사라면 행정 업무만큼이나 전화 응대도 능숙해야 한다. 우리 기관으로 어떤 사람이 전화를 걸어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의 말에도 추위가 묻어날 때가 있다. 차갑고 무뚝뚝하며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말투가 그렇다.


반면,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이 상대방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당황하고 말이 엇나간다. 하지만, 진심을 다하면 상대도 분명히 느낀다. 비록 원하는 답은 얻지 못했더라도, 적어도 자신의 상황에 귀 기울여 주었다는 사실은 알게 되는 것이다.


난 그동안 민원인을 상대할 때, 전화를 빨리 끊고 내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프로페셔널하다고 생각했다.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으리라 늘 다짐했다. 내 시간이 아깝다고 느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차갑고 퉁명스럽게 대했다. 그러면서 내가 당황하지 않았다는 뉘앙스를 주변에 슬쩍 흘리기도 했다.


이젠 이런 민원쯤은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는 자부심이 들기도 했다. 상대방과의 통화에서 쩔쩔매는 동료를 볼 때면, 나서서 상대하고 싶었다. 후임과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통화하면 안 된다며, 내 경험을 영웅담처럼 늘어놓기도 했다.


역시 대학 시절 텔레마케팅 경험이 빛을 발한 순간이라며 우쭐했다. 모든 경험이 결국 나의 전문가적 성장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착각했다.


그런데 최근 사무실에서 누군가가 한 시간 넘도록 전화기를 붙들고 있었다. 추정컨대 전화 상대는 민원인이었고, 우리 협회의 규정을 반복해서 설명하는 끝없는 도돌이표 같은 상황이었다. 같은 이야기를 수없이 반복하다 보니 순간적으로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지만, 그의 친절한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30분째 통화하고 있을 때만 해도 저런 식의 응대는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미 정해진 규정과 지침에 따라 답변하고 끊으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1시간 가까이 통화가 지속되자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쯤 되면 체력과 정신력의 싸움이다.


상대는 오뉴월에 한을 품은 듯 덤벼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전화를 받은 회사 동료는 그 한을 풀어주고 있었던 셈이다. 물론 민원인의 모든 요구를 무조건 들어줄 수는 없다. 회사의 절차와 규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상대방도 그의 끈질긴 친절함에 지쳤는지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주변에서 박수를 보내며 그 동료를 격려했다. 이 직원이 답변한 것은 그리 어려운 내용도,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일도 아니었다. 단지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친절을 유지하며 성실히 응답했을 뿐이다.


평소 내 업무 스타일과 추구하는 바는 달랐지만, 그날만큼은 나도 그 동료를 높게 평가했다. 어쩌면 나에게 필요한 부분이 이제는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차가운 말투보단 좀 더 따뜻하고 친절한 말투로 전화 통화를 해봐야 겠다. 

작가의 이전글 장애인 사회복지사, 기자가 되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