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준호 Nov 21. 2023

장애인 행사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장애인이 장애인 답지 않아야 하는 사회에서의 몸부림

2023년 11월 10일 전국지체장애인대회에 400명이 넘는 전국 지체장애인지도자들 함께 모였다.

2019년 2월 장애인당사자단체에 처음 입사를 한 뒤 우리 협회의 지역 행사를 많이 참여했다. 1,2시간 하는 짧은 행사부터 일주일 내내 하는 행사까지 정말 다양한 행사가 있다. 이런 행사를 보다 보면 한 가지 스스로 의구심이 들었다. "왜 이렇게 좋은 곳에서 비싸게 주고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숙소를 잡아도 지역 내 시설이나 입지가 가장 좋은 곳을 선택한다. 음식도 가장 좋은 것으로 식사를 한다. 행사 내 다양한 프로그램의 위해 여러 재능 있는 팀을 섭외한다. 먹거리도 볼거리도 풍성한 행사가 되면서 오히려 이렇게까지 해도 괜찮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이 모든 것이 전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역 내 행사이기 때문에 장애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일반 비장애인들도 참여한다. 그럴 때 혹시 색안경을 끼고 지역 내 장애인 행사를 연민의 시각으로 참여했다가 생각보다 더 잘 갖춰진 모습에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입사한지 얼마 안된 나는 아직 장애인단체에 대한 이해도 떨어지고,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더 생각해 볼 때라 시간이 좀 흐른 뒤 우리 협회에서 오랜 근무를 하셨던 분에게 물어봤다. 왜 이렇게 행사를 생각보다 크고 성대하게 치러야 하냐고 말이다. 


그분의 대답은 간단했다. "무시당하지 말아야지. 장애인단체가 행사한다고 오합지졸스럽고 비장애인이 하는 행사보다 더 격이 떨어지면 계속 사람들은 장애인 단체가 하는 행사를 무시할 거야"라고 말이다. 그래서 더 좋은 것을 선택하고, 행사 계획부터 마무리하는 그 순간까지 철두철미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얘기해 주셨다. 


그리고 지역 내 장애인 행사에는 많은 지역 인사들이 온다. 지자체 장, 지역 내 의원들, 장애인 유관단체장, 후원단체장, 지역 언론사 등이 있다. 이렇다 보니 이들의 눈과 말이 지역의 영향을 행사하기 때문에, 이들의 눈과 귀를 일단 만족시켜야 한다. (물론 이게 주가 되면 주체인 장애인 당사자가 객이 될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 


또 다른 이유에는 좋은 시설과 인프라를 갖춘 것이 장애인 분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제공해 준다. 숙소를 정할 때 지역 내에서 좋은 리조트나 호텔을 잡게 되면, 기본적으로 장애인 화장실이 있다. 하지만 모텔이나 좀 더 저렴한 호텔을 잡게 되면, 이러한 장애인 화장실이 없을뿐더러 엘리베이터조차 없는 곳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신체적으로 불편한 장애인 당사자들이 함께 모여서 행사를 진행하기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편의시설과 인프라를 갖춘 곳을 선택하는 이유도 있다. 남들이 보기엔 좋은 곳에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장애인들이 행사를 하기 위한 장소와 상황은 매우 한정적이란 뜻이다. 


이러한 이유로 장애인단체가 하는 지역 내 행사는 품격 있고, 좋은 시설을 갖춘 곳에서, 지역 내 인사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장애인행사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은 분명 달라진다. 아쉽게도 이 행사를 하기 위해서 여전히 지자체의 보조금으로 예산을 편성한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 꼭꼭 숨어계신 장애인 분들을 발굴해야 한다. 함께 모여서 연대해야 한다. 장애인 복지에 대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장애인행사의 의미라고 난 생각한다. 오늘도 지역 내 곳곳에서 장애인행사가 열린다. 그곳에서 자신이 장애인이지만 가장 품격 있는 주체로 존중받고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보건복지부 소관 장애인단체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