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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기울여 듣는 것.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는 #METOO 운동은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그들이 한 말을 무시한 채 본인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며 피해를 주는 행위를 비판한다. 매스컴에서 쏟아지는 제보들과 믿기 어려운 사건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가해자들이 저지른 짓. 대다수의 가해자인 남자라는 성별은 가진 자로써 스스로 돌아보며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이나 행동들이 피해를 주진 않았는지 생각해본다. 술자리에서 가볍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보았다(참고로 <블링> 편집부는 편집장을 제외하고 모두 여자).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너희들을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 답변이 오고 갔다가, 문득 한 에디터의 한마디가 무릎을 탁 치게 했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는 것 자체도 성 차별의 은은한 전제가 될 수 있다는 것. 무조건 ‘여자는 약하니까’라는 생각은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다. 물론 선천적으로 타고난 신체적인 차이는 어쩔 수 없지만, 그만큼 보호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상대적으로 ‘남자는 강하다’라는 우월함을 나타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그렇다. 의도를 충분히 설명하면 또 그렇지 않다. 서로의 의견을 이야기할 때 한쪽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지 않으면 절대로 말하는 이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그래서 귀 기울여 들었다. 100% 이해할 순 없었지만 입장의 차이가 느껴졌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침묵이 금일 때가 있지만 분명히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없다면 이야기할 용기가 나지 않을 것이다. 침묵을 깨고 용기를 내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만큼 귀를 기울여 들어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가장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마음의 여유를 꼭 가져보길. 스스로에게도 큰 선물이 될 테니.
2018.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