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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새벽 Dec 05. 2022

변호사 일기 :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모든 것에는 끝이 있어야 한다지만 

내가 그 회사에 처음 갔을 때는 이미 빠르게 초기 단계를 벗어난 스타트업이었고 사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어 가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여전히 아주 초기부터 회사에 있었던 멤버들이 많이 있었고 회사는 내가 스타트업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그 회사에 처음 갔을 때 나는 한국에도 이런 문화로 일할 수 있는 회사가 있다는 것에 대하여서 너무 행복하게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게 맞는 방향이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 회사에서 지내는 첫 몇달은 정말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흥미로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동아리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문화의 회사가 한국에는 또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여기에서도 만족하지 못하면 나는 정말 나에게 맞는 회사란 적어도 국내에서는 찾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내가 회사를 만든다면 이런 분위기의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물론 초기 단계를 벗어나 회사의 크기가 커지고, 이런 저런 시장의 풍파를 맞고, 즐거울 수 만은 없는 어른의 일들을 마주하면서, 회사가 조금은 덜 즐거운 곳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서로를 아끼는 꽤 멋진 사람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소중했고, 무엇보다 어깨너머로나마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이어서 감사했다. 그래서 ‘회사’란 업무 환경 자체에 대한 회의를 바탕으로 회사를 뒤로 하고 나올 때 나는 못내 아쉬웠고 아쉬운 마음에 그 때 그 사람들과 여전히 업무로 또는 친분으로 닿아있는 것들이 내심 좋았다. 


이런 저런 이슈로 회사에는 더 이상 같이 일했던 사람들 중 일부는 남아 있을 수 없는 사정이 되었는데, 나는 마치 어려서 다녔던 학교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폐교라도 한 것처럼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진다. 나이만 들었지 짬바는 없었던 내가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볼 수 있었고, 나름대로의 경력을 구축해온 사람들로부터 배울 수 있었고, 그래서 그 다음 스텝들에 대한 자극을 받아 고민을 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그 회사에서의 경험들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더러는 남고, 더러는 새로운 길을 찾아가야 하는데, 어쩌면 누군가의 잘못이고 어쩌면 누군가의 잘못이 아닌 일들로 갈림길에 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을 수 만은 없다. 여전히 친구라고 생각하고 싶은 한때의 동료들에게, 어떤 길 위에 서 있던지 그 길이 너무 거칠고 험한 산길이 아니고, 적어도 당분간은 맘편히 터벅터벅 내딛을 수 있는 평탄한 오솔길 정도는 되기를 기원하여 본다. 


오늘의 의미 없는 감상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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