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보장하며 가상자산을 모금하는 것도 형사처벌
법 개정으로 드디어 2024년 5월부터 가상자산에 대하여도 유사수신행위법이 적용되고, 이에 따라 가상자산을 이용한 유사수신행위도 처벌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1. 유사수신행위? 그게 뭔데?
이번 법 개정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우선 유사수신행위가 무엇이고 이것을 왜 처벌하는지를 먼저 들여야보아야해요. 유사수신행위를 풀어보자면 "수신"행위와 비슷한 것을 뜻하는 말이에요. 여기서 "수신"이란 신용을 받는다라는 뜻입니다. 신용을 받다니 그게 대체 무슨 뜻이죠? 흔히 은행 업무를 여신과 수신으로 나누어 부르는데요, 여신은 ‘與(줄 여)에 信(믿을 신)’으로 신용을 제공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아주 쉽게는 금융기관이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는 행위(가령 예금)는 수신, 고객에게 돈을 주는 (고객 대출 등) 행위는 여신이라고 보면 되어요. 내 돈을 "신뢰"에 기반하여 내어준다는 뜻 정도로 생각하면 쉽습니다.
이러한 수신과 여신 업무는 원칙적으로 인가 받은 인가 받은 기관만이 할 수 있습니다. 유사수신행위는 이렇게 '수신'을 할 자격이 없는 자가 '수신'과 비슷한 일을 함부로 한다는 뜻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신이야 그렇다치고 수신까지도 왜 규제의 대상이 되었을까요?
여기에 대하여서 금융위원회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2001.1월 제정되었음. 이 법률이 만들어진 이유는 1999년 파이낸스사의 부도가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기 때문으로 당시 사법당국의 수사결과 그 피해액이 1조6천억원에 달했음. 이 법의 제정 이전에는 불법자금 모집영업행위에 대해 사기죄로 처벌했으나, 이는 피해자가 발생한 다음에 형사입건을 하던 사안으로, 피해발생 이후에는 실질적으로 피해구제가 어려우므로 불법 자금모집 영업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법률을 제정하여 불법자금 모집을 조기에 차단코자 함임.
우리 법원은 이 법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기도 하구요.
관계법령에 의한 허가나 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출자금 또는 예금 등의 명목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규제하여 선량한 거래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금융질서를 확립하려는 데에 있다.
은행이나 기타 인가 받은 금융기관이 아니면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이자 혹은 수익 등을 돌려줄 것을 약속하고 자금을 유치하고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았더니, 검증되지 않고 내부통제도 이루어지지 않는 임의의 개인 또는 사업자가 사람들로부터 돈을 끌어모은 후 이를 갚지 못하게 되어 큰 피해를 입하고 나아가 금융분야 전반에 큰 리스크를 야기하는 사태가 빚어졌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인 것이지요. 돈을 모금한 업자 또는 회사가 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된 후에야 비로소 사기죄로 처벌하게 되면 피해자들의 구제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보다 앞서서 위험이 큰 행위를 차단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유사수신행위법에 따라서, 함부로 자격도 없으면서 남으로부터 신용을 받는 경우(=수신=돈을 유치)에는 별도로 그런 행위를 하도록 인허가 받은 것이 아니라면 이는 금지되고, 만약 이를 어기고 "유사"로 수신행위를 한다면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
이 구조 어딘가 비슷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코인 광풍 속에서 많은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이 이런 약속을 제시한 바 있었고, 또 수익보장을 빌미로 다른 사람들의 가상자산을 자신에게 예치하도록 하는 개인 또는 사업자들도 꽤 있었습니다. 사실 기존에 있던 유사수신행위와 정확히 같은 구조였지요. 그런데 가상자산을 모집한 것은 처벌이 불가능했습니다!
2. 유사수신행위에 이제 가상자산도 포함됩니다!
우리 법에서는 지금은 유사수신행위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유사수신행위”란 다른 법령에 따른 인가ㆍ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등록ㆍ신고 등을 하지 아니하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행위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1. 장래에 출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출자금을 받는 행위
2. 장래에 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예금ㆍ적금ㆍ부금ㆍ예탁금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받는 행위
3. 장래에 발행가액(發行價額) 또는 매출가액 이상으로 재매입(再買入)할 것을 약정하고 사채(社債)를 발행하거나 매출하는 행위
4. 장래의 경제적 손실을 금전이나 유가증권으로 보전(補塡)하여 줄 것을 약정하고 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받는 행위
여기서는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라고 하여 그 범위를 한정하고 있고, 결국 원금을 보장하고 그에 추가하여 수익을 지급할 것을 약속하여 "자금"을 받는 행위라고 볼 수 있어요. 같은 법 제3조에서는 유사수신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제6조 제1항에서는 이를 한 자를 5년 이하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해서 처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상자산도 돈이나 같은 건데 이 법으로 처벌이 왜 안되었을까요? 형벌법규는 사람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약을 발생시키는 것이므로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여서는 안됩니다. 가상자산도 돈과 비슷한 무엇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가 개념정의하는 돈 그자체는 아니므로 자금의 의미를 확장해석해서 가상자산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함부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지요. 의문의 여지가 있다면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함이 죄형법정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존에는 정확히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유사수신행위와 같은 구조라고 하여도 그 대상이 "자금"이 아니라 "가상자산"이었기 때문에 처벌이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명시적으로 가상자산이 자금에 포함된다고 법에서 정의함으로써 이러한 행위도 처벌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소비자 보호의 측면에서 매우 의미있는 법개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앞으로는 어떻게 되나요
그런데 가상자산 유치 후 이에 대한 수익 제공 행위를 모두 유사수신행위로 처벌한다면 이는 가상자산 산업계에는 큰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가상자산 발행 및 스테이킹(대행), 예금·대출·투자 등 사업자는 특금법에 따라 사업 신고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문언상 유사수신행위법이 모두 적용된다고 보면, 이 사업자들은 모두 처벌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아직은 매끄럽게 해결이 되지 않은 부분인데요, 올해 7월 시행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서도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정의 규정을 기존 특금법 상의 정의를 그대로 가져옴으로써 이들이 포함되지 않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가 불가하고, 결국 기존에 널리 행해지던 가상자산 관련 기타 서비스들이 유사수신행위에 해당된다고 보아 처벌되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회에서도 이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순차적 개정을 통해서 발행업자 등에 대하여도 가상자산사업자로서 신고할 수 있도록 하여 해결할 계획이기는 합니다. 그 전까지는 규제적으로 해당 부분에 까지 이론상 처벌이 가능할 수 있어 이에 대하여는 입법론적 해결이 조속히 모색되어야 한다고 보입니다.
*비고 :
제2조(「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에 관한 경과조치) 제2조의 개정규정 중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의 가상자산”은 2024년 7월 18일까지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3호의 가상자산”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