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도 이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투에서 포병이 대포를 쏠 때, 조준점이 1도가 틀어지면 포탄이 떨어지는 곳에서는 1km 빗겨 나간다는 이론입니다. 그만큼 시작점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보고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최초 1도인 ‘상사의 의도’를 잘못 파악하면 상사가 의도한 것과 전혀 다른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그 끝에 작성자가 상사로 부터 들을 수 있는 말은 이것 밖에 없습니다.
“내가 언제 이렇게 쓰라고 했지?”
보고서를 작성하는 시작점에서 1도가 틀어지면, 그 결과는 수정에 수정 아니면 처음부터 다시 써야하는 처참한 현실과 마주할 수 밖에 없습니다. 보고서를 쓰기 전에 상사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합니다.상사의 의도를 파악할 때는 목적, 용도, 보고 시점 3가지는 반드시 파악해야 합니다.
[보고서 작성 업무를 지시 받는 순간 필요한 3가지 질문] 1) 목적: 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목적이 뭘까요? 2) 용도: 이 보고서는 어디까지 보고되고, 어디에 필요한 걸까요? 3) 시점: 이 보고서를 언제까지 제출하면 될까요?
첫째, 보고서 작성의 목적입니다. 상사는 A를 위한 보고서라고 생각하고 지시했는데, 내 멋대로 A’나 B를 목적으로 생각하고 쓰면, 처음부터 보고서를 다시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하반기 체육대회 보고서를 쓸 때 상사가 생각한 목적은 ‘단합’인데, 내가 생각한 목적은 ‘힐링’이라면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보고서 작성 지시를 받는 순간에는 적절한 질문을 통해서 보고서 작성의 목적을 명확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팀장님 혹시 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목적이나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이 보고서는 상반기 전략을 입안하는데 필요한 보고서 인가요?”
둘째, 보고서의 활용 용도입니다. 보고서가 단순히 팀장님 참고용인지, 본부장이나 임원 보고용인지, 타부서에 전달할 내용인지에 따라서 가감해야 할 내용이 달라집니다. 보고서 수요자의 배경 지식이나 전문성, 담당하는 업무, 지위나 입장, 이해 관계 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만약, 단순히 팀 내에서 활용할 보고서라면 팀장이나 팀원이 이미 기본 배경 지식을 알고 있기에, 전문적인 용어나 프로젝트의 세부 사항을 많이 포함해도 됩니다. 하지만, 타부서 공유용이라면 내용이나 기술 방법이 달라져야 합니다. 타부서에서는 해당 프로젝트의 배경이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배경 설명을 자세히 하거나 프로젝트의 목적과 기대 효과를 명확하게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타부서와 협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협조 요청 사항과 요청하는 이유를 타당성 있게 기술해야 원활한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또한, 보고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보고서의 양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바로 상위 관리자인 팀장님은 자신도 윗선에 보고를 해야하기 때문에 최대한 구체적으로 내용을 파악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나 진행 상황을 중시하기 때문에 보고서에 상세한 내용이 들어가는 편이 좋습니다. 본문에 상세하게 기술하기도 하고, 별도 첨부 자료에 참고 자료, 조사 결과, 로우 데이터 등을 포함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임원이나 사장 등 위로 올라 갈수록 구체적인 내용은 오히려 사족처럼 생각합니다. 이 분들은 세부 사항보다 큰 그림과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따라서, 핵심 내용이나, 전략, 예상 성과 등 핵심만 요약해서 보고서에 담아내는 것이 좋습니다.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중심으로 간결하게 정리해서 빠르게 전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마지막으로, 조직 외부에 나가는 보고서라면 좀 더 신중히 작성해야 합니다. 대외비는 없는지, 수치는 정확한 지,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은 없는 지, 이해관계자의 요구 사항을 반영했는지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서 써야 합니다.
보고서의 활용 방법이나 최종 보고 대상에 따라 보고서의 내용과 양이 달라질 수 있으니, 반드시 아래와 같은 질문을 통해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보고서가 작성되면 어디에 활용할 것인가요?”
“이 보고서는 어디까지 보고되는 내용이죠?”
셋째, 보고서 제출 시점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상사가 언제까지 작성하라고 알려 주지만, 대부분 모호하게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대한 빨리 해줬으면 좋겠는데”
“이번 주 중으로 해줘”
이렇게 막연하게 말해 놓고, 시시각각 언제 되는지 재촉해 오는 게 우리 상사들의 특징입니다. 명확한 수치로 일정을 합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대한 빨리면, 오늘 5시까지 보고 드리면 될까요?”
“이번 주 목요일 오후 3시까지 제출해도 될까요?”
또한, 한 번에 완성된 보고서를 원하는 상사도 있지만, 많은 상사들이 보고서 작성의 중간 과정에 개입하거나 진척 상황을 궁금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완성본이 아닌 초안 제출 시점이나 중간 보고가 필요한 지 함께 질문하는 것도 좋습니다.
“혹시 초안 먼저 작성해서 이메일이나 구두로 빠르게 보고할까요?
“개략적인 아웃라인 잡아서 내일 오후 2시까지 중간 보고드릴까요?
때로는 팀장님 입에서 험한(?) 것이 튀어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하는 일도 벅차고 쫓기고 있는데, 다짜고짜 내일 아침까지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가 내려옵니다.
“김대리, 이거 내일 아침까지 해줘. 급해”
“2시간 안에 작성 가능할까?”
이럴 경우, 당황하지 말고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들을 말씀드린 후 우선 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음을 협의하면 됩니다.
“제가 매출 정리 업무를 하고 있는데, 내일 모레 오전까지 하면 안될까요?
“매출 정리 업무를 좀 미뤄 주시면, 제가 내일 아침까지 해보겠습니다.”
보고서 작성을 지시 받는 순간, ‘넵’ 하고 돌아서는 순간 내 보고서는 산으로 가고, 머지 않아 곧 처음부터 다시 써야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앞서 설명한 3가지 내용을 중심으로 반드시 상사에게 질문을 해서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