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욱
언젠가 추천받은 책인데 마침 생각이 나서 빌려왔다. 현직 치과의사가 본인이 직접 겪은 치과의사들의 임플란트 가격 담합 문제와 이를 거부하며 싸워온 자신의 10년 간의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꾸려냈다. 치과업계의 부조리와 치과의사협회의 민낯을 폭로하며 긴 시간 싸워오다가 사이다 엔딩으로 끝난다.
정말 온갖 부조리와 비논리가 난무한다.
모두 개인사업자인 주제에 임플란트 가격을 현실화해서 받는 치과들을 '영리병원'이라고 비난하면서(서울의료원, 국립의료원, 경기도의료원 등의 병원이 비영리병원인데, 그럼 영리병원이라고 비난하는 본인들은 저가로 진료해서 이익도 하나도 안 보는 사회활동이라도 하시나... 다들 벤츠 타고 다니시던데...) 소송비용과 언론플레이를 위한 모금을 통장도 없이 현금으로 수금하고, 이 중 일부를 착복해서 정치인 비자금으로 쓴다. 물론 치과의사협회에 기생하는 치과 언론들은 나쁜 병원이라며 나팔을 불어댄다. 치과 치료 자재 공급 업체의 팔을 비틀어 '영리병원'들에게 자재 공급을 중단시킨다. 의사면허와 전문지식을 인증해야 글을 쓸 수 있는 협회 익명게시판엔 환자 블랙리스트를 공유하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악플을 단다. (이건 일베가 하던 짓 아닌가) 그들은 대학교 시절부터 국시 문제를 유출시켜서 서로 공유하고 이 비밀을 자기들끼리 지켜낸다.
월매출이 3천만 원이어도 자기 생활비(리스차량 포함)와 치과 운영비용을 제외한 순수익을 자기의 수익이라고 한단다 허허허... 그렇지 않아도 항상 궁금했다. 월급쟁이 회사원들은 연봉을 세전 금액으로 말하는데, 의사들은 꼭 세후 금액이나 자기 손에 쥐는 현금을 말하더라.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싸움을 이어가는 주인공을 절로 응원하게 된다. 작중 어느 치과의사에게 일갈하는 대사가 딱 작가님이 하고 싶은 말로 보인다.
벤츠 타고 출근하면 잘되던 진료가 그랜저 타면 잘 안 됩니까?
힘과 의지와 도와주는 친구와 동료 의사들이 없었다면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을 것 같다. 찾아보니 저자 고광욱 님은 그 유명한 '유디치과'의 대표원장이다. 임플란트 가격을 현실화시킨 일등공신이다.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을 이렇게 잘 읽히는 소설로 쓸 수 있다니, 글 잘 쓰는 사람은 어느 분야에 있던지 빛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