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는 생산성을 갉아먹는 함정인가?
회의는 일하면서 빠질 수 없는 꼭 필요한 의사소통의 방법입니다. 특히 회사가 커지고 협업의 접점이 많아짐에 따라 더 많은 회의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저의 경우 모든 회의를 구글 캘린더에 기록하다보니 얼마나 많은 시간을 회의에 쓰고 있는 데이터를 볼 수 있는데 일 평균 4.2시간의 회의를 하고 있고 가장 회의가 많았던 주의 경우 32.5 시간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많은 리더들은 저와 비슷하거나 더 많이 쓰실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반해 우리가 회의에 투입하는 리소스 대비 회의가 적절하게 운영되고 원하는 결과물을 내고 있느냐라고 질문해보면 생각보다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에서는 회의는 "꼭 필요한 의사소통의 방법"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현장에서의 실제 회의는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일하는 시간을 부족하게 만들며 일의 몰입을 떨어드리고 참여하고 싶지 않는 일정이 되기도 합니다. 즉 오히려 개인과 조직의 생산성을 저하시키기도 합니다.
이러한 느낌을 받게 하는 회의는 회의가 끝나면, 결론도 없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은 채 모두가 자리로 돌아가거나, 혹은 그저 형식적인 논의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많은 조직과 스타트업에서 회의는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이라기보다 그저 일의 연장선으로 여겨지며, 이를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빠지기도 합니다.
미국의 생산성 전문가 롭 키넌(Rob Keenan)이 실시한 연구(2021)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회의에 낭비되는 시간은 연간 370억 달러 이상에 달하며 이와 같은 문제는 스타트업에서도 빈번히 발생하며, 회의는 곧잘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는 특히 제한된 자원과 시간 내에서 빠른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스타트업 환경에서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회의가 정말 그렇게 필요하기만 한 걸까? 그저 논의하는데 끝나버리는 회의의 착각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의사결정 회의로 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효율적인 회의는 그 자체로 조직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이제 우리는 스타트업의 회의 문화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점을 살펴보고, 효율적인 회의 문화를 구축하는 방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 논의로 끝나는 회의의 문제점
많은 스타트업에서 회의는 목적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의 자체가 습관처럼 반복되면서, 논의의 초점이 흐려지고 그저 '모여서 대화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문화가 형성됩니다. 이는 바로 "논의하는 회의의 함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10인 미만의 규모가 작은 단계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무언가 문제가 있으면 빠르게 상황을 공유하고 얘기하고 결정하는 방식의 회의가 일하는 방식으로 굳어지는데 회사가 커짐에 따라 회의문화는 변하지 않고 남아있는 경우 이러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1) 회의의 빈번한 오류: '목적의 부재'
효율적인 회의는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종종 회의는 분명한 목표 설정 없이 시작되며, 결론이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끝납니다. Harvard Business Review(2020)의 조사에 따르면, 회의 참석자의 71%는 "목표 없이 진행되는 회의에 참여하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회의는 의사결정 과정이 아닌, 논의 자체에 중점을 두게 되며, 시간과 자원만 소모하게 됩니다.
2) 의사결정의 부재
회의는 결국 의사결정의 도구여야 합니다. 하지만 실상 많은 회의가 의사결정 없이 끝나거나, 결론 도출이 늦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는 조직 내 불명확한 권한 분배와 책임 회피, 그리고 회의의 비효율적인 구조에서 비롯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회의의 50% 이상이 실질적인 의사결정 없이 끝나며(Atlassian, 2021), 이는 시간 낭비를 넘어 기업의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3) 논의 중심의 회의가 불러오는 피로감
회의의 빈도와 길이가 늘어나면서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회의 피로감(meeting fatigue)'을 느끼게 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과도한 회의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증가시키며, 이는 결과적으로 직원의 몰입도를 저하시킵니다(Komisar, 2021).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적은 인원으로 많은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만큼, 불필요한 회의로 인해 발생하는 피로감은 팀 전체의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회사 규모와 일하는 방식을 돌아보고 회의문화를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가이드 라인을 두는 것만으로도 회의의 생산성은 개선될 수 있습니다.
2. 회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들
1) 회의의 목적 설정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명확한 회의의 목적 설정입니다. 모든 회의는 의사결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이를 위해 회의 전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 이 회의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 목표는 무엇이며,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 이 회의가 끝났을 때 얻을 수 있는 최종 결정은 무엇인가?
Harvard Business Review의 연구(2021)에 따르면, 회의의 목적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회의의 효율성을 30% 이상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불필요한 논의를 방지하고, 모두가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회의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줍니다.
2) 의사결정 중심의 회의 구조
효과적인 회의를 위해서는 논의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회의의 주요 목적과 결론을 사전에 설정하고, 다음과 같은 방법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 의사결정 책임자 설정: 모든 회의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책임자가 필요합니다. 스타트업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는 권한의 불분명성입니다. 즉 의사결정을 내릴 책임자가 없으면 논의는 끝없이 반복될 뿐입니다.
- 타임 박스 / 정해진 시간 안에 결론 도출: 회의는 제한된 시간 내에 결론을 내야 합니다. 무제한의 시간을 허용하면 논의가 길어지며, 결정이 미뤄지기 쉽습니다. 스타트업에서는 특히 시간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내에 결론을 내리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 사전 준비의 중요성: 회의의 질은 사전 준비에 의해 결정됩니다. 모든 참석자는 회의 전에 논의할 주제와 관련된 자료를 검토하고,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정보를 수집해야 합니다다. Atlassian의 연구(2020)에 따르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 회의는 그렇지 않은 회의에 비해 40% 더 효율적으로 진행됩니다.
3) 회의의 빈도와 길이 조절
불필요한 회의는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이는 회의의 빈도와 길이를 조정함으로써 개선할 수 있습니다다. Google의 'SPRINT' 방법론은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짧은 시간 내에 결론을 내리는 회의를 제안합니다. 이 방법론에서는 회의를 하루나 이틀간 짧고 집중적으로 진행하며, 불필요한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스타트업에서도 이런 방식의 단기 집중 회의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3. 효율적인 회의의 실제 사례
효율적인 회의 문화를 구축한 몇몇 스타트업의 사례를 통해, 회의가 어떻게 의사결정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지 살펴보면
1) 아마존(Amazon)의 ‘6페이지 메모’ 회의
아마존에서는 모든 회의 전에 사전 준비가 필수적입니다. 회의 참석자는 '6페이지 메모'라는 문서를 작성해 회의 전에 반드시 읽고, 논의할 내용과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미리 파악합니다. 이를 통해 회의가 보다 집중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되며, 의사결정 속도 또한 빨라집니다.
2) 스포티파이(Spotify)의 스크럼(Scrum) 회의
스포티파이에서는 개발팀이 짧은 시간 안에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스크럼 회의를 도입했습니다. 이 회의 방식은 짧고 간결한 회의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문제를 즉시 해결하고, 더 이상 논의가 필요 없는 사항은 다음 회의로 넘기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를 통해 팀원들은 시간 낭비를 줄이고, 보다 중요한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4. 결론: 회의를 '일'로 착각하지 말자
스타트업에서 회의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저 논의만 하는 회의로는 조직의 문제 해결과 성장에 기여하기 어려우며 조직의 규모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회의 방식은 오히려 생산성을 저해하는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회의는 의사결정을 위한 도구이며, 이를 위해 명확한 목표 설정, 효율적인 구조, 그리고 적절한 빈도 조절이 필요합니다. 결국, 회의를 '일'로 착각하지 말고, '의사결정'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회의는 조직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빠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과 성공을 위해서는, 회의를 일하는 것과 동일시하는 착각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도구로서 활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