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희 Jul 24. 2022

돌아보면 아득한 것이 그곳에 있다

*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작업했던 스토리텔링 인터뷰 중의 일부이다 *     

           1

 저 집 칼국수 맛이 일품이란다. 점심 식사를 놓쳐 출출하던 중에 시장에 들어서자 시장기가 갑자기 밀려오던 참이었다. 함께 간 일행과 시장 안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우리 대화 내용을 듣던 행인이 일러주는 말이었다.

 어찌 생각하면 칼국수라는 것이 그냥 저냥 요기로 지나치다 어디서든 한 끼 정도 쉽게 채울 수 있는 음식이긴 하다. 그런데 그 말에 꽤 믿음이 가는 것은 왜였을까. 인정받는다는 것이 한두 해로 어렵기도 하지만 이곳이 인심 좋은 재래시장이어서는 아니었을까. 

 그렇게 찾아간 그곳은 그리 크지도 넓지도 않은 딱 정겨울 정도이다. 식탁이 서너 개 놓여 있었으니 식당이라고 하기에도 아쉽다. 이미 점심 식사 시간을 넘긴 후라서 가게 안은 한산했다. 젊은 여자분이 일손을 놓고 쉬고 있다. 가게로 들어서는 우리를 반기는 것으로 보아 주인아주머니가 분명하다. 첫인상이 좋다고만 표현하는 것으로는 조금 부족한 곱고 예쁜 모습이다. 

 지나가는 이의 추천으로 들어왔다 하니 칭찬에 부끄러워하는 새댁처럼 다소 수줍어하는 것 같더니 주문을 받자 즉시 준비에 들어간다. 바삐 손을 움직이는 아주머니와 슬슬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다. 칼국수 집을 시작한 것이 8년 전이라고 한다. 처음엔 그저 먹고 사는 것이 절박해서였다고 하는데 아주머니 모습 어디에서도 고생 때문에 힘들어 몸에 밴, 흔히 말하는 ‘궁기’는 찾아볼 수 없다. 

 단골이 없어 칼국수 한 그릇도 못 팔 때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알아줘서 갈수록 좋아진다며 웃는다. 그래도 그때가 나름 재미있었다며 변한 세상 모습에 다소 쓸쓸함도 느끼는 모양이다. 당시 시장시설이라는 것이 열악해, 날씨 등으로 하여 상인들 모두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래도 정만은 돈독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억양에 충청도 사투리보다 경기도 음색이 짙다. 역시 수원 아가씨가 이곳 토박이 총각한테 마음을 뺏겨 30년 전에 시집을 왔단다. 금실 좋게 3남매를 낳아 이제 막내 뒷바라지만 남았다며 행복한 표정이다. 돈은 못 벌었지만 세 아이 잘 키웠고 일손이 부족할 때 도와주는 남편과 지금껏 잘 살아왔으니 이곳에 시집온 것에 후회도 불만도 없다는 말에 소박함이 묻어 있다.

 기다리는 동안 구수한 냄새가 맛을 미리 짐작하게 해준다. 손 빠른 아주머니 덕분에 주문한 음식이 한꺼번에 나와 국물부터 맛을 봤다. 그야말로 ‘와, 맛있다’라는 말이 모두의 입에서 절로 나온다. 겉절이와 색깔 고운 열무김치 또한 그 맛이 맛을 더해 준다.

 주방 옆 눈길을 끄는 채소가 푸릇푸릇한 것이 아주 싱싱하다. 시장 통이니 좋은 식재료를 즉시즉시 구입할 수 있으니 신선한 맛을 낼 수밖에 없겠다. 그러니 어찌 맛이 있지 않을 수 있겠는가. 화려하고 자로 잰 것 같은 대형마트와 그래서 비교할 수 없는 맛이 이곳에 있는 모양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지트로 들어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