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그렇게, 독일에 도착했다
다시 여행이다. 비행기를 표를 끊고, 여러 해를 꼬박 붙어 있었던 직장 후배들과의 여행이다.
거의 1년 전에 비행기 표를 예매했고, 3개월 전쯤 도시별로 루트(독일 투어-스위스 쬐끔)를 짜며,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여 여행에 필요한 업무를 막 소화한 참이었다.
“우리, 진짜 떠나는 거 맞죠?”
‘Berlin Journey’라고 써 놓은 카톡 방이 톡톡 울린다.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다, 업의 본질이 다른 다른 직장에서 다른 일을 하는 셋.
30대 후반이고, 싱글이고, 누구는 연애 중이고, 누구는 몇 년째 싱글 중이고,
셋의 공통점이라면 ‘일하다 늘 기절 상태’까지 간다는 것이다.
“선배, 짐 다 쌌어요?”
그렇다. 나는 짐을 일주일 전부터 싸는 스타일이다.
많이 가져가는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내가 필요한 것들을 작은 캐리어 안에 욱여넣을 것이냐의 문제이고,
짐이 불었을 경우를 대비에 어느 정도 사이즈의 보조 백을 가져가느냐에 대한 문제다.
결국 넣었다 뺐다.
1개의 짐=20인치 캐리어는 터지기 직전,
그리곤 인터넷 면세점에서 건져낸 전리품을 쑤셔 넣을 보조 백을 백팩에 밀어 넣는다.
“내일, 인천공항 오후 1시야. 늦으면 두고 간다.”
12시간 가까이 삼시세끼 꼬박 다 챙겨 먹고,
스위스 인터라켄 투어 가신다는 등산복 어머님들 수다 좀 들어드리고, 비교적 인간다운 컨디션으로 랜딩 했다.
허브 공항이지만 볼게 많지 않아서 숙박(관광지 그리 많지 않다는 뜻)은 거의 하지 않는다는
프랑크푸르트에서 1박을 결정한 이유는,
내일부터 일주일 가까이 렌터카를 끌고 하이델베르크-바젤-라이프치히-베를린 일정을 소화하기 위함이다.
경험 있는 자는 “빡세, 미쳤어”를, 경험 없는 친구들은 “좋겠다” 던 낯선 루트와 일정.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도치 않게 들린 ‘데싸우’ 바우하우스가 제일 좋았다.
정보의 홍수 속에 2019년은 독일 바우하우스 100주년이라 전 세계적으로 문화 행사 일색이란 소식을
여행지에 도착해서 알았다는 문명의 발상지적인 TMI를 전해 본다.
앞으로 열흘은 먹게 될 쁘레첼이다.
한식에 죽고 못 사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매울 신라면 한두 개 정도면 충분하지만 그래도 여럿이 숙소에서 해 먹는 그런 맛이 있으니까.
누룽지를 챙겼다.
나중에 알았지만, 여행 중 고되고 아픈 날 고향 음식이 큰 위로가 되었음을.
향수병 같은 마음의 부침이 왜 음식으로 치료되는지 알았다고 경험을 토대로 강조해본다.
아무튼, 쁘레첼은 기본이 제일 맛있었다.
식빵 같은 존재여서 매끼 먹은 듯하다.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했다. 동행인 두 친구는 유럽의 작은 도시는 경험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괜히, 볼 거 없다고 욕먹는 거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며 우겼다.
“유럽은 소도시 투어가 최고지! 동네마다 문화도 다르고 사람도 다르고 운치도 다르고!”
사실 큰 도시도 좋긴 하지만,
옆집 가듯 작은 도시를 둘러보는 소소한 여행 일상으로
서울에서 복닥거린 맘을 내려놓고 싶은 욕망이 더 컸다.
다행이다. 둘 다 좋아하는 눈치다.
그곳에 누워본 자는 안다.
잔디밭에 내려앉은 햇살이 주는 자유로움을.
머릿속이 소독되는 기분이다.
풍덩, 강으로 뛰어드는 휴가를 맞이한 유럽인들과
더위를 식혀주는 분수대 옆에서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소리마저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들린다는 걸.
일찌감치 다녀온 휴가 덕에, 사무실 끄트머리에서 여름 일상을 치고 있는 나에게,
“그래, 또 가자” 싶은 풍경이다.
일주일은 누워있고 싶었던 자유다.
해가 뉘어진다. 두 친구들에게 물었다.
“다음 행선지 건너뛸래? 근데,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이야!”
다들 행동이 빨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