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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 Jun 21. 2020

취미가 생겼더니 삶이 풍요로워졌다.

오랜만에 가죽 전문점에 방문했다. 재작년 겨울에 원데이 클래스를 들으러 갔다 온 이후 처음이었으니 감사하게도 사장님께서 나와 친구를 기억하고 계셨고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직도 건축일을 하냐고 물어보셨다. 그때 직업에 대해 고민이 많아 보였다고 덧붙이셨다. 나는 여전히 건축일을 하고 있고 그때 가졌던 고민은 여전히 하고 있지만 2년이 흐른 지금 이 일에 대한 확신이 생겼고 적성에 맞는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일 말고 취미생활을 찾아 너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나는 항상 이력서나 자소서에 있는 ‘취미/특기’란 앞에서 멈칫대곤 했다. 취미엔 뭐를 써야 하고 특기는 있었던가? 그렇게 공란으로 비워두다가 맨 마지막에 채워 넣곤 했다. 호기심이 많아 이것저것 많이 해보았지만 흥미는 금세 떨어져서 내 취미는 항상 바뀌어있었다. 대략 음악 듣기, 전시회 보기, 수영, 요리가 생각난다. 하지만 항상 확고한 취미를 가지길 원했다. 그래서 원데이 클래스도 많이 다녀봤고 가죽공방도 과연 내가 좋아할 만한 취미인가 탐색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쉽게도 취미로서 끌리지 않아 후보에서 탈락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나는 작년까지 여러 가지를 탐색했으나 별 소득은 건지지 못했다. 정말 우연한 기회로 친구의 회사 동료가 코바늘로 소품을 만든다는 것을 알았고 코바늘로 시작해 뜨개질이라는 취미를 얻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뜨개질을 처음 접하고 급속도로 빠져들어갔다. 그전까진 퇴근 후에 하는 거라곤 요가와 도시락 싸기가 전부였다. 일과시간에도 생기가 없었다. 집과 일을 반복하는 삶이라 느껴질 무렵이었다. 뜨개질을 접하고 퇴근시간이 기다려지면서 일과시간도 점점 더 재미있어졌다. 퇴근 후에 지치더라도 한 번 대바늘을 잡으면 12시를 훌쩍 넘겨 씻기도 했다. 시간 가는지 모른다는 게 진부하지만 맞는 표현이었다.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잘하고 싶어 지고 영상 하나라도 더 찾아보고 자곤 했다. 공부를 이렇게 했었어야 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만큼 뜨개질에 빨려 들어 하루하루를 보냈다.


생각해보니 인생 취미를 만난다는 건 일시에 오는 게 아니었다. 나는 우선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그중에서도 색에 대한 관심이 있어 컬러리스트기사 자격증을 위해 따로 공부하기도 했다. 손으로 만들고 결과물이 바로 나와 성취감을 느끼는 일을 좋아해서 요리를 좋아한다. 뜨개질도 똑같은 이유에 해당된다. 항상 내가 가졌던 관심과 재미와 행복 사이의 연장선에 있는 게 바로 뜨개질이었던 것이다. 일뿐만 아니라 취미에서도 목표를 세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 좀 더 빨리 취미를 가졌으면 생각도 잠깐 했으나 서른 전에 진정한 취미를 만난 게 어디인가. 앞으로 나아갈 걸음이 기대되고 설렌다.


 

참고하면 좋을 이야기

https://brunch.co.kr/@morningknitting/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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