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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커선 Jun 24. 2023

나의 분독이

얼마 만에 분독이랑 나들이를 했는지 모르겠다.

한달도 더 전이었다. 아침에 자전거를 타려고 봤더니 앞바퀴가 납작한 게 아무래도 펑크가 난 모양이었다. 반경 5킬로미터 안에 자전거빵이고 뭐고 아무 것도 없는지라 종로구에서 실시하는 "자전거 공공정비 서비스"가 어여 부암동에 닿기만을 기다렸다.


알림까지 설정해 둔 그날이 마침내 다가왔고, 나는 분독이를 끌고서 쏜살같이 주민센터로 향했다.

매번 뵙는 기술자 아저씨가 꼼꼼이 정비해 준 덕분에 분독이는 다시 달릴 채비를 차렸다.

빵구를 때운 건 물론이요, 핸들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고 했더니 그것도 손봐 주었나 보다.


사실 오랜만에 분독이를 모니 왠지 모를 어색함이 감돌았다. 생각보다 잘 안 나갔다. 너와 나 사이의 거리?!


밤이 늦어 다시 분독이를 몰고 귀가길에 올랐다. 시청을 지나 광화문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세상이 달리 느껴졌다. 밝게 빛나는 초승달, 약간은 선선한 밤공기, 머리칼을 살랑이는 바람... 이렇게 아름다운 밤이라니... 갑자기 분독이를 부둥켜 안고 싶을만큼 마음에 사랑이 샘솟았다. 이런 순간을 만들어주고 함께 해 주는 분독이가 새삼 고마웠다.


한 때 분독이는 이만 고향으로 보내 버리고 당근에서 간지나는 녀석을 입양해볼까 어쩔까 마음을 냈던 게 그만 미안해졌다. 아직 이렇게 짱짱한 녀석을 말이다.


"이번 달에는 언니가 돈이 없어서 타이어는 못 갈아주는데, 가을에 아저씨가 다시 오면 그때 새걸로 두 짝 다 갈아주께."

단단히 약속을 하며 나는 다시 익숙해진 분독이와 함께 경복궁 돌담길로 윤동주 시인의 언덕으로 아름다운 종로의 밤거리를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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