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어지러울 때 읽을 만한 책이 뭐가 있을까나...?'
도서관에 온 김에 책을 한 권 빌릴까 했더니 아무런 책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간 독서를 어지간히 게을리했구나 싶었다.
사실 요 근래 몇 년간의 나의 행태를 돌아보자니 게으를 수가 게으를 수가 그렇게 게으를 수가 없다. 굼뜨기는 굼뜨기는 또 어찌나 굼뜬지 굼벵이가 형님하고 버선발로 기어 오겠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입추가 지나서 그런가 이제야 비로소 정신이 좀 든다. 한국에 돌아온 게 2017년이었으니 벌써 6년째 정신을 놓고 헤매고 있었나 보다. 현실 감각 없고, 꿈속을 헤매고, 대단하다 착각하고, 삑 하는 자존심만 내세우던 시간이었다. 물론 지금이라고 해서 그 버릇이 당장 어디로 갔겠냐마는 이제라도 직시를 한다.
요즘 파트타임으로 새로운 일을 하나 시작했다. 삼십 분,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이 돈이다. 그러고 보면 나의 시간은 다 돈이었다. 비싼 시간을 그대로 흘려보낸 게 아깝다는 생각을 비로소 하게 된다. 대신 오늘 해도 상관없고 내일해도 상관없는 시간을 흘려보낸 데 대한 대가는 치러야 한다. 그나마 너무 늦지 않게 지금이라도 치를 수 있어 다행이라 여겨야 한다.
지금껏 마음이 너무 몰랑거렸다. 의지가 박약했다.
나의 마음은 무엇일까? 나의 생각은 무엇일까? 나의 시선은 어디에 있는가? 왜 있는 그대로가 아닌 보고 싶은 대로 왜곡하는 걸까? 도대체 내가 보는 세상은 무엇인가?
답을 내놓을 차례이다. 그러자면 지금처럼은 했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된다. 단호해야 한다. 굳세야 한다. 진짜 세상을 보는 게 무엇인지, 진짜 삶을 사는 게 무엇인지 존재를 걸고 알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