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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과가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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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늘보 Dec 08. 2017

1.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이과가 또...]

[이과가 또...]

1.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사람은 기억의 동물입니다. 오늘 먹은 메뉴, 어제 만났던 사람, 지난달에 즐겨 들었던 음악 등 참 다양한 기억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기억에도 다양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우리는 보통 살아가며 겪은 내용을 사건적 구성으로 기억합니다. 사건적 구성의 기억이란 쉽게 말해 스토리가 있는 입니다. 이 영상을 만드는데 관여하는 곳은 많지만 일어난 사실을 기록하는 건 '해마'라는 곳이 하고, 그에 대한 정서를 기억하는 건 '편도체'라는 곳이 관여합니다.


  재밌는 건 '해마'는 휘발성 메모리와 같아서 일어난 사실을 금방 잊어버리는 데 반해, 정서를 담당하는 '편도체'는 그 감정을 오래 붙들고 있습니다. 그 후 그와 비슷한 사실이 입력되면 '편도체'가 그때 그 감정을 떠올리게 하죠. 그렇게 생각해 보면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참 재미있는 시입니다. 잠시 볼까요?



풀꽃/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첫눈에 반한 게 아니라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답니다. 이는 어쩌면 뇌가 그렇게 설계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위에서 '편도체'가 감정을 오래 지니고 있다고 했었죠? 그 감정이 잊히기 전이라면 볼 때마다 예전에 기록된 감정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날의 새로운 정서적 기억이 더해지게 되죠. 그렇게 만날 때마다 즐겁고 행복했던 정서적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여 무르익는 어느 날, 사랑이 탄생하는 거 아닐까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문장도 그렇습니다. 자세히 본다는 것은 당신에게 집중해 있다는 것이죠. 이 경우 뇌는 의식적인 지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의식적인 지각에는 '편도체'와 '해마' 또한 동반되죠. 앞서 '편도체'와 '해마'는 사실과 정서적 측면의 기억을 담당한다고 했었죠? 따라서 집중해 볼수록 감정이 점차 커져가게 됩니다. 그렇게 커져간 감정은 다시 '변연계'에서 동기가 되어 더 자세히 보고, 더 오래 보게 만들죠. 더불어 주의집중은 새로운 점을 찾을 수 있게 합니다. 커져가는 감정이 새로운 점과 만나면 '볼매', 볼수록 매력적인 당신이 탄생합니다.


  이렇게 보니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뇌의 핵심기능을 꿰뚫은 시였네요. 이상 [이과가 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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