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늘보의 미래진료소_Day11
2) 미래의 씨앗을 심는 사람들: 메이커
지난 시간에는 미래의 기반 직업이 되는 '프로그래머'를 다루어 보았다. 4차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하는 미래에는 어디에나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기기들이 파고들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영혼을 넣어줄 '프로그래머'는 반드시 필요한 기반 직업이 될 것이다. 이번 시간에는 그러한 미래에 씨앗을 심는 직업인 '메이커'에 대해 알아보자.
'메이커'라고 하니 유명한 브랜드들을 먼저 떠올릴 수 있다. 지금까지는 '메이커'라고 하면 보통 유명한 브랜드들을 통칭하는 단어로 사용할 때가 더 많다. 그러나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메이커'는 그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일단 '메이커'를 문자 그대로 풀면 '만드는 사람'이다. 이 뜻처럼 브랜드를 지칭하는 '메이커'나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메이커'나 무언가를 만든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갖는다.
두 단어의 다른 점은 바로 방향성이다. 브랜드를 지칭하는 '메이커'의 경우 이익창출을 목적으로 공장제 생산기반의 소품종 대량생산을 지향할 때, 새로운 '메이커'들은 즐거움 또는 자신의 문제 해결 등을 목적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을 지향한다. 생산하는 장소도 공장이 아니라 집이나 작은 작업실이다. 또한 기존의 '메이커'들이 자신의 비법을 꽁꽁 숨겨왔다면 새로운 '메이커'들은 자신의 생산 비법을 공유하고, 서로 돕고 보완한다. 이러한 '메이커'에 대해 미국 최대 IT 출판사 오라일리의 공동창업자 데일 도허티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메이커: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드는 사람들
이처럼 새로운 '메이커'들은 자신이 소비하기 위해 스스로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프로슈머(prosumer)의 형태가 대부분이며 직업적으로는 발명가, 기술가, 공예가 등 다양한 형태를 포함한다. 작게는 양초나 디퓨저를 DIY 하는 사람부터 크게는 사람이 탑승 가능한 로봇을 직접 만드는 사람들까지 만드는 제품도 정말 다양하다. 기존의 '메이커'가 공장에서 제품을 대량 생산하여 너도나도 같은 제품을 가지게 하였다면, 새로운 '메이커'는 자신이 원하는, 자신만의 제품을 자기 스스로 만들어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자신에게 꼭 맞는, 자신을 나타내는 각각 다른 제품들을 가질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전환은 여러 기술의 발전과 흐름을 같이 한다. 3D 프린팅 기술이 작은 공간에서도 쉽고 효율적으로 제품 생산을 가능토록 하였으며, 아두이노로 대표되는 오픈소스 하드웨어와 코딩 교육 등이 스스로 필요한 기능을 연결하고 원하는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공한다. 또한 공유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온오프라인에서 타인과 함께 작업하고, 제품을 나누며, 타인이 개입하여 개량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더불어 크라우드펀딩 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제품의 필요성이나 매력을 어필하고 이를 생산하기 위한 자금모집이 더 쉬워졌다. 크라우드펀딩은 자금모집과 동시에 제품 홍보 및 판매의 창구가 된다. 펀딩에 대한 관심도를 통해 시장의 잠재적인 소비층과 구매자 수를 파악할 수 있고, 개선의견 또한 받을 수 있어 비용효과적인 측면에서 매우 뛰어나다. 블록체인과 결합하여 재정관리 또한 투명해지면 크라우드펀딩은 더 성숙해지고, 생산과 소비의 간격은 가까워지며, 나아가 하나의 경제 생태계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는 뒤에 소개할 크리에이터와 디자이너 또한 포함된다.
메이커, 크리에이터, 디자이너 + 크라우드펀딩 + 블록체인 = 생태계
앞서 설명했듯 산업의 중심이 '복제성'에서 '창의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창의성'은 본질적으로 언제 발휘될지 모른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요새 구글과 같은 기업들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고용하여 이들이 만나 시너지가 발생하는 현상, 일명 '메디치 효과'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기업들은 그만한 전문가들을 고용하기 어려우므로 외부에 아웃소싱과 같은 형태로 '창의성'을 맡기게 되고 이는 '메이커'에게의 지원으로 연결된다.
이미 이러한 지원은 실제로 '메이커 운동'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메이커 운동'은 메이커들이 경험과 지식을 나누며 창의적인 만들기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하자는 흐름을 일컫는 단어이다. 세계 곳곳에서는 이 흐름을 따라 '메이커페어'라는 '메이커'들의 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에서 '메이커'들은 자신이 만든 것을 선보이며, 다른 사람들과 기술적인 토론이 진행되는 등의 축제와 학술회가 진행된다. 그동안 구글, HP, 마이크로소프트, GE, 포드, 디즈니 등의 이름만 대면 알 정도의 대기업들이 이 '메이커페어'의 스폰서로 참여하였다.
그러나 '메이커'가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항상 성공을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성공을 향한 도전에서 실패를 경험하는 횟수가 더 많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메이커'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안정적인 복지제도 또한 필요하다. 더불어 개발을 가로막는 규제를 되짚어보고, 대기업 위주의 경제 생태계로부터의 보호도 필요하다.
메이커: 미래의 씨앗을 심는 사람들
'메이커'는 씨앗을 심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창의성'은 예쁜 꽃을 피울 수도 있고, 피우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무한도전이 세상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 갈 것은 분명하다. '메이커'들에게 씨앗을 심을 수 있는 역량과 안정적인 토양을 제공하여 '메이커'들이 큰 근심 없이 씨앗을 심을 수 있는 사회가, 보다 다채로운 미래가 다가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