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과 중고서점 vs 작가
도서관과 중고서점은 작가를 가난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예전 위와 같은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작가는 책을 쓰고, 그 책이 잘 팔려야 이익이 남는데, 사람들은 책을 굳이 사지 않아도 도서관에서 빌려보거나, 중고서점에서 싼값에 책을 살 수 있다. 그렇다면 작가에게 돌아가야 했을 이익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게 가난해진 작가는 글 쓰는 대신 일을 하고, 작가가 글을 못 쓰니 양질의 책이 줄고, 결국 책과 관련된 생태계는 줄어든다. 그러면 그 시장으로 먹고살던 출판사, 서점, 중고서점, 도서관까지 모두 안 좋은 게 아닐까? 당연히 이 생각을 나만 했던 건 아니다.
[국민일보] 중고서점에서 책 사도 작가에게 돈이 가나요?
당시 내렸던 결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사회적 가치가 워낙 크기에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모두가 책을 구해 읽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돈이 있다면 '노블레스 오블리주'처럼 사서 보자고 생각했고, 많은 책을 직접 사서 봤다. 물론 서점을 산책하며 쇼핑하는 즐거움도 포기할 수 없었지만.
그런데 웬걸? '콘텐츠의 미래'라는 책을 읽고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과연 이는 생태계에 나쁘기만 한 걸까?
'콘텐츠의 미래'라는 책에서는 음악의 저작권 문제를 설명한 부분이 있다. 과거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음악에 대해 쉽게 복제가 가능하고 공유가 가능해졌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저작권을 걱정하며, 음반을 사야 생태계로 돈이 유입이 되고, 그래야 음악가가 가난해지지 않는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논리에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에선 이에 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다. 인터넷을 통해 음악들이 불법복제 방식으로 배포되면서, 음반의 판매 수익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음반 수익이 줄어드는 것에 반해 콘서트 티켓 가격은 올라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중이 더 낮은 문턱으로 쉽게 음악을 접하게 되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콘서트에 참여하고 싶어했고, 이 과정을 통해 콘서트 티켓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는 음악이라는 핵심 콘텐츠를 무료나 낮은 가격에 허용하는 대신 이에 관계된 보완재들, 콘서트나 굿즈 등을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를 커져 결과적으로 더 많은 대중이 더 다양한 음악가를 인지하고, 더 많은 수의 음악을 즐기는 등, 음악 생태계 자체가 크게 부흥했다는 것이다.
결국 음악가들은 음반 수입을 포기하는 대신, 콘서트나 다른 수익들로 대체할 수 있었고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벌었으며, 생태계 자체가 커져 더 성공의 기회가 많아졌다고 한다. 음반사들은 음반 판매에서 다양한 '보완재; 콘서트, 굿즈 등'으로 갈아탐으로써 이익을 더 불릴 수 있었다. 다만 음반이라는 기록매체를 만들던 CD회사는 곤란하게 되었다.
책도 보완재를 통해 이익을 벌어들이지 않을까?
요새 많은 작가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강연을 한다. 생각해보면 이게 음반업계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현상이지 않을까? 책이라는 콘텐츠를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는 대신 이를 보완하는 다른 보완재들의 가격이 올라 결과적으로 작가에게도 더 이익이 남는, 생태계 자체가 커져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닐까? 강연을 통해 책이 홍보되고, 책을 사거나 읽으며 인지도가 오르고, 인지도가 올라 다시 강연에 초청받고, 이와 같은 순환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 책은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 책이 미래를 바꿀 핵심적인 열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바탕으로 생각을 정립하고, 토론하고, 갈등을 넘어 화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밝은 미래와 어두운 미래는 화합과 경쟁으로 갈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여유가 되는 대로 도서관이나 중고서점이나 서점에서 책을 쉽게 구할 수 있길 바란다. 이 과정에서 작가에게 수익이 적게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보안재를 통해 이익이 늘어나는 것도 전체 시장의 입장에서 그렇지, 인지도 없는 작가는 그 혜택을 입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생태계 자체가 커지면서 이전보다 더 많은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좋은 작가가 더 많은 좋은 책을 써서 미래에 희망을 주고, 더 많은 독자가 더 많은 생각과 토론으로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