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일상을 위해
작년 10월,
나는 쉼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했다.
당시 나의 역할은 예방접종 예진 의사.
예방접종 전 과거력 및 몸 상태를 확인하고 주의사항과 부작용을 설명한다.
그 설명 중에는 접종 후 급성 이상반응이 발생할 수 있으니 20~30분간 쉬었다 가라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쉼 없이 하게 된 말.
"20~30분간 쉬었다 가세요."
이 말을 들으면 절반은 내게 되묻는다.
"네?"
"쉬었다가 가라고요?"
물론 이는 예상치 못하게 20~30분을 소모하게 되어 나온 반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반문을 수 없이 듣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쉬라는 말이 익숙지 않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면 이들이 놀라 반문하는 이유도 예방접종 후 해야 할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직장으로 돌아가 하던 업무를 마저 해야 하거나
학교로 돌아가 듣던 수업을 마저 들어야 한다.
그도 아니면 이후에 장을 보거나 약속이 있다.
"쉬었다 가세요."
우리는 이 말에 익숙지 않다.
모든 나이 때에 해야 할 일이 주어져 있고,
모든 사회적 역할에서 수행해야 할 과제가 정해져 있다.
쉬라는 말은, 익숙지 않다.
아프고 나서, 고장 나고 나서야 쉼을 강요당한다.
갑작스레 생긴 쉼은 어색하기만 하다.
무얼 해야 좋을지 몰라, 무얼 해야 잘 쉬었다 할까 생각만 하다 끝난다.
장 자크 루소가 말한 것처럼 물이 필요한 몸에 술을 붓고,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할 때 춤을 춘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쉰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쉼도 그렇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쉬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쉴 수 있는 시간, 쉴 수 있는 공간, 쉴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쉼에 대한 자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 속에, 촘촘히 매겨진 시간표는 시간을 앗아갔다.
눈치코치 보이는 직장은 물론이고, 어깨에 올려진 무게가 장소를 앗아갔다.
어려서부터 긴장 속에 내몰린 경쟁은, 불안하고 뒤처지는 듯 방법을 앗아갔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마주친 하늘과 바다 앞에서,
그것과 만난다.
하지만 다시 또 현실,
쉼의 자유는 누구에게 있는가?
어쩌면 쉬었다 가라는 주의사항은 삶에도 필요한 작은 예방접종일지도 모른다.
바쁘더라도 의학적으로라도 위험할 수 있으니,
"쉬었다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