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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Feb 17. 2022

8년간 여행을 강의하며 느낀 3가지

여행을 둘러싼 변화와, 앞으로의 강의 계획

아직도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첫 강의를 시작하던 8년 전 이맘때가 어제 일처럼 또렷하게 떠오른다. 여행지 취재 기자를 그만둔 이후 8~9년간 평범한 월급쟁이 생활을 하면서 업무 성과나 연봉, 직책 등은 나 개인의 성취감으로는 전혀 이어지지 않았다. 결핍의 원인은 내가 원하는 삶과 일의 지향점에 있었다. 내 이름 석자가 전면에 나서는 일을 하고 싶었던 내면의 욕망을 발견한 이상, 언제까지나 외면하고 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문화센터의 작은 강의실에 모인 수강생 앞에서 준비한 ppt를 열고 입을 떼는 순간, 나는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이 일이 바로 평생 할 일이라는 걸 말이다. 천직은 이렇게 갑자기 찾아왔다.


그 후로 지난 8년을 지나 나는 작가님이라는 호칭보다 '강사님'이라 불리기를 훨씬 더 좋아하는 기업 전문 강사가 되었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삼성전자부터 직원 10명의 작은 스타트업까지 전국의 수많은 기업에 출강하며 스마트 여행 분야의 교육을 담당해 왔다. 기업 교육은 사실상 자발성보다 강제성을 띤 교육이기 때문에, 상당한 강의 스킬을 요하는 분야다. 그래서 세상의 수많은 교육 중에서 여행과 같은 '즐거움'을 담당하는 분야를 맡고 있다는 자체를 무척 감사하게 생각한다.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되고 <여행의 미래>를 출간하면서, 여행 소비자보다는 생산자(업계 종사자)에게 강의를 주로 하게 되었다. 즉 강사로 일하면서 6년간은 여행 소비자에게, 2년은 생산자에게 강의를 주로 한 셈이다. 그리고 2022년에는 다시 소비자 강의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여행을 둘러싼 큰 변화 속에서 일을 하며 느꼈던 세 가지를, 올해 준비하는 일과 함께 간단히 정리해 보려고 한다. 





[개인, 소비자]

첫째, 지금의 여행 소비자는 확실한 효용성이 보장되는 여행을 원한다. 그래야 이전보다 커진 위험을 감수할 동기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올해 여행 트렌드가 '버킷리스트'다. 사람들은 2년간 여행을 유예하면서 여행이 '아무 때나 구매 가능한' 상품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단순히 럭셔리한 여행을 넘어서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특히 지난 7~8년간 전 세계 호텔과 호화 기차 여행 취재 등을 해오면서, 한국에 상품화된 럭셔리 여행은 극도로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행과 인문학, 전공 분야인 경제학을 아우른 강의를 좀 더 많이 하고 싶다. 작년에 했던 수많은 강의 중에 유독 기억에 남는 강의가 있다면, 여행 인문학 특강으로 진행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인문 360 채널의 <여행의 형태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그리고 현대카드에서 진행했던 <루이비통과 럭셔리 여행의 히스토리>다. 여행은 단지 먹고 노는 여가 행위를 넘어서 다양성을 학습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행위로써의 효용성을 이해시키고 싶다. 여행의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여행 설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경험을 콘텐츠로 바꾸는 비즈니스 인사이트'와 같은 강의와 독서모임은 계속해나가고 싶다. 





[기업, 소비자]

둘째, 기업 강의를 통해 워케이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풀고, 생산적인 워케이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싶다. 얼마 전 직장인 인맥관리 앱 리멤버의 요청으로 워케이션에 대한 칼럼을 기고했는데, 이미 워케이션을 해봤거나 해보고 싶다는 임직원들과 달리 경영진은 '생소하다'며 인재 영입에 이게 왜 중요한지를 처음 알았단다. 정초부터 에어비앤비 창업자가 스스로 워케이션 근무를 선언하며 미국 전역을 떠도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여행산업이 재편되면서 체류형 여행이 새로운 '시장'으로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동시장이 유연해졌다고 해도 인재는 갈 곳을 정해서 가는 법이고, 같은 조건이라면 2030은 '시간과 장소의 자유'가 있는 일터로 이동하고 있다. 2030의 직장으로 인기가 높은 토스, 카카오 등이 이미 워케이션을 시도한 회사인 것은 우연의 일치만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지자체 자문과 강의를 하면서 취재한 모델 여행 코스, 맞춤형 체류 프로그램 등을 기업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보고 싶다. 워케이션 수요를 유치해야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지자체들은, 지금도 기업의 리모트 워커들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생산자]

셋째, 여행업계 종사자를 교육하는 입장에서 안타까운 점은 여행 분야의 학업과 진로 간의 미스매치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등을 전공 과정에 도입했다는 대학에 묻고 싶은 것은, 그래서 첨단 기술에 대한 개괄적인 지식을 배웠다는 사실만으로 관광 전공자가 현업에 진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며칠 전 대기업 호텔의 공채 신입사원 교육에 들어가서 호텔과 관광 전공자가 몇 명이나 있는지 물었더니 거의 없었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는 전공 분야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일단 '여행업'의 정의 자체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여행사보다 OTA가 여행산업 주류를 대표하게 된 지가 10년이 넘었는데도, 전공자와 현업 종사자가 모인 교육장에서 '글로벌 여행산업을 양분하는 2대 OTA의 이름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단 1명도 답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플랫폼'의 산업적 특성과 본질에 대한 이해도가 전무했다. 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가한 관광 특화 고교생에게 '트립 어드바이저'를 이야기하니,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솔직히 이 정도면 관광에 대해 뭘 배우고 있는지조차 의문이 든다. 


얼마 전 <여행의 미래> 속편을 탈고하면서, 지난 2년간 여행에 밀어닥친 격변이 새삼 파도처럼 밀려오는 듯했다. 이제 핀테크 업체가 여행 사업을 하고, 항공사는 레스토랑을 열고, 많은 나라가 1년씩 머물 여행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완전히 새로운 여행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여행의 변화를 최대한 내 것으로 활용하도록 돕는 강의를 하고 싶다. 그것이 2022년의 여행 강의 커리큘럼을 만들면서 내내 들었던, 단 하나의 생각이다. 





김다영  강사 소개 홈페이지 

- 책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저자

- 현 여행 교육 회사 '히치하이커' 대표

-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 100여개 기업 출강, 2019년 Best Teaching Award 수상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행산업의 변화를 여행으로 직접 탐구하고, 가장 나다운 직업을 만들었다. 일반 기업에서는 임직원의 스마트한 여행을 책임지는 강사로, 여행업계에서는 산업 칼럼니스트와 트렌드 분석가로 일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일을 '나답게' 찾아가는 과정을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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