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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만들어준 콘텐츠, '이것'에서 출발한다

3화. 직업의 보이지 않는 조건, 인정 욕구

by 히치하이커 김다영


3단계. 직업이 되는 콘텐츠의 출발점,

문제의식


진짜 크리에이터가 되는 방법은?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어려운 것도 아니다. 플랫폼 말고, 콘텐츠를 맨 앞에 놓으면 된다. 즉 주어지는 기회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스스로 먼저 생각하고 기획한 콘텐츠를 만들면서부터는 플랫폼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콘텐츠를 맨 앞에 놓는 법? ‘어떤 현상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다(또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문제의식을 설정하는 것부터 출발했다.


과거에는 이런 문제의식이 생긴 이들이 어디로 갔을까? 대학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급변하는 여행산업 분야에서는 이 방법이 절대 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도 천번만번 옳은 선택이었다. 내가 원하는 역할은 이 분야의 변화를 발견하고 분석하는 정보 전문가가 되는 것이었다. (이 역할은 결국 '미디어'였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된다.)


문제의식을 설정한 뒤에는 이 문제를 탐구하기 위한 온갖 기회를, 한국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찾기 시작했다. 기회가 잘 안 찾아지면? 직접 내 예산과 시간을 투입해서 수 차례 여행과 출장을 다녀왔다. 이렇게 직접 보고 느낀 경험을 토대로, 주관적 관점을 정리해 연재하기 시작했다.


어디에 썼냐고? 바로 이곳, 브런치에 썼다.


왜 블로그가 아닌 브런치냐고? 책으로 내고 싶었던 주제의 글이었고, 당시 출판사들이 모여있는 곳이 브런치였기 때문이다. 마침 트렌드 분야에서 유명한 출판사가 연재를 봤고, 출간으로 이어진 결과물이 책 <여행의 미래>다. 이 책이 던진 ‘문제의식'은, 팬데믹이라는 사회적 대전환과 만나면서 커다란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좋은 직업적 기회는 플랫폼의 제대로 된 도구화에서 온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2화 참조)




4단계. 직업은 확립되는 게 아니라 확장되는 것


팬데믹 내내, 전국을 돌며 강의와 컨설팅을 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원래 직업인 강사의 장점을 활용하되, 전문성 면에서는 확장된 직업이 새로 부여된 셈이다. 일을 더 많이 했으니 당연히 수입도 크게 늘었고, 막연히 꿈만 꾸던 내 이름의 집도 장만하며 삶의 질도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진정한 만족은 사회적 인정에서 온전히 채워졌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과거 학문 기반의 전문가가 수행해온 역할의 일부를 상당 부분 대체하면서, 감사한 대접과 대우를 받으며 스피커의 크기와 영향력을 키울 수 있었다. 직업적 역할을 통해 전문성을 인정받는 과정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엄청난 경험이었다.


1화에서 얘기한 팟캐스트가 바로 이 시기에 운영했던 새로운 도구다. 내가 도달하고 싶은 직업적 목표가 특정 산업의 변화를 분석하고 전달하는 것이라면, 비대면 시대에 팟캐스트는 그 일을 수행하는 '온라인 스피커'로 기능했다. 이제 와서 알게된 거지만 팬데믹 시기에 팟캐스트 열혈 구독자였던 업계 분들을 요즘 많이 만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유튜브가 빨아들이는 세상의 모든 트래픽과 파괴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오디오도 유튜브에서 듣는 세상이 오고 있었다. 직업적 목표를 더 잘 수행하기 위해 유튜브는 '도구로서' 반드시 필요한 플랫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유튜브는 내가 열심히 한다고 저절로 성장하지 않는 채널이기에, 구독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대전환이 필요했다.


더 큰 차원의 고민은, 1인 기업의 명확한 한계에 있었다. 내 업의 모든 매출이 외부의 필요에서 나오는 구조는 내가 원했던 수익 모델이 아니었다. 강의를 많이 하면 할수록, 해외 취재나 자체 콘텐츠 생산은 갈수록 힘들어졌다. 시간과 노동을 맞바꾸는 수익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나의 콘텐츠를 온라인 상에서 유통하고, 이를 통해 전문성과 영향력을 모두 키워갈 수 있는 미디어 플랫폼이 필요했다. 바로 유튜브였다. 다음 화에 계속.



EPILOGUE. 직업의 중요한 전제조건,

‘인정 욕구'

팬데믹 시기에, 직업적으로 블로거를 만날 일이 많았다. 한국관광공사 및 여러 공사의 기자단 면접 심사를 수 차례 봤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날고기는 여행 블로거들을 하루에 수십 명씩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이 때마다 유심히 관찰한 대목은, '전업 블로거'라고 서류에 밝힌 이들이 자신의 일을 대하는 태도였다.


이런 거 심사할 때 꼭 한 명씩 오는 신문 기자 아재들이 던지는, 레알 꼰대같은 질문이 있다.


"그걸로 돈이 돼요?"

(속으로 '그쪽보다 잘벌걸요'라고 생각은 한다만...)


그런데, 이 무례한 질문을 받는 블로거들도 어쩐지 우물쭈물하긴 마찬가지였다. 내가 알기론 꽤나 잘 나가는 블로거들인데도, 본인의 일을 직업적으로 자신있게 설명하지 못했다. 이들은 대부분 '수익화' 콘텐츠와 여행 리뷰 생산으로 전업을 하고 있었다. 이것이 2화 글에서 잠깐 얘기했던 '사회적 인정'이 빠져있는 일이라는 걸, 비로소 캐치할 수 있었다.


소위 '인플루언서'들이 월천팔이를 택하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처럼 규격화된 사회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결핍된 사회적 인정을 가장 쉽게 채우는 방법은, 나를 동경하는 지망생 시장을 겨냥하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화려한 삶을 살고 있다'고 전시만 하면 '언니처럼 되고 싶어요' 그룹은 자동반사로 생겨난다. 이건 팬들을 잠재 구매자로 전락시키는 위험 신호지만, 이들의 ‘인정’은 강의 수익 만큼이나 중독적이기에 자기복제 팔이는 큰 유혹이 된다.


팬을 대상으로 무엇을 판매할 것인지 신중해야 하는 이유는, 지속가능한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려면 팬과의 관계맺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팬덤이 큰 1세대 유튜버들이 무엇을 판매하는지 자세히 보시라. 이들은 자신의 브랜드가 새겨진 굿즈나 콜라보 제품을 팔지, '나처럼 되는 법'을 팔지 않는다. '나처럼 되는 법'을 판매하는 크리에이터가 있다면, 그의 팬덤과 비즈니스 구조는 취약한 상태라고 보면 된다.


콘텐츠 비즈니스의 수익구조는 모든 사람이 다 다르다고 할 정도로 개인의 커리어와 깊은 연관이 있기에, 누군가의 돈버는 법을 돈주고 사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결국 나 자신의 강점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김다영 | 강의 소개 및 문의

- 여행 인사이트 미디어 '히치하이커' 대표, 여행 유튜브 히치하이커TV

- 책 <여행을 바꾸는 여행 트렌드>,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저자

- 여행 전문 강사,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 200여개 기업 출강, 2019년 Best Teaching Award 수상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행산업의 변화를 여행으로 탐구하고, 가장 나다운 직업을 만들었다. 일반 기업에서는 임직원의 스마트한 여행을 책임지는 강사로, 여행업계에서는 소비자 마케팅 및 AI 교육과 컨설팅을 하고 있다. 개인 차원에서는 여행을 중심으로 나다운 일을 찾아가는 이들을 위한 콘텐츠 코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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