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있는 삶을 살고 싶다.
12월 주말당직표가 나왔다. 그 달력에 내 이름이 없다는 것이 퇴사를 실감나게 했고, 무언가 엄청 홀가분했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나 1월 1일 새해 첫 날 당직을 하게 된 선생님들은 특히 분노했다. 역시 퇴사하기로 한 건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3월 입사 이후로 한달에 거의 꼬박 3번씩 주말 당직근무를 했다. 그렇다. 보통 한달에 주말은 4주가 있는데, 그 중 3번은 온전히 쉬지 못했다는 얘기이다. 그러는동안 실로 엄청난 피로감이 쌓였다.
최근에 어디선가 '부자가 되고 싶다면 워라밸을 따지지 말고, 일해라. 무조건 오랜 시간 일하라'는 말을 보았다. 시급에 근무시간을 곱해서 월급을 받는다고 할 때, 오래 일할 수록 돈도 많이 받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병원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공식이었다. 병원에서 당직비를 줄이기 위해 시프트오프 라는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말근무는 짧은 당직(7시~1시)과 긴 당직(9시~6시)이 있는데, 긴 당직을 하고 나면 평일에 하루를 쉬라고 했다. 물론 그 날짜는 개인이 정할 수 없고, 대게 1주일 전쯤 통보받았다. (누군가는 상대적으로 더 바쁜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시프트오프를 받으면 보너스 휴가라도 받은 것처럼 기뻐했다. 그 모습이 내겐 기이하게 보였다.) 법적으로 명백하게 문제가 있었다. 주말 근무를 하게 될 경우, 시급의 1.5배를 계산해주거나 혹은 평일에 대체 휴일을 주게 될 경우에는 마찬가지로 1.5배의 시간만큼 쉬게 해주어야 한다고 법에 명시되어 있다. (회사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동료 선생님이 파트장님께 이 문제에 대해 말씀을 드렸다고 한다. 그저 논점을 흐리는 답변만 돌아왔다는 후문을 들었다. 그렇다. 역시 퇴사하길 잘했다.
병원에서 주말 당직에 시달리고 나니, 이직할 때 1순위 기준은 주말근무 여부가 되었다. 격주토요일 근무이거나 주말 근무가 없는 약국에만 이력서를 넣었다. 당장 12월부터 주말이 있는 삶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