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랩 펠로우십 콘텐츠 1. 북클럽 '미래를 만드는 교육 읽기'
안녕하세요. 교육 독서모임 미교독의 리더 닉샘입니다. 오랜만에 미교독 관련된 글을 올리네요.
우리 모임은 '다음세대의 건강한 성장에 투자하는 벤처기부펀드' 씨프로그램의 러닝랩 펠로우로 선정되어 지난 2020년 한해 동안 모임의 이야기를 글로 담아내는 작업을 하게되었습니다. 미교독 모임이 시작된 이야기부터 현재의 미교독 모임들의 모습까지 미교독 운영진과 리더님들의 인터뷰 기록 형식으로 작성한 총 4편의 글을 공유합니다.
본 글을 씨프로그램 온더레코드의 브런치 매거진 러닝랩 펠로우가 만드는 변화를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어떤 아이로 키울지 보다 어떻게 아이를 기르는 어른이 될지 고민합니다
아이에 대한 관심과 노력 그리고 아내의 걸음걸이에 보폭을 맞추기 위해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참가하게 된 모임이 미교독(미래를 만드는 교육 읽기)이다. 그렇게 모임에 참여하게 된 것이 벌써 2년이고 그 사이 운영진도 되었지만 여전히 ‘미교독이 5년 넘게 독서모임을 지속하고 있는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미교독은 독서모임을 통해 어떤 미래를 그리는가?’와 같은 질문이 남는다. 이에 답을 찾기 위해 운영진이 아닌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인터뷰 시리즈를 시작한다. 첫 번째 인터뷰 주인공은 미교독 운영진이다. 미교독의 출발점과 지향하는 가치를 전한다.
- 인터뷰/글: 강현식, 미교독 멤버
- 편집: 문숙희, 씨프로그램 매니저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면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 중 하나는 ‘창의성’이다. 다가올 미래에 대해 우리가 아는 가장 확실한 사실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아닐까?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이 현실이 되면서 이제 새로운 기술은 빠른 속도로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다.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인 것일까? 상상 너머의 미래를 호기심보다 두려움이 앞서는 세상이 된 듯하다.
이런 변화 속에서 다음 세대에게 필요한 배움은 무엇일까? 사회의 현재를 지탱하고 미래를 준비시키는 게 교육의 역할이라면,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방식이나 방법에 대한 고민은 쉽게 결정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교독은 이 어려운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서로의 관점을 나누며, 이를 통해 교육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다듬어가는 그룹이다. 미교독은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자녀들에게만 기대를 걸지 않고 부모와 교사가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어떤 아이로 키울지보다
어떤 부모와 교사가 될지를
함께 읽고 배우는 독서모임
2015년 10월 17일 1회 모임을 시작한 미교독은 월 1회 정기모임을 통해 다양한 주제(부모의 교육관, 창의성, 관계 놀이, 질문, 교육 분야 등)에 대한 독서토론을 진행해 오고 있다. 미교독 × 온더레코드 이외에도 미교독 디퓨저(Diffuser)*를 통해 인천 Mom 미교독, 워킹패밀리 미교독, 미교독 Youth, 미교독 키즈, 공주 미교독 × 가가책방, 부평 미교독 × 어린이도서관, 부모학교 × 모두의 학교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소프트박스(SOFTBOX)**를 통한 컨퍼런스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5년째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미교독은 어떤 사람들이 운영하고 있을까? 운영진을 인터뷰한다.
*미교독 디퓨저(Diffuser) : 소수의 인원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북클럽의 특성과 물리적 거리에 제한을 받는 오프라인 모임의 한계를 극복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참여의 기회가 닿기를 바라며, 북클럽 리더를 양성해 북클럽을 확산하는 프로그램
**소프트박스(SOFTBOX) : 미교독의 인연으로 만난 이들 여섯 명(권오상, 김민지, 김연진, 박보아, 이병성, 이형도)이 만든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배우는 세상’을 위해 새로운 기획과 실험을 함께하는 그룹
교육 전문가는 아니고
평범한 아빠 엄마
강현식) 먼저 각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병성) 미교독의 리더 이병성입니다. 직업은 12년 동안 엔지니어였고 얼마 전 퇴사를 하고 교육 관련 창업을 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10살 아들과 7살 딸을 둔 아빠입니다.
김민지) 김민지입니다. 나이는 30대 중반이며 중국 광고 마케팅 회사에서 3년 정도 일을 했고 일주일 전에 퇴사했습니다. 2~3년 전 창업을 했으며,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얼마 후 아이 엄마가 되기 때문에 교육 분야에 더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이형도) 이형도입니다. 나이는 40대 초반이고 남자아이가 하나 있고, IT 개발자(프로그래머) 일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 관련 콘텐츠로 매달 대화하며
함께 성장하는 이들의 모임
강현식) 미교독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운영진 여러분이 각자 가진 미교독에 대한 생각이나 의미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이병성) 미교독 간판에 내세운 말이 전부인 것 같아요.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어떤 아이로 키울지보다 어떤 부모와 교사가 될지를 함께 읽고 배우는 독서모임 그리고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는 결국 부모들과 교사의 교육관에 달려있다는 믿음이 있는 모임입니다.
김민지) 미교독 모임은 단순히 내 자녀를 가진 부모만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교육에 관해 가졌던 생각들을 나눌 수 있는 자리입니다. 그것을 책이란 콘텐츠로 같이 생각을 공유하면서 더욱 우리를 단단하게 하는 모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형도) 아이들의 교육과 행복한 미래뿐만 아니라 모임에 참여하는 분들 자체의 성장, 자기를 발견하는 시간 그게 저한테는 미교독인 것 같습니다.
부모가 변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바뀔 수 없다
강현식) 미교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 당시 어떤 생각으로 이런 모임을 기획하게 되었나요?
김민지) 이전부터 교육 분야에 대해 관심이 많았었고, 교육 분야로 창업을 했었어요. 청소년과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교육을 하려고 시도를 했었는데 늘 문제 해결의 중심에 있는 분들은 부모들이었어요.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은데 부모가 이해를 못하고 교육관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는 것을 창업을 통해 알게 되었지요. 그때 계속 참여하던 독서모임이 있었는데, 이 고민을 함께 공유하고 부모님들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 제가 교육을 주제로 독서모임을 해보자고 제안을 했었습니다. 부모님이 변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바뀔 수 없고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에 시작한 거죠.
이병성) 미교독을 시작하기 전에 독사모라는 모임이 있었어요. 많은 분과 책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 북클럽의 가능성을 보았고 그때 저의 관심 키워드는 교육이었어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고민하고 혼자 공부하던 참이었는데 그 독사모 안에 저같이 교육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이분들이랑 같이하면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고. 마침 민지님이 같이 한번 해보자고 해서 몇 명이 모임 기획했습니다.
강현식) 병성님은 왜 교육에 개인적인 관심을 두었나요?
이병성) 대학 졸업 후 안정적인 대기업에 입사했는데도 제가 불행하다고 느꼈어요. 학창 시절까지는 행복했는데 회사에 오면서 업무는 많아지고 사는 의미도 모르겠고 사람들이 다 일에 대한 목표도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독서에 빠져들었는데 그러다 발견한 것이 우리나라 교육이 이상하다는 것이었어요. 그 이유를 찾고 싶어 독서를 하다 보니 근본적으로 다른 나라들과 교육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또 그즈음 아이가 생기면서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고 그래서 교육 독서 모임을 통해서 더 많이 배우고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배움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것
강현식) 미교독 모임을 통해서 얻고자 했던 목표가 무엇인가요?
이병성) 저는 명확했던 것 같아요. 아이의 교육에 대해, 책이란 좋은 매개를 가지고 같이 이야기 나누는 모임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모임 내의 대화 자체로 배움과 성장이 되기 때문에 쉽게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교육 독서모임의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두 아이의 부모로서 스스로가 교육의 중심을 잡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요.
김민지) 처음 독서모임을 접했던 2013년 당시 엄청 이상주의자였어요. 뜻을 같이 하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살면 정말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고 독서모임을 하면서 이런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미교독을 하면서도 병성님처럼 결이 맞는 사람들과 같이 모여, 아이들도 같이 기르고 살면 좋겠다는 그런 기대를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꿈은 아직 진행 중이기도 하고요.
이형도) 저는 처음엔 개인적인 돌파구로서 독서모임을 시작했고 성장에 대한 문제의식은 계속 가지고 있었어요. 그 당시 저는 성장하는 회사에 대한 철학이나 문화를 만들려고 회사를 갔었는데 많은 부분에서 충돌이 있었어요. 그런 상황 속에서 미교독은 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이었죠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벗어나는 것은
어려운 선택이자 큰 도전이지만
강현식) 꼭 공교육이 아니더라도,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기존 교육 환경이나 방식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요?
김민지) 저는 인생에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맹이가 아닌 껍데기를 위해 산다고 생각해요. 그 ‘껍데기’는 눈에 보이는 것들, 즉 입시, 직장, 입는 옷,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등을 의미하는 건데요. 저는 한국 교육의 문제점이 알맹이가 아닌 그런 껍데기를 위한 삶을 추구하는 것 때문이 아닌지 싶어요. 예를 들어 내가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로 평가받는다는 것, 대한민국에 만연한 교육방식과 잘못된 태도라고 생각했기에 더욱 관심이 많았어요.
이병성) 하나로 꼬집어서 이야기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교육이라는 것은 배움의 주체가 있고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배움의 행위 속에 내가 없는 거죠. 개인의 자아와 동기, 이런 것들은 전혀 배제되고 나랑 상관없는 것들을 목적의식 없이 ‘해야만 하는’ 배움만 계속 있던 것 같아요. 그걸 잘하는 사람도 있고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결국 그걸 잘해서 높은 곳에 올라가더라도 나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은 전혀 없는 거죠. 그게 제일 문제라고 봐요. 그래서 독서와 대화 이런 것들이 필요한데 그런 과정이 교육 속에는 없잖아요. 그냥 외우고 기계적으로 훈련하고 계속 반복하고 그런 과정뿐이죠.
이형도) 저는 굉장히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자라서 병성님이 이야기해주신 것 같은 문제의식을 갖지는 않았어요. 아이가 생기면서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됐는데, 교육이라는 것이 결국 줄 세우기만을 하는 거예요. 제가 아무리 교육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더라도 외부요인이나 환경이 그렇지 않더군요. 부모 입장에서는 큰 선택을 해야 하는 거죠. 기존의 교육 환경에서 벗어나 부모의 철학으로 아이를 키울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것은 큰 도전이기도 하고요. 이런 고민을 실행해보고 해결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은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사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하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서 같이 만들어 가면 되잖아요. 그런데 이것이 우리나라 공교육에서는 참 힘든 것 같아요. 부모들도 그런 교육을 못 받아서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바쁜 삶에 치여서 찾아볼 여유도 없고 에너지를 많이 쓰지 못하는 거죠.
이병성) 말씀하신 부분이 부모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교육의 문제는 확실히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공교육이 어떻다고 판단하기 역시 쉽지 않죠. 선택지가 주위에 없고 발견하기가 어려운 것이긴 하지만 분명히 그 선택지들을 만들어가는 누군가가 있고 그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공교육이 다 그렇다고 단정하기가 어려운 거 같아요.
이형도)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저도 예전에는 공교육을 매우 안 좋게 봤는데 미교독을 통해 다양한 분들을 보면서 한국의 공교육이 되게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단지 가정이나 사회에서 맡아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많이 놓치고 있는 것 같고요.
이병성) 맞아요. 사실 공교육이 문제이고 좋은 선생님이 없다는 것은 그 사람 주변에 그런 선생님이 없다는 것이거든요. 찾아보면 좋은 선생님들 많고 그분들이 하는 혁신적인 교육들 역시 많은데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보편적인 것들이 되지는 못하죠. 좋은 부모를 만나는 운처럼 좋은 선생님을 만나야만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는 점, 그게 문제인 것 같아요.
강현식) 좋은 부모를 만나는 운처럼 좋은 선생님을 만나야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는 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좋은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다음 세대에게 가장 좋은 교육은 말이 아니라 부모가 아이에게 바라는 모습을 먼저 실천하는 것이다 라는 말이 있다. 미래를 위해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어떤 부모와 교사가 될지를 먼저 고민한다는 독서모임 미교독은 그런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서모임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성장하는 모임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시도와 네트워크 등을 위해 노력하는 미교독의 다양한 활동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소개한다.
러닝랩 펠로우십(Learning Lab Fellowship)이란
씨프로그램은 지난 2년간 러닝랩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필요한 배움에 대한 여러 시도를 지켜봐 왔습니다. 동시에 의미 있는 실험이 지속되기 위해서 필요한 자원과 환경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 수많은 만남과 고민 끝에 2019년 11월 러닝랩 펠로우십을 시작했습니다. 러닝랩 펠로우십은 다음 세대에게 필요한 배움의 환경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실행하는 팀을 대상으로 지금 필요한 작업을 이행하기 위한 유연한 자원을 제공하며,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합니다.
미래를 만드는 교육읽기(이하 미교독)는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고민하는 데에서 시작했습니다. 미교독에서는 어떤 아이로 키울지 보다 어떻게 아이를 기르는 부모와 교사가 될지를 함께 읽고 배웁니다. 앞으로 러닝랩 펠로우십을 통해 지난 4년간 운영하며 확인한 부모/교사들의 교육 독서 모임이 교육 혁신에 미치는 영향과 기대효과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