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디자이너 닉샘의 창업 기록 #4
2023년 어느 날 다이얼팩토리 Dial Factory는 큰 기업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단순히 매출 규모가 크거나 사업 분야를 확장한 거대 기업이 되겠다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기업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한 목표다. 2020년 4월 개인사업자로 창업을 해 1인 기업처럼 일한 지 3년 만의 결심이었다.
처음 커뮤니티 디자이너라 Community Designer라는 직업을 스스로 정하고(창직하고) 일을 시작했을 때는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살고 싶은 삶의 방향을 만들어가는 것에 중심을 두었었다. 충남 공주시 원도심 제민천 마을로 원하는 일을 펼치기 위해 처음 왔을 때(2019년 9월)만 해도 서울에서 먼저 내려온 독서모임 동료 두 명(퍼즐랩/봉황재 권오상 대표, 가가책방 서동민 대표)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구성원의 전부였다. 함께 일하는 방식도 각자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며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때때로 협업하는 방식으로 일을 시작했다. 우리는 관광 전문가, 북큐레이터, 설계 엔지니어였기에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도 제한적이었다. 당장 디자인이든 제품 개발이든 마케팅이든 필요한 일은 부족하더라도 직접해야 했으며, 전문성이 필요할 때는 서울이나 다른 지역의 전문가의 손을 빌려야 했다.
특히 전형적인 인구 감소, 고령화 지역으로 함께 일할 청년이 없다는 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마을과 지역의 문제였다. 당시 우리를 응원해 주시던 지역 어르신께서 '이제 앞으로 마을에 청년들이 북적북적거리게 되는 건가?'라고 막연한 기대를 표현해 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5년이 지난 지금 마을에는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청년들이 일하고 있다. 디자이너, 예술가, 기획자, 교육자, 역사 전문가, F&B 창업자, 소품샵, 건강/운동 등 분야도 다양하며 각자 프리랜서 및 창업자로 일을 펼치고 있다. 또한 청년이 아니어도 마을에서 활동하시던 공방 선생님들과 예술인 분들, 정책 관련 전문가분들도 연결되어 있다. 정책 사업이나 보조금 지원이 없더라도 이런 연결을 자발적으로 지속하기 위해 ‘제민컴퍼니즈’라는 창업 커뮤니티를 202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제 제민천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다이얼팩토리의 커뮤니티 디자인에 관심을 가진 많은 분들이 연결되어 있다. 아직 상권 형성이나 정착/유동 인구의 증가까지는 더 노력이 필요하지만, 소도시 원도심이라 '사람이 없어서 일을 못한다'라고 말하지는 않아도 될 정도가 되었다. 이제는 그동안 연결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서로 경제적인 안정이나 생계의 문제가 없을 정도의 일을 만들어 내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다이얼팩토리의 주변으로 마을 안팎으로 맺어진 인연들과 팀으로 함께 하는 이들도, 파트너로 협업하는 이들도 있다. 모두가 다이얼팩토리가 하는 일의 가치를 귀하게 생각해 주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마을과 커뮤니티 안에서 천천히 서로의 마음과 역량을 확인하며 함께 하게 된 것이기에 그 관계는 더 특별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나(닉샘)는 새로운 꿈과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지금까지 연결된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발견하고 새롭게 만나게 될 동료들과 마음껏 함께 일할 만큼의 경제적 가치를 창조하고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 다이얼팩토리가 세상에 만들어 갈 '대화와 커뮤니티'의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명품 브랜드가 되고 싶다. 다이얼팩토리의 핵심적인 기능과 가치가 제품에 담겨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 사업을 펼치고 싶다. 커뮤니티 디자이너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넘어서 동료들의 역량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체계적으로 연결하여 서로 더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행복한 일터를 만들고 싶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자본을 투입하고 규모를 키우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현재 동료들과 제공할 수 있는 가치와 서비스를 단단하게 다지고, 우리 스스로가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는 속도와 체계,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에 유연성을 유지하면서도, 우리의 가치와 방향을 견고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하는 기업을 원하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는 큰 기업, 명품 브랜드가 되겠다. Good to Great!
2024년 8월 3일 저녁 7시, 커뮤니티 디자이너 닉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