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디자이너 닉샘의 창업 기록 #10
"당장 일이 없어도 제자리 뛰기라도 해야 해요."
2020년 창업한 첫 해, 공주에서 존경하는 모 기업의 이사님이 해주신 말씀이다. 그 당시에는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저 사업을 정말 열심히 일구고 펼쳐가시는 대표님과 이사님의 모습을 보고 정말 대단하시다고 느꼈고, 그런 분들의 기본자세라고 생각했다. 그 기업은 국내 1위의 블루베리 생산 유통 기업이다.
지난 몇 년의 과정 속에서 순간순간 이 정도면 제자리 뛰기 단계는 지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업을 알면 알아갈수록 끝없는 제자리 뛰기 같은 느낌이 든다.
다이얼팩토리라는 브랜드 기업이 '스타트업인가?'라고 물어본다면 아직 스타트업이 아닌 것 같다. 창업하기 전에는 창업하면 다 스타트업인 줄 알았다. 일하는 방식, 제품과 서비스, 성장의 속도 등 스타트업보다는 1인기업이나 자영업에 가까웠다. 스타트업도 원하는 매출이 일어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까지 많은 제자리 뛰기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스타트업 기업이 성장과 성공을 위해 쏟는 에너지와 자본에 비하면 나의 제자리 뛰기는 아주 아주 귀여운 수준이다.
속도는 느리고 규모는 작지만 5년의 제자리 뛰기를 해보니, 이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우선 시간이 참 중요하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많은 신경을 써왔다. 당장 제품도 수익도 자리를 잡지 못하는 시기의 기업의 시간은 창업자의 선택에 따라 매우 달라진다. 지원사업에 집중하기도 하고, 이해관계자 만나는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꿋꿋하게 제품 개발을 하거나, 당장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일을 겸하기도 한다. 각자의 상횡과 목표에 따라 다르겠다. 하지만 되도록이면 기업의 본질에 가까운 일에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당연히 제품, 고객, 브랜드.. 정도가 아닐까. 무엇보다도 이런 본질에 대해 창업자 스스로도 모르고 부족한 것이 많은 상태이기에 계속해서 배우고 역량을 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질의 제자리 뛰기를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했던 것을 떠올려보니 몇 가지 포인트가 있었다.
1. 부족한 단계라도 팔 수 있는 제품(서비스)으로 수익 만들기
2. 기업과 브랜드를 보여줄 수 있는 사례 만들기
3. 앞선 단계의 기업과 창업자들이 걸어간 길을 공부하기
4. SNS를 통해 제자리 뛰기의 단계들을 꾸준히 쌓고 보여주기
5. 기회가 닿는 한 번 한 번의 서비스에서 한 명 한 명의 고객에게 최고의 만족을 주기
물론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 맞을까라고 고민을 계속하며 알아보고 또 알아보며 지내온 것 같다. 다행히 이런 과정이 주변 분들과 다른 지역, 초기 고객분들께 좋은 이미지로 알려지며 일감이 계속 이어져왔다. 감사한 시간들이 '다이얼팩토리'라는 브랜드, '제민천 마을 커뮤니티'의 이야기, '커뮤니티 디자인과 대화 워크숍'이라는 제품으로 쌓이고 다져지고 있다. 돌이켜보니 제자리 뛰기는 나(닉샘)와 나의 기업이 세상에서 나아갈 길을 만들기 위해 계속 새로운 자리를 찾아 땅을 다지고 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다이얼팩토리라는 브랜드도 성장하고, 창업자로서 나 스스로도 계속 배우고 성장하기에 (정체성과 비전, 미션을 잃지 않는 한) 시야는 확장되고 목표는 계속 조정된다. 명품 브랜드와 단단하고 큰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므로, 또다시 다음 단계를 위해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좋아하는 책 <디앤디파트먼트에서 배운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전하는 가게 만드는 법>에 소개되는 일본의 기업 '디앤디파트먼트 D & Department'의 사례를 보면 창업자가 트럭에 수집했던 중고 물품을 싣고 팔았던 시기의 이야기가 나온다. 디앤디파트먼트는 중고물품이나 재활용품을 '롱라이프 디자인'이라는 디자인 철학으로 선정하여 판매하는 기업이다. 디자인 철학을 전하는 커뮤니티 이벤트들을 여는 것이 특징이며, 이러한 모델을 일본 전역으로 확대하며 브랜드를 형성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진출하여 서울과 제주에 매장이 있다.
지금은 규모가 있는 브랜드 기업이 되었지만 처음 물건을 팔고, 첫 매장을 열었던 창업자의 제자리 뛰기를 본다. 그리고 매장을 다른 지역에 열며 겪었던 시행착오들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브랜드의 겉모습을 보고 예쁘고 힙한 매장과 제품에 열광하지만, 사실은 길고 길었던 수많은 제자리 뛰기의 시간의 결과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지난밤 파트너 기업의 도움으로 '다이얼팩토리'의 로고를 다시 디자인했다. 앞으로 펼쳐갈 브랜드의 이미지와 브랜드 제품의 확장에 맞는 디자인들이 필요했다. 이제 로고를 넣은 제품과 패키지를 또 개발하고 제작해야 한다. 정말 길고 긴 작업이다. 하지만 어제와 오늘의 다이얼팩토리는 다르다.
이렇게 오늘도 제자리 뛰기를 계속한다.
2024년 8월 28일 오전 11시, 커뮤니티 디자이너 닉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