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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나모 Sep 23. 2020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 #37/100

돈을 모으는 습관

기억이 존재하는 순간부터 나는 내 이름으로 된 통장이 있었다. 엄마에게 매우 감사하고 고마운 부분인데, 엄마는 내가 태어나면서 내 이름으로 된 통장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 통장에 내가 기억나지 않을 때부터 열심히도 했던 세뱃돈을 차곡차곡 모아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 어느 날 넘겨주었다.


처음 통장의 잔고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린 내가 생각할 수 없는 큰 숫자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장남의 첫째 딸로 태어나 온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내가 세배를 할 때면, 사촌들보다 훨씬 두둑한 세뱃돈 봉투를 받을 수 있었다. 어렸을 때는 나이 많은 게 이렇게나 좋았다.


매년 설날은 그래서 너무 설렜다. 아직 돈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설날이 지나 받은 세뱃돈을 한 봉투에 모두 모아서 은행에 가 입금을 하는 그 순간의 짜릿함은 매우 컸다. 통장에 모여있었던 돈은 왜인지 모르게 그냥 든든했다. 지금 생각하면 경제적 여유가 있다는 느낌을 어린 나이에 체험한 것인데 그 경험으로 나는 첫 월급부터 일정 부분 우선 저금하는 습관을 만들 수 있었다.


중학교 2학년, 그러니까 정확하게 14년 동안 그 통장에서는 단 한 번도 돈이 인출된 적이 없었다. 매년 세뱃돈은 그 통장으로 정확하게 입금되었고, 중학교를 가는 해에는 세뱃돈으로 모은 돈이 족이 50만 원은 되었었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엄마 아빠가 집을 사서 아파트로 이사를 오며 그 돈으로 내 방의 가구들을 싹 바꿨었다.


물론 엄마가 추가로 더 돈을 보태서 샀어야 가능한 가구들이었지만 10년 넘게 모은 돈으로 산 가구들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아직도 자랑처럼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무릎 닳게 세배해서 받은 돈으로 내방 가구를 다 샀잖아 그것도 가구의 명품 까사미아 걸로!라는 말을 종종 자랑처럼 늘어놓는다. 엄마의 도움이 컸지만 이게 어디 쉬운 일이야.


내 방의 가구를 사기 전 그 통장의 잔액이 200만 원쯤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별거 아닌 돈이지만 그 당시의 나는 그 돈이 거의 1억 원처럼 느껴졌다. 뭘 해도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크기의 숫자가 적힌 통장을 보며 느꼈던 뿌듯함은 지금도 꾸준히 돈을 모으는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한다. 그 통장은 지금도 내가 가지고 있는데, 그 뒤로 그 통장을 사용하여 옷도, 차도 심지어는 집도 샀으니 매우 감사할 노릇이다. 



매일 쓰기를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100일 동안 매일 그냥 시시콜콜한 아무 이야기나 써봅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요즘, 저도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리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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