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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나모 Nov 02. 2020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 #42/100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해가 뜨거웠던 어느 날의 밤이었다. 술집 앞에 줄 서 있는 한껏 힘을 준 20대 초반의 젊은 사람들로 오늘이 금요일임을 느낄 수 있었다.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클럽도 술집도 있다. 다들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는 젊은 사람들은 이렇게 주말 밤만 되면 술집으로 총총 모여든다.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저 클럽에 언제 갈지 잘 모르겠다. 여전히 나도 온몸에 힘을 빡! 주고 상처 날걸 알지만 예뻐서 신는 힐을 신고 술기운이 가득한 채 클럽에서 춤을 추고 싶다가도, 샤워하고 파운데이션 뚜껑을 여는 거조차 조금 귀찮은 30대가 되어버렸다.


20대 때엔 친구들의 생일이면 클럽에서 새벽 2시까지 놀다 들어오고, 밤새 술을 마셨다. 돈을 벌기 시작하니 매년 해외여행을 갔고, 여행을 가면 입안이 부르트도록 신나게 놀았다. 클럽 투어를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매일 다른 클럽에서 밤새워 놀고 들어와 까맣게 번진 눈으로 피자를 먹으며 뜨는 해를 보고 잠들었고, 스페인에서는 대낮부터 마신 맥주가 다 깨기도 전에 저녁엔 와인을 먹으며 밤 문화를 즐겼다.


회사에 다니면서는 그렇게 하루를 놀고 나면 며칠을 피곤해했지만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언제는 놀 궁리만 하며 보낸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도 지금의 후회는 왜 그때 좀 더 놀지 못했을까?이다. 남 부러 울 것 없이 놀면서 살았건만 아직 후회 중인 것이 조금 웃기기도 하다.


놀았던 것에는 후회가 없다. 아니 더 놀지 못한 후회는 있다. 더 격동적으로 놀아버릴걸, 더 신나고 무모하게 놀고 그 모든 순간을 한순간도 놓치지 말고 즐길 걸이란 후회. 아무튼 고등학교 때 공부 안 하고 놀 것을 후회하는 만큼 20대에 온 체력을 다해 놀지 못한 것은 이렇게나 후회스럽다.


이른 저녁 조금 귀찮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나를 보며 생각한다. 분명 2-3년 뒤에 나의 이 금요일 밤을 땅을 치고 후회하겠지. 이 금요일 밤에 다리에 힘이 풀릴 때까지 놀지 못한 것을 크게 후회하겠지. 그래도 집에 와서 소파에 앉아 맥주캔을 따며 이게 행복이라며 좋아하는 나를 보니 뭔가 씁쓸하다. 이래서 옛 선조들이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를 그렇게 말했던가.


20대에 먹는 수제 맥주보다, 18살에 몰래 마시던 카스가 더 맛있고. 30대에 타는 BMW보다는 20살에 탄 아반떼가 더 큰 기쁨을 준다. 역시 모든 젊어서 하는 것이 더 재밌고 노는 것도 한 살이라도 어릴 때가 몇 배는 더 재밌는 거 같다. 아직 6~70살이 되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니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이때, 좀 더 격하고 무모하게 놀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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