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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나모 Oct 30. 2020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 #41/100

테니스와 모기

수요일 저녁에는 이제 막 배운 테니스 레슨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번 주에도 퇴근 후 대충 밥을 챙겨 먹고 테니스장으로 향했다. 이제 막 라켓 잡는 법을 배운 나는 공을 잘 치지 못해서 나 스스로가 마음에 안 들기 시작한 참이었다.


며칠 전 온 비 때문인지 유독 모기가 많았다. 짭짤하게 땀이 나기 시작하니 기회는 이때다 싶은 모기들이 온몸에 달라붙었다. 눈앞에 앵앵거리며 날아다니는 모기가 보일 때마다 테니스 라켓을 힘껏 휘둘렀지만, 라켓 사이로 모기들은 윙윙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내 다리며 팔에 안착했다. 손으로 모기 잡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팔다리가 따끔해서 보면 열심히 내 피를 빨고 있는 모기 수십 마리를 손으로 때려잡으며 그렇게 테니스를 쳤다.


집에 와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나오니 한결 살 것 같았다. 세종류의 모기약을 한곳 정성스럽게 바르면서 세어보니 족히 50군데는 물린 것 같았다.


그날 밤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

스멀스멀 염증반응을 일으키며 부풀어 오르는 모기 자국이 영 간지러워서 도대체 잠자리에 들 순 없었다. 뜨거운 물에 숟가락을 담가 모기 물린 곳에 올려놓고, 약을 바르고, 도저히 안될 때는 손톱으로 십자가를 만들면서 꼬박 밤을 새웠다. 어른이 되고 이렇게나 많은 모기에 물린 것은 정말이지 난생처음 있는 일이었다.


퀭한 눈으로 아침을 맞이하였다. 여전히 모기 자국들은 크고 뚱뚱하게 부풀어 있었고, 여전히 간지러움을 참기가 쉽지 않다. 누가 보면 테니스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줄 알겠지만, 나는 아직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조차 모르는 테린이일 뿐이다. 훈장처럼 남은 모기 자국에 약을 바르면서 지독한 간지러움이 조금 사그라지길 바라는 피곤한 아침이다.


모기에 물리면 피가 날 정도로 긁어냈었던 어린 시절의 나는, 고층 아파트에 살면서는 모기에 물릴 일이 없었다. 모기라는 작은 생명체가 사람을 이토록 피곤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한참을 잊고 살았는데. 나이를 이만큼 먹어도 모기에 물리니 피가 날 정도로 벅벅 긁어내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  오늘밤에는 이 간지러움이 좀 사라지길 바라며 오늘 하루 이 간지러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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