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운영한 지 일 년쯤 되면 카페마다 조금씩 편차가 생겨. 어느 곳은 지속적으로 손님이 느는가 하면, 다른 곳은 고만고만하게 정체되기 때문이지. 손님이 계속 느는 곳은 대개 그 매장만의 개성이 확실하거나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을 통해 손님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
한편 나날이 늘어가는 손님의 수만 믿고 처음 문을 연 당시 그대로 매장의 환경이나 서비스, 메뉴 등을 유지하다 보면 매출이 정체되기도 해.
로스터리 카페의 경우, 처음 하나 둘 문을 열기 시작할 무렵에는 카페 주인이 직접 생두를 로스팅해서 커피의 풍미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손님들에게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갔어. 하지만 오뉴월 맹꽁이도 울다가 그친다고, 한 때 많은 인기를 누리던 로스터리 카페들이 이제는 대부분 매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들 매장에는 눈에 띄는 문제점이 있어. 아직도 그렇고 그런 과거의 메뉴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거야. 콜롬비아 수프리모, 인도네시아 만델링, 브라질 산토스, 코스타리카 따라주, 에티오피아 시다모,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케냐 AA 등 보편적인 메뉴만 제공하고 있으니, 해가 갈수록 고급스러워지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보이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질 수밖에. 생두 수입 업체에서 들여오는 커피 생두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데, 고작 10가지의 생두만으로 손님의 관심을 끌려고 하다니. 그것도 어디 가나 있는 메뉴로만 말이야. 매출이 늘기는커녕 현실 유지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판이라고.
손님들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봐. 어쩌다 우연히 새로 생긴 로스터리 카페에 들렸는데 그곳에는 그동안 맛보지 못한 또는 맛보고 싶은 갖가지 커피가 눈길을 사로잡는 거야. 그래서 생소하지만 왠지 마셔봐야 할 것만 같은 커피를 주문했는데, 이건 오렌지 향뿐만 아니라 꽃향기도 나고, 맛은 또 어찌나 좋은지 순간 행복감에 빠져들 정도로 대만족인 거지. 고작 커피 한 잔이지만 평소와 달리 환상적인 경험을 한 손님이 그렇고 그런 그대의 카페를 찾겠어?
고객의 마음은 이렇듯 쉽게 변하는 거야. 쳇바퀴 도는 평범한 일상과 다를 바 없는 지루하고 식상한 커피를 사 마시기 위해 누가 지갑을 열어 힘들게 번 돈을 지불하려 하겠어. 그깟 커피 한 잔 마시려고 상사 눈치 보며 일부러 사무실을 몰래 빠져나와 그대의 카페로 가겠냐고.
작년 한 해 엄청난 돌풍을 몰고 온 메뉴가 있어. 바로 블루 레모네이드야. 이태원에서 시작해서 홍대, 강남까지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이 블루 레모네이드가 들려 있었지. 이 메뉴를 모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도입해서 텔레비전 드라마에 협찬도 했어. 그 드라마 주인공들은 카페에 앉아 매번 블루 레모네이드를 시켜놓고 대화를 하곤 했지. 또 채널을 돌릴 때마다 그 음료가 등장해서 세상엔 온통 블루 레모네이드만 있는 것 같았어.
그대에게 물어볼게. 그대의 매장에는 이 음료가 메뉴에 있어? 메뉴에 올리지 못했다면 그 이유는 뭐야? 로스터리 매장이어서 그런 음료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그 음료 레시피를 몰라서 못했다고? 괜히 메뉴만 많아져서 힘들어질까 봐 안 했다고?
이 음료를 메뉴에 올리지 않았어도 매장이 잘 돌아가고 있다면 할 말은 없어. 하지만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이 음료로 추가 매출을 낼 수 있는지 고려해봐야 하지 않아? 앞 뒤 재보지 않고 무조건 우리 매장엔 어울리지 않는 메뉴라고, 레시피를 모른다고, 메뉴의 수를 늘리면 힘들어질까 봐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고? 그대 정말 카페 운영하는 사람 맞아? 카페를 취미로 하는 거야?
이번엔 반대로 물어보지. 로스터리 매장에서는 손님들이 커피만 주문해? 새로운 음료에 대한 레시피를 알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 봤어? 손님들이 잘 찾지 않는 메뉴를 대체할 만한 게 뭐가 있나 생각해 본 적은 있어?
유행을 따른다는 건, 매장의 정체성을 버리라는 극단적인 요구가 아니야. 그대의 매장이 지닌 고유의 개성은 유지하되, 당시의 트렌드에 맞게 조금씩 변형을 해보라는 거야. 이보다 쉬운 일이 또 어디 있어.
그대가 굳이 유행을 선도할 필요 없이 현재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건데 말이야. 이미 수요가 생겼고, 그대는 그에 맞춰 공급만 하면 되는 거잖아.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블루 레모네이드를 찾으면 그대도 트렌드에 맞춰 블루 레모네이드를 만들면 되는 거라고.
레시피는 레모네이드의 시럽을 공급하는 유통업체에 물어보면 돼. 자기가 공급하는 부자재로 음료를 만드는데 그들이 모를 리 없지. 심지어 해당 음료의 베이스, 밀리미터당 맛과 향을 내는 음료 파우더가 몇 그램, 얼음을 몇 조각 넣어야 하는지까지도 알려준다니까.
그대, 지금 매번 바뀌는 트렌드를 어떻게 따라잡느냐고 걱정하고 있지? 참으로 답답하기 짝이 없군. 시중에 나오는 잡지며, 텔레비전 드라마, 카페 동호회, 카페 관련 세미나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어. 심지어 메뉴에 없는데도 손님들이 먼저 찾기도 해.
카페 시장에서 음료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한다는 건, 조만간 카페의 문을 닫을 각오를 하고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야. 트렌드라고 해봤자 한꺼번에 새로운 음료가 수십 가지나 유행을 타겠어? 기껏해야 한 두 종류가 인기를 얻을 뿐이야. 그것 하나 감당하지 못해서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다니. 차라리 근처에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서 트렌드 메뉴 주문해 놓고 카운터 옆에 서서 음료 제조법이나 살펴보는 게 낫지. 그동안 카페를 운영해 온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봐.
그 카페에서 쓰는 파우더와 시럽과 소스가 어떤 종류인지, 그 양은 계량컵에 얼마나 담는지 또는 펌핑하는 횟수만 봐도 대충 알잖아.
굳이 트렌드를 따르지 않고도 그대의 매장이 자랑하는 독특한 매력을 십분 살릴 수 있다면 대환영이야. 그렇지 않다면 트렌드에 맞게 음료를 개발하고 적용해서 매장이 정체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그 기회를 잡아야 해.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