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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기홍 Jul 25. 2017

커피는 과학인가, 인문학인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커피에 대해 깊게 파고드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커피의 맛에 대해 구체적인 용어와 숫자로 설명하게 되는 것이 커피업계의 트렌드가 되었지요. 저 역시 컨설팅을 할 때 클라이언트들에게 이해하기 쉬운 용어와 숫자로 커피의 맛을 설명하곤 하지요. 사람들에게 커피의 맛을 정의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을 때는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와 이해하기 쉬운 수치로 표현하는 것만큼 설득력이 있는 게 과연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요 몇 년 사이 뒤죽박죽이던 커피에 대한 개념과 이론을 정립해 보려고 참 많이도 공부했지요. 심지어 국내 자료들이 미덥지 않아서 커피 산지, 해외 카페, 해외 협회들을 찾아다니면서 체험도 해 보고 토론도 해 보면서 제 나름대로의 커피에 대한 정의와 맛에 대한 개념을 세워놓았습니다. 물론 이게 맞는 것인지는 아직도 참 알쏭달쏭합니다만...^^; 

최근의 커피업계를 보면 생두, 로스팅, 커핑, 추출... 등 이 모든 것들을 과학적으로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생두를 얘기할 때는 수분율이나 밀도, 사이즈, 고도, 기후 등 과학적인 근거로 생두의 상태와 등급을 알아낼 수 있지요. 로스팅에서는 화력, 온도, 열전달, 공기의 흐름, 생두의 양 등 꽤나 많은 변수들을 수치화하여서 프로파일로 만들고 이 프로파일이 근거가 되어 로스팅이 잘 되었나 아닌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고요. 커핑에서는 큐그레이더(물론 일반인들도 가능함)의 후각과 미각으로 감지한 커피의 관능적 요소들을 숫자로 표현하여 생두의 등급과 가치를 매길 수가 있고요. 또한 추출에서는 TDS(물론 이게 맛이 있다 없다를 판별할 수는 없지만...), 추출 온도, 물의 양, 그라인더의 입도 조절 등 꽤나 많은 변수를 수치화해서 표현하기도 하지요. 

여기까지 얘기하면 커피를 참 과학적으로 풀어내는구나, 커피를 하려면 이렇게 연구도 많이 하고 숫자에도 밝아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렇게 파고드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커피마루나 기타 커피 애호가들이 많은 온라인 동호회에서 커피의 맛을 정의 내리기 위해 갑론을박을 벌이기 일쑤이지요. 가끔 심한 싸움(?)과도 같은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니 참 별나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런 커피에 대한 얘기들이 일반 대중들에게로 옮겨가면 그 양상이 달라집니다. 그들에게는 이런 수치가 남의 나라 얘기라는 겁니다. 그저 단순히 카페에서 즐기는 음료이지 그 이상의 특별함도 없는 성질의 것이라는 겁니다. 커피라는 것을 맛있다, 맛없다의 단순한 이분법적인 결론으로 귀결시키고 마는 것이 일반적으로 카페를 찾는 사람들의 모습이지요. 이렇게 맛이 있다 없다라고 하는 것도 그때 그때 상황이나 분위기에 따라서 사람들의 입맛이 달라지니 카페의 바리스타들이 열심히 커피의 맛을 설명한 것이 말짱 도루묵이 되기도 합니다. 이럴 때 이 커피가 왜 맛있는지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 바리스타들은 정말 힘 빠지지요...ㅜㅜ

그렇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저는 커피를 과학에서 시작해서 인문학으로 마무리합니다. 카페를 찾아온 손님이나 친구들에게는 커피를 설명할 때 커피가 자라고 생산되고 로스팅되고 추출되는 과정을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하고 감성적인 부분을 덧씌워서 얘기를 합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커피인들이 사용하는 용어나 숫자를 얘기해 봤자 이해하기도 어렵고 오히려 커피로부터 관심을 멀어지게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제는 숫자 따위는 얘기하지도 않습니다. 차라리 손님이 마시고 있는 커피의 산지 이야기나 영화 이야기를 들어 감성적인 부분을 끌어내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손님과 바리스타들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건 역시 감성적인 분위기라는 거지요. 


영화를 보면서 커피 이야기를 하고, 데이트를 하면서 커피 이야기를 하고, 친구들과 삶을 얘기하면서 커피를 마시고, 노부부가 함께 살아온 추억을 어루만지며 커피를 마시고... 우리의 일상 속에서 커피란 건 이제는 떼 놓을 수 없는 부분이 되었지요. 그래서 저는 커피는 인간을 이야기하고 문화를 이야기할 수 인문학적인 요소가 참 크다고 생각합니다. 커피를 손님에게 나가기 전까지는 바리스타나 로스터는 커피에 대해 굉장히 심도 깊고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서 최고의 컨디션을 가진 커피를 만들어 내야 하고 그 최고의 커피를 손님이 마실 때 맛있다라는 단순한 결론을 넘어선 감동과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 내가 마신 커피에 대해 손님이 추억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감동이 쌓일 때 비로소 그 카페의 가치를 알아주는 손님들로 북적일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과학을 통해 최고의 커피를 만들어 이 커피가 왜 맛있는지 과학적 근거를 들어 이유를 설명하고 거기에 감성을 입혀서 고객에게 최고의 감동을 주자는 거지요^^ 과학이냐 감성(인문학)이냐를 이분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이 두 가지를 잘 버무려서 멋진 커피 라이프를 즐기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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