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기
[제주일기]
2017. 7. 27.
중문관광단지를 걷는 법1.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 구경하느라 무엇을 느낄 틈이 없었는데도 주상절리는 뇌리에 깊게 박혀 항상 다시 가보고 싶었다. 주상절리와 중문색달 해수욕장, 천제연 폭포를 목표로 채비를 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덜 힘든 코스일까 지도를 보고 고민해도 알 턱이 없었다. 버스노선이 가장 먼 곳부터 거슬러 올라오면 집에 가기도 편하겠지라는 마음으로 주상절리대에 가기로 했다. 중문 관광단지는 이름처럼 온갖 호텔과 리조트, 컨벤션 센터로 이루어져 관광객을 위한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휴양지로 부드럽게 길들여진 제주랄까.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이면서 “제주 국제 컨벤션 센터”이기도 한 정류장. 거대한 컨벤션 센터 단지 앞에 내려섰다. 회의가 하나도 없는지 그 넓은 땅과 건물에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고 적막했다. 여러 건물로 복잡할 때 만이 아니라 사방이 뻥 뚫려있을 때도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길을 잃을 리 없는데 지도를 봐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었다. 큰 건물을 짓는다고 경관 정리를 했는지 작은 관목들과 잡초뿐이었다. 삭막한 뙤약볕을 도를 닦는 기분으로 걸었다. 반대편에서 중간 크기의 개 두 마리가 나타났다. 나를 흘긋 보고는 내가 갈 길로 쫄랑쫄랑 앞서갔다. 서로를 다정하게 챙기며 가는 두 개를 보며 서로가 있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개들을 따라가다 보니 주상절리대 입구가 나타났다. 입장권을 끊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입장. 소나무들 사이로 새파란 바다가 보이다가 절벽이 나타났다. 에메랄드, 코발트, 깊은 파랑, 하늘.. 온갖 빛깔로 반짝이는 깊은 바다가 검은 육각형의 현무암 절벽에 부딪쳐 하얗게 부서지고 있었다. 사람이 깎은 것도 아닌데 어쩜 이리도 정교하고 균일하게 육각형 모양을 이루고 있는지. 전망대를 도는 한 걸음걸음마다 풍경이 달라져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각 방향마다 매력이 달라 보는 맛이 달랐다.
파도에 의해 깎인 것인가 궁금해하고 있는데 주상절리는 용암이 흐르다 차가운 바닷물을 만나 급속도로 응고되어 만들어진 것이라는 설명문이 있었다. 용암 결정이 육각형이었던 것이다. 눈앞에 뜨거운 용암이 펄펄 끓어 밀고 내려오다가 바다를 만나 굳어지는 모습이 펼쳐지는 듯했다. 제주가 화산섬이라는 것을 다시금 떠올렸다.
알고 보니 주상절리대 산책로는 중문색달 해수욕장으로 연결되는 올레 8코스였다. 절벽 가까이 바다를 보며 걸으니 속이 뻥 뚫렸다. 아까 만났던 개 두 마리를 다시 만나 반가워하며 걸었다. 올레 8코스 경로가 바뀌었다는 표지판이 있었다. 원래 코스에는 씨에스라는 호텔이 들어서 있었다. 올레를 걷는 사람들로부터 아름다운 풍경을 빼앗을 권리가 그들에게 있는 것인가. 호텔을 뺑 둘러 걸으며 화가 났다.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