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굳이 크로아티아 여야만 했는가.
크로아티아.
유럽 발칸반도 서부의 아드리아해 동부에 있는 나라.
이는 한 포털사이트에 '크로아티아'를 검색하면 나오는 내용으로 말 그대로 크로아티아라는 나라를 정의하자면 그렇다.
하지만, 크로아티아를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한 단어로 정의가 내려지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숨겨진 매력이 무수히 많은 나라, 완전한 휴양지도 그렇다고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와 같은 무수한 유명 관광지나 문화유산을 배출한 것도 아니고 그 이름을 들었을 때 어느 누구의 머릿속에도 동시에 딱 떠오르는 랜드마크가 있는 것도 아닌 나라.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의 반 밖에 되질 않고, 인구수는 10분의 1도 되지 않는 나라. 숫자적으로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작은 나라에 뭐 그리 볼 것이 많다고 열몇 시간을 날아 유럽까지 가서 굳이 크로아티아를 가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단언컨대 당신은 아직 진정한 보석을 보지 못했노라고 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어떠한 글로 푸르디푸른 아드리아해를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떠한 수식어로 크로아티아인들의 다정함과 밝은 기운을 묘사할 수 있을까.
맥도널드, 스타벅스와 같은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 하나 없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어떻게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을까.
역시 방송매체의 힘은 크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예능천재라는 별명이 붙은 나영석 PD의 여행 시리즈의 시초였던 "꽃보다 할배"에 이어 연타석 홈런을 날린 "꽃보다 누나"를 통하여 대중들에게 크로아티아가 알려진 건 누구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크로아티아라는 나라는 유럽의 어느 한 나라, 축구를 잘하는 나라쯤으로만 알고 있던 나 역시도 여배우들의 크로아티아 여행기를 본 이후부터 크로아티아 앓이를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나 같은 한국인들이 꽤 많은가 보다. 최근 몇 년간 크로아티아에 한국인 관광객 수가 어마어마하게 늘었다는 걸 보면.
2016년 봄.
그 방송을 본 이후로 온통 내 머릿속을 지배해버린 크로아티아 여행에 대한 나의 열망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나도 저 푸른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며 레몬 맥주를 마셔보고 싶었다. 나도 로마 황제가 사랑했다는 스플리트로 가서 왜 그리도 그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도시였는지를 알고 싶었다. 나도 크로아티아의 멋진 해안도로를 달리며 자유를 살아있음을 만끽하고 싶었다.
뜨거웠던 나의 열망은 무슨 일이 있어도 조만간 반드시 가고야 말겠다는 꼭 이루고 싶은 바람이 되었고, 그 바람이 의지가 되고, 의지가 꿈이 되고,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드디어 맞이하게 되었다.
크로아티아의 수도이자 관문인 자그레브(Zagreb)
죽기 전에 꼭 봐야 한다는 플리트비체(Plitvice)
로마 황제가 사랑했던 도시 스플리트(Split)
아드리아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Dubrovnik)
여행 전 낯설기만 했던 이 도시들이 여행이 끝난 뒤, 나에게 엄청난 의미로 다가왔음을 크로아티아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기 전까지의 난 알지 못했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구름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 속 세계에 불과했을 테니.
그렇게 나의 크로아티아 여행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