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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K Jun 11. 2019

취업의 기준 정하기 #2

문과인 내가 잘할 것 같았던 직무들과 현실

대학생 시절 나는 늘 질문을 던졌다. 내가 뭘로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취업준비를 하는 약 1년 동안, 수백 개씩 쏟아지는 채용공고에 자소서를 쓰며 '여기 가도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사치에 불과했다. 다른 길이 없는지 돌아볼 수 없었다. 여자에, 문과에, 학벌도 좋지 않은데 취업 시기를 놓쳐 나이까지 많으면 답이 없다고 생각하며 늘 불안했다. 이 전쟁에서 혼자 뒤처졌다가는 인생의 영원한 LOSER 신세를 면치 못할 것 같았다. 매일 밤낮으로 채용공고를 하나씩 뜯어보며 타깃을 정했다.






[희망직무]

1. 구매

2. 해외영업

3. 마케팅



외국어는 나의 강점이었고, 다행히 당시 많은 회사들이 외국어를 잘하는 신입을 선호했다. 심지어 외국어를 잘 안 쓰는 부서(지원, 개발, 생산)들도 외국어를 잘하는 지원자들을 우대한다는 내용을 채용공고에 적어놓았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부서의 조직장 같은 경우 관리하는 팀원들의 외국어 자격증 보유비율도 평가항목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으며, 평소에 외국어를 안 쓰다가도 갑자기 쓰게 되는 상황(통역사의 부재, 고객사 접대, 내용이 틀리면 안 되는 중요한 공문, 해외 논문 리서치)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내가 취업 준비 당시 구매를 제일 선호했던 이유는 세 가지였다.


1) 여성으로서 영업과 같이 '을'의 위치에서 있기란 쉽지 않으니 '갑'의 위치에 있는 부서에서 일하고 싶었다. * 실제 우리 회사는 구매부서에서 일하는 여직원들의 비율이 높으며, 근속연수도 길다. 또한 비 엔지니어 출신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여성 임원도 현존하고 있다..!
2) 내가 공부해 온 외국어를 활용할 수 있다.
3) '갑'의 역할을 하는 구매담당자는 외국어를 완벽히 구사할 필요가 없어 외국어 스트레스도 덜 할 것이라 예상했다.



실제로 나는 첫 번째 회사에서 전략구매를 담당하게 되었고, 1,2,3을 다 누릴 수 있었지만 다른 복병이 존재했다. 여성이 많으니 눈치라던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존재했고, 외국어도 안심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리고 새로이 알게 되었던 부분은, 업계에 따라 구매부서가 '갑'이 아닌 '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현대차에 납품하는 업체들은 현대차의 큰 물량과 Name Value를 기대하며 현대차 구매담당자들을 '갑'으로, 아니 때로 신으로 모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ASUS나 화웨이에서 Memory를 담당하는 구매담당자라면, 메모리 공급 물량에 Up&Down이 심할 경우 삼성 Memory 담당자에게 우리 ‘도’ 제품을 사갈 수 있도록 ‘요청’을 해야하는 구조에 놓인다. 바로 이와 같은 상황에 있었던 나는 구매부서에 들어갔으나 예상했던 만큼 '갑'의 위치를 누릴 수가 없었다.








다음으로 선호한 직무는 사실 영업이 아닌 마케팅이었다. 학교에서 배웠던 것처럼 시장을 조사하고, 전략을 짜서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무척이나 능동적이고 보람 있으며, 즐거울 것 같았다.


현실 : 실제 회사에서의 마케팅은 내가 생각하는 모습과 많이 다르다. 매우 수동적이며 보고자의 ok가 떨어질 때까지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 정신노동 또한 이면에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최신 정보를 입수하는 Route가 Web 또는 유료 Report라 매우 제한적이기도 하다. 때문에 보통 영업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영업이 생생한 정보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이에나처럼 기다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생활을 하기 전, 잘 웃고 사람들을 쉽게 믿는 편이었던 나는 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데에 부담이 없었다. 모르는 것을 배워가는 대화가 즐거웠고 더군다나 열심히 공부한 외국어를 활용하여 일할 수 있는 해외영업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었다. 이 같은 이유로, 두 번째 입사한 회사에서 구매로 지원한 나를 해외영업으로 배치했을 때 나는 큰 거부감이 없이 그 결정을 따랐다.


현실 : 하지만.. 우리는 친구를 사귀거나, 상담을 들어주기 위해 고객을 만나는 것이 아니다. 클럽에 있는 멋진 노란 머리 파란 눈, 검은 머리 검은 피부 외국인을 만나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삼촌/아빠뻘 개발자에게 제품에 대해 소개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열어 내 제품에 낚일 수 있게 최대한 정보를 많이 끌어내는 것이 업무이다. 이를 위해서 아무리 힘들거나 피곤해도 티를 내지 않으며, 상대방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꼭 아부를 떨 필요까지는 없지만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을 조절하는 등 긴장 속에서 대화를 잘 이끌어가야 한다. 이 줄타기가 진짜 영업사원의 기질이다. (나는 연차가 쌓일수록 부담도 쌓여 출장 때마다 스트레스가 점점 커져만 간다. 마음수련이 필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타고난 성격이 누구와도 쉽게 어울릴 수 있는 분! 분명히 영업 외 다른 일도 잘하실 수 있을 테니 only 그것만으로 스스로를 영업맨이 적성일 것이라 판단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영업직무는 생각보다 많은 대내/외적 노력과 희생, 그리고 인내가 요구되는 직무이다. (물론 수주에 성공했을 경우 그 스트레스는 다 기쁨이 되어 돌아온다.)











취업을 준비하게 되면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든, 아무 곳에서라도 날 써주기만 했으면 싶어 마음에 여유가 없다. (나는 구두라도 닦겠다는 말이 입버릇이었다) 그래도 새롭게 취업을 준비하는 독자분들께서 한 번쯤은 생각해보길 바란다. 내가 이 직무를 지원하는 진짜 이유를...(자소서 버전 말고). 적어도 그 고민을 하고 일을 시작하게 되면 힘든 순간이 왔을 때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라며 뿌리부터 흔들리는 혼란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 다음 편 계획

   . 취업에 도움되었던 것과 아닌 것

   . 실제 진행했던 이력

   . 취준 당시와 현재의 비교

   . 취준 하며 터득한 꿀팁 (서류, 적성검사, 면접)

   . 인턴 시절에서 배워야 할 것

   . 워킹홀리데이 경험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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