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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로운 May 02. 2022

게으름이 고민인 당신에게

내면의 나에게 조금 더 친절해지기


왜 아무것도 안했는데도 피곤하지?

 지난 주 급체를 하고나서부터 집을 돌보지 못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저 쉬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서 다 내버려 두고 기회만 된다면 침대에 누워서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설거지는 쌓여가고 분리수거를 해야 할 쓰레기는 현관 앞에 쌓여갔다. 그래도 그저 쉬어야 할 때 인가보다 쉬었는데도 매일 밤 깊이 잠을 자지 못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는데 왜 더 피곤하지?’


 한 없이 게을러지고 낮잠을 자다 보니 더 이상 쉬고 싶지가 않아졌다. 그래서 일요일 오후 6시부터 몸을 움직였다.


때가 탄 요가 러그를 브러시로 닦았고 화장실을 청소했으며, 쌓여있던 설거지와 냉장고 안을 비워냈다. 분리수거와 쓰레기통을 정리해서 버리고 오니 밤 9시가 되었다.


그날 내 공간을 돌아보니 넓어 보였다. 그리고 깊이 잠이 들었고 저절로 아침 6시 30분에 눈이 떠졌다. 아침 명상을 하다 보니 불현듯 생각이 올라왔다.


‘내 마음이 진심으로 쉬지 못했구나’



나 데리고 살기 쉬운게 아니야

 나를 데리고 사는 일은 늘 아이와 함께 하는 것 같다. 쉬고 싶고 편안한 것, 맛있는 것 먹고 싶은 내가 있다. 뭔가를 하고 싶지 않아서 핑계를 대거나 몸이 아픈 적은 없는가? 이런 나를 달래 가면서 움직이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며 사회적 규범과 비교대상을 갖게 된다. 책임과 의무를 다하라고 강요받을 때도 있다. 그러면서 내 안에 있는 그 목소리를 채근한다.


 쉬지 말고 일할 것, 제시간에 다 할 것, 다른 사람보다 잘할 것. 이러한 자극들은 삶이 윤택해지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내 안의 소리를 무시하다 보면 점점 에너지와 의욕이 떨어져 간다. 어디서 이 무기력이 왔는가 생각하다 바깥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나한테 이런 생각을 심어줬어’

‘팀장님이 나를 싫어하는거 같아’

‘아이가 이것만 안 해달라고 해도 내가 쉴 수 있었는데’


 정말 그럴까?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고 했기 때문에 , 괴롭혔기 때문에 힘들게 억지로 무언가를 한 것일까? 누군가가 나에게 괴로움을 주었다면 그 괴로움을 받겠다고 결정한 것은 내가 아닐까?



힘든 나와 채근 하는 나

 혼자 있으면서도 공간이 깨끗해야지, 지금 뭐 하고 있니라고 말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게으른 것을 가장 싫어하시는 엄마는 하루를 48시간처럼 쓰는 분이다. 환갑이 된 나이에도 보험영업을 하시면서 집에 와서 반찬을 하고,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 집을 돌본다. 이제 독립을 했는데도 난 게을러질 때마다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그래서 항상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엄마는 내 상태도 모르고 늘 나를 채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버리니 나중에는 전화가 와도 받기가 싫었다. 그런데 그것을 받아들인 것은 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엄마와 나를 분리해서 생각할 힘이 생겼다. 엄마는 할 일을 다 해놓고 자야 하는 사람이고 나는 에너지를 충전해야 다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나를 이해하게 되다 보니 이젠 마음이 힘들면 알아차림이 되었다.


 하기 싫어하는 마음이 올라올 때는 왜 그것도 못하는지, 왜 안 하고 이리 게으른 건지 이제는 채근하지는 않는다.


‘그래 네가 쉬고 싶구나 조금 쉬었다가 할까?’


 내가 나 자신에게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고 조금 쉰 뒤 마음을 내어하면 된다. 두려움, 귀찮음, 화남 등이 나와 동일시되기 전에 그것을 알아차려주고 들어주기만 해도 나와 사는 일은 조금은 수월해진다.


  지금 자신이 의지와 다르게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면 자기 자신에게 조금 더 친절해지자. 나를 평가하는 세상 속에 살면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와 잣대를 대지 않는가. 나만이라도 존귀한 내 존재를 위로해주고 연민하는 마음을 가지고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진심으로 마음을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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