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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강 작가의 독일삶 Feb 20. 2022

'뜨게질 산호초' 전시회가 주는 의미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자란 탓에 해물을 무척 즐긴다. 어린 날 밖에서 놀다가 석양이 질 무렵 집에 들어오면 코 끝을 사로잡는 생선내음이 가히 일품이었다. 석쇠 위에서 지글지글 몸을 태우는 갈치와 갈치의 몸뚱아리를 조심스레 뒤적이는 어머니의 뒷테. 그걸 감동이라고 명명한다. 흰 쌀밥과 갈치의 허연 살을 올려먹는 맛이란! 그들은 어린 날 내 식탐을 주무르는 황제였다. 게다가 생선과 해초류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건강 파수꾼이다. 누가 그들의 존재를 과소평가할 수 있겠는가.

그런 인간 건강의 보고였던 바다가 지금 죽어가고 있다. 기후 온난화로 인한 해양생태계의 파괴는 광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건강식탁도 위태롭다.

      

우리가 보이지 않는 바다 속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있다. 바로 산호다. 산호는 바다 속에 사는 식물로 알고 있지만 이는 동물이다. 똑같이 생긴 산호충이 군집을 이룬 형태다. 산호의 색깔은 원래 투명한데, 다채롭다고 느끼는 것은 산호에 깃들어사는 공생조류 때문이다. 온갖 해양 생물이 산호초에서 서식하고 번식하고 숨는다. 일종의 안식처다. 산호초를 서식지 삼아 살아가는 물고기 종류만 해도 1500종에 달한다. 산호초를 바다의 열대우림이라 부르는 이유다.      


산호는 주변 환경에 아주 민감하다. 수온, 산성도 등 환경조건이 공생관계에 영향을 준다. 서식 환경이 최적이 아니면 공생 조류는 사라지고 그렇게 남은 산호는 색을 잃고 하얗게 변해간다. 이러한 백화현상은 산호가 보내는 조난신호라고 보면 된다.      

최근 몇 년 사이 기후변화로 바닷물의 온도가 상승했다. 바닷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성화가 되고, 해양 산성화는 탄산칼슘 형성을 방해하고, 산호의 성장을 저해한다.

사실 산호는 아주 천천히 자란다고 한다. 1년에 1cm 정도. 우리가 바다 속에서 보는 아름드리 산호는 수십, 수백 년을 자랐다고 보면 된다. 건강한 산호초는 해양의 생물다양성을 지켜주고 다양하게 인간에게 도움을 준다. 해양 침식으로부터 해안선을 지키고 사실 관광수입으로도 일등공신이다.      

나는 신혼여행을 사이판으로 갔는데 지금도 잊지 못할 장면은 바다 속이다. 사이판 바다 속의 화려한 산호의 향연을. 맑은 바다에서 스킨스쿠버를 할 때 엄마의 자궁에 있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이렇듯 바다의 열대우림인 산호가 사라지면 해양 생물은 물론 인간에게도 치명타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에 반가운 전시회 소식이 들렸다. 독일 바덴바덴 프리데어 부어다(Frieder Burda) 박물관에서 열린 ‘뜨게질 산호초 전시회’다.

 과학 큐레이터 출신의 자매 예술가인 마가레트 베트하임(Magaret Wertheim)과 크리스티네 베트하임(Cristine Wertheim)이 그 주인공이다. 두 자매는 2005년부터 전 세계 도시를 다니며 뜨개질 산호 전시회를 열고 있다. 그동안 50개 도시에서 2만 여명의 협업자와 함께 전시회를 개최했다. 관람객만 200만 명이 다녀갔다.      


현재 중년의 나이를 훌쩍 넘은 그들은, 호주에서 태어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성장했다. 이 전시회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바다 속 산호의 화려한 미와 다양성을 선보이며, 멸종 위기에 있는 산호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데 의미가 있다.     

마가레트는 말한다.


 “지난 20년 전부터 산호의 백화현상이 진행되고 있어요. 산호는 작은 생물 군집과 함께 공생하고 외부 환경에 아주 민감합니다.
산호는 바다를 살리는 젖줄입니다”    
 

그동안 전시회는 생물학자, 수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참여를 부른, 함께 하는 행사였다, 산호의 공생적 삶과도 연결이 된다.


 이번 독일 전시회에는 바덴바덴 인근에 사는 할머니 뜨개질 그룹 멤버들도 합류했다. 그들은 6개월 전부터 이 뜨개질에 참여했고 노인들에겐 명상의 시간과 같은 의식이었다고 한다.


 이 뜨개질 그룹을 이끄는 산드라 스타들러 여사는 ‘초보자도 할 수 있고, 뜨개질을 하다 작은 실수를 해도 크게 염려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그룹에 참여한 어떤 할머니는, 어느 날 손자가 ‘오, 우리 할머니가 환경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구나! 우리 할머니는 아주 아주 신식이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노인들 스스로도 환경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계기가 된 듯 싶다. 양로원 할머니들에게 이런 협업의 시간을 준다면 의미도 있고, 치매 예방에도 유익할 것이다.


 뜨개질로 만든 모든 산호들은 모아져 예술가 자매들에 의해 재조성되고 특별한 형식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예술의 역할은 무궁무진하다. 창조적 표현을 통해 가치관을 전달하고 사회에 울림을 준다. 우리가 눈으로 보기 힘든 바다 속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바다 생태계의 신음소리도 듣게 한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나에게도 특별한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우리 인간 세계를 투영한다. 보이지 않아도 누군가, 어디선가 신음하는 이들에 대해 시선이 가도록 만든다. 드러나진 않아도 어디선가 존재할 사회적 약자에게도 생각이 스민다.

이들의 전시회가 아니었으면 산호는 그저 우리 뇌리 속에 화려하게 보이는 바다 속 꽃이었을 것이다.


방문객들에겐 그들이 울고 있고,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화려한 빛깔로 다시 살아날 산호를 기대한다. 다양한 뜨개질의 색상처럼.


이번 독일 전시회는 1월 26일부터 시작해 6월 26일까지다.


사진 출처ㅣ Frieder Burda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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