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주에 산다
회자정리거자필반 [會者定離去者必返]
만나는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게 되고,
떠난 자는 반드시 돌아온다.
제주에 살았던 2년 동안은 쉬는날 나가는 것이 여행이었기에 한번도 해외여행을 꿈꾸지 않았었다.
서울로 돌아가 있었던 지난 1년은 여행의 한해였다. 이렇게나 자주 인천공항을 들락날락 한 적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싱가폴-푸켓-LA-멕시코시티-나이로비-파리-하노이-싱가폴로 여행과 출장을 다녔다. 마치 지난 2년치의 여행을 몰아가듯.
10월쯤에는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시절은 하수상했지만 주변 지인들이 많은 회사를 연결해 주었다. 그리고 그 중에 제주의 회사도 포함되었다.
서울의 조건 좋은 회사와 제주의 안정적인 회사를 놓고 고민하는 듯 했지만 내 마음은 이미 기울어 있었고, 지난번과 같은 이유로 제주와 이별하지 않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다.
지난번 제주를 떠난 가장 큰 이유는 '외로움'이다. 다섯식구 복닥복닥 살다가 혼자 사는 삶은 고요하고 평안했지만 가끔 쓸쓸했으며, 집밖으로 나가면 언제든 친구들에 둘러쌓여 살다가 어디나 혼자 가야하는 삶은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차가운 바람을 몰고 왔다.
그런데 1년간 서울에 있으면서 그것을 이해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외로움은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이지 내가 머무는 공간에 있는 것이 아니더라.
부모님을 설득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몇번의 송별회를 하고, 데일리호텔을 전전하며 집을 구했다. 그리고 2017년 2월, 드디어 제주로 돌아왔다!
흔히들 사람 사는거 어디나 다 똑같지 라고 말한다. 특히나 하루의 반을 회사에서 보내는 나같은 월급쟁이는 더더욱 비슷한 삶이 펼쳐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겐 하루의 나머지 반이 있고, 점심시간도 있으며, 황금같은 주말도 있다. 어디에서 사느냐에 따라 이 나머지 시간들이 달라지고, 삶이 달라진다.
나는 제주에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