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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다 Apr 07. 2019

일요일의 양파스프

프랑스 소울푸드 프렌치 어니언 수프

 2년 전, 몽티냑이라는 시골 동네에 일주일 정도 머물렀다. 몽티냑에 도착했을 때는 11월 초였는데 아침저녁으로 꽤 추웠다. 우리 일행은 시내에서는 조금 떨어진 샤토(Chateau De Puy Robert)에서 묶었다. 아침이면 안개가 짙게 깔려 마치 다운튼애비 속 한 장면 같았다.

 해가 나면 평화로운 프랑스 시골 도시가 좋았다. 몽티냑은 오리고기가 유명한 곳인데 맛 좋은 오리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었다. 오리고기와 찰떡인 와인은 말할 것도 없지.

 점심을 먹고 동네를 산책하는 시간도 참 좋았다. 하루를 마무리할 때쯤 집집마다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도 사랑스러웠다. 한국에서 지치고 복잡했던 머리와 마음이 위로를 받았다.



 하지만 해가 지고, 다시 해가 뜨기까지 너무 추웠다. 작은 라디에이터로는 묵고 있는 큰 방을 데울 수 없었다. 유난히 해가 늦게 뜬 어느 날 한국에서 고이 모셔온 컵라면을 꺼냈다. 여행을 하며 라면을 찾는 편이 아닌데 그 날은 따뜻한 국물이 너무도 그리웠다.  19세기 고성에는 커피포트가 없었다. 호텔 지배인인 주인에게 요청하니 아침식사에 커피를 끓여야 하는 포트 하나뿐이니 필요할 때 종을 울리면 뜨거운 물을 제공해 준단다. 다른 손님이 없던 아침 식사 시간 염치를 불구하고 뜨거운 물을 요청했다. 그렇게 라면 국물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마셨다.


아침에 라면 한 컵을 다 먹고도 으슬거리는 몸은 쉬이 나아지지 않았다. 파리와 같은 대도시에 있었다면 쌀국수식당을 찾아갔을 테지만 이곳은 프랑스 시골. 외국 식당 따위는 없다. 

일을 보고 점심을 먹으러 동네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아마 주인아저씨는 동양인 손님을 처음 받아보는 모양이었다. 프랑스어 메뉴판을 보고 영어로 질문할 때마다 성심을 다해 프랑스어로 설명해 주셨다. 알고 있던 몇 가지 단어를 조합해 힘들게 주문을 해냈다.

 

아직도 그 날 내가 먹은 음식들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그 레스토랑에서 프랑스 소울푸드라는 어니언수프를 만났다. 4번째 프랑스를 방문하고서야 프렌치 어니언수프(Soupe à l'oignon)를 만났다.

짭조름한 치즈와 수프에 적셔져 부드러운 바게트 그리고 그릇째로 따뜻하게 데워져 있는 양파수프 한 그릇을 다 먹고 바로 하나를 더 주문했다. 그제야 몸이 따뜻해졌다.



어제 아침 고소한 냄새에 잠을 깼다. 주말이면 나보다 먼저 일어나서 시간을 보내는 남편이 삼시세끼 바다목장 편에서 양파수프를 봤다. 버터랑 양파를 넣고 볶고 있었다.

 

버터를 더 많이 더 오래 볶으며 지켜봤다. 물과 소금, 후추를 좀 더 넣고 끓여낸 양파수프를 그릇에 옮겨 담았다. 모차렐라 치즈가 없어서 슬라이스 치즈를 넣고, 살짝 구운 식빵을 잘라 조금 잠기게 얹은 후 슬라이스 치즈를 한번 더 얹어 전자레인지에 3분 동안 돌렸다. 완성!

 집에 있는 재료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

오늘 장바구니에는 모짜렐라 치즈를 꼭 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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