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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다 Apr 27. 2019

토요일의 볶음밥

어디서나 먹히는 볶음밥

토요일 아침.

느지막이 잠에서 깬다. 이름에 걸맞은 암막커튼 덕분에 아직 방안은 어둠 속이다. 

세탁실의 문을 고치기 전에는 보일러의 배관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나를 깨우기도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파트 하자관리팀에서 세탁실 문을 꼼꼼하게 고쳐주어 이제 더 이상 빗소리가 나를 깨우지 않는다.

지금은 고사리 장마철이니 비가 내린다면 비가 오려나? 오늘 아침에는 고사리를 꺾으러 가볼까 싶었는데 말이야.

언제나처럼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남편이 커튼 밖을 빼꼼히 내다 보고는 날씨가 좋다고 알려준다. 

아,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일어나기 싫어) 고사리는 많이 없겠다. 그러니 더 자자. 

어제 침구를 바꿔뒀더니 시트에서는 향기가 나고 이불은 유난히 바삭거려서 포근하네. 그러니 더 누워있자.


주말 아침에 먼저 일어나는 남편은 거실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낸다. 나는 이불속에서.

그렇게 보내는 각자의 시간이 앞으로의 결혼생활에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될지 모른다.

남편은 토요일 아침의 루틴이 있다. 캡슐커피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한잔 내려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시청하는 일. 느지막이 일어나서 남편이 보고 있는 TV를 슬쩍 보며 '저긴 어디야?'라고 묻고 마음에 드는 도시가 나오면 '우리 다음에 저기는 꼭 여행하자'라고 약속한다. 그리고 아침 먹을 준비를 시작한다.



지난밤 우리는 '현지에서 먹힐까' LA 편을 봤다. 촬영할 때가 때마침 번개가 어마어마하게 치는 날이었다. 지난 3월 미국으로 가기 전날이어서 남편이 관련 기사를 보내줬던 기억이 났다. 그렇게 번개 이야기를 하며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이연복 셰프의 만두와 볶음밥이 나왔다. 남편은 볶음밥, 비빔밥 류의 음식을 좋아한다. 볶음밥을 보고 흥분해서 지금 당장 볶음밥을 만들겠다는 남편을 다독였다.(이미 우리는 새우 오일 파스타와 갈라시아식 문어에 와인도 한 병 먹었다.) '여보, 내일 아침에 먹자. 우리 계란국도 있으니 얼마나 좋아!'


우리 집에서 볶음밥, 김치찌개, 카레, 짜장, 만두 굽기는 남편 요리다. 나는 어렵고 귀찮은 메뉴를 남편은 마치 삼시 세 끼의 차승원이 요리하듯 레시피 없이 뚝딱뚝딱 만들어 낸다. 오랜 자취생활로 다져진 메뉴들이란다. 

오늘도 남편이 솜씨를 발휘한다. 


오늘 아침을 위한 볶음밥에는 달걀 3개, 밥 두 공기, 파프리카 반개, 파(잎 부분) 조금, 굴소스만 있으면 된다. 

먼저 기름을 두른 팬에 달걀을 넣고 스크램블을 만든다. 다 익기 전에 밥 두 공기에 굴소스 한 스푼을 넣고 열심히 볶는다. 밥을 한 알 한 알 분리시켜주는 것이 관건! 

그리고 파프리카와 파를 넣고 볶다가 간에 맞춰서 소금, 후추 챱챱 하면 끝.


계란국은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10분 정도 끓인 육수에 풀어둔 달걀을 한 방향으로 천천히 돌려가며 넣어준다.

이때 포인트는 달걀물을 넣고 10초 정도 두는 것! 10초 후에 수면 위로 떠오르면 천천히 저어주면 된다. 그리고 국간장 반 스푼, 채 썬 양파 반개, 썰어둔 대파 조금. 

끝이다. 마찬가지로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추면 된다. 


빨간 파프리카를 사용했더니 색이 참 예쁘다. 


매콤한 걸 좋아하는 남편은 완성된 볶음밥에 카이엔 페퍼와 스리라차 소스를 

나는 슬라이스 치즈를 얹어 스리라차 소스를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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