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럴 수만 있다면 영원히 이렇게 살면 좋겠다.
나는 우리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 엄마는 내가 해달라는 건 다 해준다. 말만 잘하면 말이다.
컴퓨터가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컴퓨터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더니 엄마는 컴퓨터를 사주셨다. 내가 생각해도 기가 막힌 전략이었다. 엄마는 거기서 끝내지 않았지만.
이찬진 컴퓨터교실에 등록해 컴퓨터 과외를 받게 해 주셨는데 컴퓨터 선생님이 집으로 오셔서 컴퓨터를 알려주셨다. 난 컴퓨터가 필요했을 뿐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선생님께서는 수업 잘 들으면 게임을 깔아주겠다고 날 살살 꼬셨다. 한 번은 CD가 가득 든 네모난 가방을 꺼내셨는데 거기엔 게임이름이 적혀있는 CD가 잔뜩 들어있었다.
“와…”
선생님이 부러웠다. 나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그러면 이 게임들 다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쌤 이거 다 깔아주면 안 돼요?”
올챙이와 병아리도 그렇게 키우게 되었다.
“엄마 너무 귀여워서 샀어!”
이렇게 말하면 엄마는 정말 귀엽다며 좋아하셨다.
병아리는 학교 앞에서 할아버지가 네모난 박스에 풀어놓고 파셨는데 노란색 병아리는 300원, 보라색 파란색 빨간색 병아리는 500원이었다.
노란색 병아리를 한 마리 샀다. 하지만 이 친구는 며칠 지나지 않아 시름시름 앓다 죽어버렸다. 엄마와 함께 화단에 묻어주면서 물었다.
”엄마 병아리는 왜 이렇게 빨리 죽어?“
“병아리가 혼자서 외로우니까 그런 거 아닐까? “
“그럼 친구가 많으면 안 죽겠네?”
엄마에게 돈을 더 받아서 노란 병아리 6마리를 샀다. 할아버지는 흰색봉투에 병아리 6마리를 담아주셨다. 집으로 가면서 봉투를 가끔 열어 병아리가 잘 있나 보았다. 귀여운 병아리들을 보며 히죽히죽 웃었다. 병아리들은 잠이 오는지 이리저리 뒤엉켜 눈을 감고 조용히 삐약삐약 거리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병아리들을 거실에 모두 풀어놓았다. 몇 마리는 조용히 앉아 눈을 감고 삐약 거리고 몇 마리는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집안이 온통 삐약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일을 하고 돌아오신 엄마는 삐약이들을 보고선 어디선가 박스 하나를 구해오셨다. 그리고 병아리들도 방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나는 삐약이들을 한 마리씩 잡아 방에 넣어주었다. 막냇동생은 이때다 싶어 방 안에 갇힌 삐약이들을 무작정 잡으려 했다. 나는 동생이 병아리를 잡아 죽일 거 같아 그렇게 하지 말라고 짜증 냈다.
“그렇게 잡으면 죽는다고!”
그렇게 말하고서 나는 살포시 병아리 한 마리를 잡아 올렸다.
”삐약아 오늘은 나랑 같이 자자~“
나는 귀여운 삐약이랑 같이 자고 싶었다. 그래서 삐약이 한 마리를 따뜻하게 품 속에 품고 쓰다듬어주면서 잠에 빠졌다.
다음날 살아있는 병아리는 다섯 마리가 되었다.
나는 엄마와 약속했다.
다시는 병아리와 함께 자지 않겠다고.
삐약이들은 똥을 많이 쌌다. 하루는 학교를 다녀와서 보니 삐약이 털에 똥이 묻어있었다.
”아이 더러워 좀 씻어야겠다 니는“
나는 똥 묻은 삐약이를 잡아 올려 화장실 세면대로 데려갔다. 그리고 삐약이를 세면대에 놓고 물을 틀어 삐약이를 씻겼다. 그 후로 그 삐약이 목 밑에 커다란 혹이 생기더니 시름시름 앓다 죽어버렸다.
‘병아리는 물에 닿으면 죽나 보다…’
병아리 목욕은 안 하기로 했다. 이제 살아남은 병아리는 네 마리가 되었다.
가혹한 환경에서 잘도 살아남은 삐약이들은 쑥쑥 자랐다. 너무 커져서 박스방이 작아질 때 즈음 엄마는 오래된 싱크대 하나를 가져와 베란다에 두셨다. 우리는 커진 병아리를 오래된 싱크대 밑 냄비를 넣어두는 곳으로 옮겼다. 새로 이사한 곳이 마음에 들었는지 삐약이들은 싱크대 안에서 삐약삐약 신나게 울어대었다.
삐약이들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고모가 집으로 찾아오셨다. 어릴 때 엄마아빠가 모두 일을 하셔서 항상 고모가 나를 돌봐주셨는데 아직까지도 가끔 오신다. 나는 다 컸는데 말이다. 혼자서 계란프라이도 할 줄 알고 라면도 끓일 줄 아는데 왜 오시는지 모르겠다.
고모는 닭이 다되어가는 삐약이들을 보고 놀라신 거 같았다. 나는 고모에게 삐약이 잘 키웠죠? 라며 자랑했다.
며칠 후 학교에서 돌아오니 삐약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나는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삐약이 어디 갔냐고 물었다. 엄마는 고모가 삐약이 만 원에 사갔다고 말했다.
“아 왜!”
고모는 삐약이가 똥을 너무 많이 싸서 집에서 키우면 더럽고 병에 걸린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해가 안 되었다. 지금까지 잘 키웠다. 끝까지 잘 키워서 닭까지 키우고 싶었다. 화가 났지만 며칠가지 않았다. 삐약이와 함께하지 못하는 건 문제도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삐약이가 날 떠난 건 문제도 아닌 것이 이제 주말마다 아빠를 봐야 한다.
이런 사실을 듣고 걱정 말고는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