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맫차 Mar 20. 2022

인간, 정치적 동물의 길

그리고 유머적 동물이기도 한

며칠 전,

아니 벌써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투표권을 행사한 4번째 대통령.

역대 최악의 선거라는 말이 선거 내내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를 장식했지만,

선거 때마다 뭐 매번 정치적 상황은 최악을 달렸고

살아가는 삶은 더 팍팍해진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2주 전쯤인가 서점에 들러서

이 책을 집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까지도 정확히 누구를 뽑아야 하는지

아니 투표를 하긴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에

조금이나마 힌트를 얻고 싶은 간절한 심정을 가지고 말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현실적으로,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명백히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할 나이이며,

그리고 아마도 이 기간 동안 어른이 되기 위한 또 다른 스텝을 밟아 나가야 할 것이고,

그렇게 5년이란 시간 사이에 수많은 고민과 의사결정을 해야 하니까.


사회학과 출신으로 단순히 콕 말하자면,

개인을 둘러싼 사회는 그 개인만큼이나 너무나 중요하다. (아니 사회가 더-)




p.64

이래서 소프트 파워는 약자의 무기일 뿐 아니라 강자가 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강자는 자신이 파워를 가지고 있기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파워로 여겨지기에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경지를 꿈꾼다. 그가 단순히 파워를 가진 것이 아니라 그가 파워의 동의어가 되고 나면 그는 따질 것 없이 그저 동경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정치는 파워를 지향하고, 파워는 소프트 파워를 지향하고, 소프트 파워는 생각 없음을 지향한다.


p.109

낱낱이 흩어져 있던 인간들이 어떻게 단일한 의지를 가진 권력체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일까? 그냥? 심심해서? 그렇지 않다. 그들은 주지 못해서 변신하는 것이다. 변신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지속되는 두려움과 난폭한 죽음의 위협"으로 인해 인생이 "고독하고, 열악하고, 고약하고, 잔인하고, 짧아질까 봐" 변신하는 것이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정도로 괴롭기 때문에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 변신 덕분에 인간은 비로소 삶을 견딜 수 있게 된다. 투표는 인간이 정치적 인간으로 변신했던 그 위대한 상상을 되살리는 축제다.


p.130

연설문에는 장기적인 비전이 담겨야 한다. 시대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의식이 팽배한 사회에서는 특히 그러다. 목전의 청중에게 호소하면서도 제법 시간이 흐른 뒤 다음 세대가 읽어도 좋을 만한 명료하고도 유려한 연설문을 남겨야 한다. 좋은 연설문은 세대를 뛰어넘어 시민 교육의 바탕이 될 수 있다. 비전을 제시하는 연설문이라면 당대의 청중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


p.183

저렇게 자신을 드러낸 것은 무섭지 않다고. 무서운 건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그렇다. 보이는 것이 있고,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표층이 있고 심층이 있다. 표면이 있고 저류가 있다. 보이지 않던 것은 어느 날 예상치 않게 표면으로 떠올라 사람을 놀라게 한다. 그것이 바로 삶의 아이러니다.


p.267

"인간은 변하지 않아."

인간을 자기 예측대로 통제하고 싶은 사람은 인간이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인간이 변하지 않아야 예측하기 쉽고, 예측하기 쉬워야 통제하기 쉬울 테니까. 두고두고 상대를 미워하고 싶은 사람도 상대가 좋게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상대가 변하지 않아야, 자신의 증오가 계속 정당화될 테니까.




이렇게 진지한 제목의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 피식 웃게 될지 책을 살 때는 예상하지 못했다.


역시,

인간은 정치적 동물인 것뿐만 아니라 유머적 동물이었다.





a.

책의 저자인 김영민 교수가, 즐겨 듣는 라디오인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나온 적이 있다.

우연히 차 안에서 그 방송을 들으며, '웬 교수도 이제 게스트로 나오네..'라는 생각을 했던 게 기억난다.

물론, 방송에선 책에서만큼 재밌는 분은 아니었다.



b.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내기를 꽤 하기도 했다.

(오 년마다 돌아오는 내 미래를 건 내기의 즐거움)

놀랍게도 다 승리했다. 똑똑한 건 아니고 감이 좋은 거라 말하고 싶다.



c.



서울의 선거 결과를 보면서 많은 잡념이 스친다.

이건 안도감일까? 두려움일까? 열등감일까? 불타는 내 집 마련 욕구일까?


내 고향 서울을 생각하며 노래나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sdysFalds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