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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리어드 Oct 31. 2023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 것인가?

58년 개띠의 공부도전기 (8)

책을 읽는다는 것이 쉬운 듯 보이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집중력과 인내력이 있어야하고, 문맥을 파악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럼 어떻게 독서를 시작해야 하나.     


우선, 현역 시절 꾸준히 책을 읽어왔다면 독서를 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이런 사람은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를 찾아 이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 된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면 역사에 관한 책을 읽으면 되고, 과학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과학에 관련된 서적을 읽으면 된다. 내가 아는 지인 중에 우주 천체에 사람이 있다. 그분은 퇴직 후에 칼 세이건, 스티븐 호킹, 미치오 카쿠 등의 우주 천체에 관한 책을 섭렵 중이다.



둘째는 책을 읽는데 익숙치 않아 독서가 재미없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학창 시절 비자발적 독서로 인해 책을 읽는 재미를 터득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겐 쉽고, 재미있는 책부터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레미제라블>, <전쟁과 평화>, <카마라조프의 형제들> 같은 고전은 너무 두껍고 어렵기 때문에 공연히 고전을 읽는답시고 책을 폈다고 포기할 수 있다. 우선 책읽는 재미를 붙일 수 있어야 한다. 독서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수필이나 단편 소설, 또는 추리 소설부터 시작하는게 좋다. 퇴직 후에는 인생을 되돌아볼 기회를 가지게 되니 피천득의 수필이나, 법정 스님의 수필 등도 좋다. 탁닛한 스님과 같이 마음을 다스리는 책들도 읽기에 편하다.     


독서와 관련되어 나의 유사한 경험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대학 시절 나는 대학방송국에 PD로 활동했다. 당시 나는 고전음악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 음대 선배에게 고전음악에 대해 가르쳐 달라고 하였다. 고전음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냐는 질문에 나는 전혀 지식이 없다고 하자 그 선배는 열곡 정도의 음악을 선정해 주면서 한 번 들어보라고 한다. 선배가 선곡해 준 음악을 하나씩 듣는데 제목과 작곡가를 몰랐지만 익히 들었던 곡들이었다. 나중에 보니 고전음악 중에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것들이었다. 예를 들어 베토벤의 ‘운명’, 비발디의 ‘사계’, 모차르트의 협주곡,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중 아리아 등이다. 선배는 그 후 몇 번에 걸쳐 대중에게 잘 알려진 클래식을 듣게 하였다. 이런 방법을 통해 선배는 내게 클래식은 어렵고 따분하다는 부정적 인식을 없앴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바로크부터 고전주의, 낭만파를 거쳐 인상파 음악까지 가르쳤다. 만약 내가 처음부터 어려운 클래식에 도전했다면 이해를 못하고 지겨움에 포기했을 것이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읽기에 부담없고 재미있는 책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을 먼저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나서 독서에 익숙해지면 좀 더 어려운 책으로 단계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책을 읽을까는 그다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관심있는 분야의 책을 읽다보면 고구마 줄기처럼 읽어야 할 책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학문은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가지치듯 뻗어나간다. 문학에서 출발해 철학으로 발전할 수 있고, 철학에서 출발해 신화, 신학으로 발전할 수 있다. 과학에서 출발해 인문학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내 경우 책을 읽다가 책 속에 등장하는 다른 저자의 책에 대한 언급을 보고 그 책을 읽게 된다. 예를 들어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현대성과 홀로코스트>를 읽다가 책 속에서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 그 책을 읽게 된다. 또한 한 작가의 책이 나와 맞는다면 그 작가의 책을 섭렵할 수 있다. 톨스토이의 책이 자신과 맞는다면 톨스토이 전집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내 경우 한 때 추리소설에 빠져서 아가사 크리스티 전집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럼 책에 대한 정보는 어디서 얻을까? 책에 대한 정보를 얻는 방법 중 내가 주로 이용하는 방법은 신문의 책 서평란이다. 책에 대한 간단한 서평이 책 선정에 도움이 된다. 또한 인터넷에서 인문학 독서 추천 사이트를 검색하면 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책 정보를 얻는 방법은 직접 서점이나 도서관을 찾아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서점이나 도서관 방문을 권한다. 왜냐하면 서점이나 도서관에서는 단순히 책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 이외에 그곳 분위기에서 지적 도전을 받기 때문이다. 내 경우 좀 나태해지면 서점을 가서 수많은 책들로부터 지적 자극을 받는다.     


퇴직 후 책 읽기는 공부의 첫걸음이다. 독서에 익숙치 않다고 겁먹을 필요없다. 쉬운 책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세상에는 정말 재미있는 책들이 너무나 많다. 다만 그 맛에 알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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