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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미 Oct 11. 2017

PostScript(7)

P.S 수많은 인연 이야기

[적당하다] 정도에 알맞다

사랑에는 뜨거움보다 따뜻함이 적당하다 했다.
신뢰에는 급함보다 느긋함이 적당하다 했다.
굳건해지기에는 욕심보다 시간이 적당하다 했다.
무엇에 무엇이 적당한 줄 알고 있었으나
어느 정도의 따뜻함, 어느 정도의 느긋함,
어느 정도의 시간이 적당한 것인지 몰랐다.
적당함의 정도란 여전히 어렵다.

생각해보면 나는,
따가운 햇볕보다는 따뜻한 햇살이 좋았고
차가운 바람보다는 시원한 바람이 좋았고
흩날리는 진눈깨비보다는 뭉툭한 함박눈이 좋았고
휘몰아치는 태풍보다는 잔잔한 비가 좋았다.

어쩌면 그들도 나에게 따뜻함과 시원함과
뭉툭함과 잔잔함을 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나는 그들을 따가움과 차가움,
흩날림과 휘몰아침으로 대했다.

나는 그들의 등을 보고 나서야 이를 알았다.



PostScript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나쁜 기집애]


그녀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다. 나에게 헤어짐을 고하고 6개월 만에 온 문자였다. 반가우면서도 원망스러웠다. 왜 내게 그리 모질게 했는지.


한참을 망설였지만 답장은 하지 않았다. 그러기를 9개월째다. 그녀와 난 오랜 인연이었고 소중한 인연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로 인해 속이 상했나보다.


실은 어찌 지내나 궁금하기도 하다마는, 내가 먼저 다시 연락해볼까 여전히 고민하기는 한다마는 아직 먼저 손내밀 그런 용기란 내게 없다.



작년, 많은 인연이 끊겼다. 순전히 상대방들이 나와 인연을 끊길 원했다. 많은 일들이 있었으나, 그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인가 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난 후 모두 내게 먼저 손을 내밀었고 나는 다시 맞잡아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잃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들의 마지막 문자가 오던 날 나에겐 절망이 드리웠다. 다들 이렇데도 인연이 쉬운 것일까, 아니면 난 별 거 아닌 인연이었을까. 나는 평생인연이라 여기고 소중히 대했는데 그들에겐 쉬운 인연이었나 싶었다. 힘들면 놓을 수 있는 손이었나 싶었다.


소중한 인연들이 나를 떠나가는 것은 생각보다 더 깊은 수렁이었다. 다시 맞잡기란 어려웠으나 다시 이어진 인연은 사실상 더 소중해졌다. 그래서 요즘 다시 한 번 망설인다, 그녀와의 연락을. 내겐 또 다른, 더없이 소중한 인연이었으니까.


언젠가 우리의 날이 다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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