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삐삐 Jun 21. 2022

나만 깨끗해

식구와 살면서 3


저게 안 보일까. 왜 집사람은 싱크대의 물 때, 가스레인지 주변 기름 찌든 때는 안보이며, 하수구 통의 음식물 쓰레기는 꽉 차야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버리는 걸까. 저걸 왜 모를까. 세면대에서 머리를 감으면 세면조가 막히게 되는 걸 모르는 걸까.


밖에 나갔던 옷으로 지하철, 땅바닥 온갖 데를 다 앉은 옷을 입고 왜 침대 위에 앉을까. 

어떻게 속옷과 바깥옷을 같이 세탁기에 빨 수 있는 걸까. 쟤는 잠옷을 참 오래 입는다. 언제 잠옷을 빠는 걸까.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은 절대 안 보이는 건가? 더러워진 카펫은 언제쯤 빨 생각일까. 발수건의 먼지는 털어볼 생각은 했을까. 


집안 회의에서 서로서로 번갈아 가며 했던 생각이었다.


‘내가 너무 깨끗한가? 나만 청소를 하는 기분이야.’


둘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둘 다 더러워 보이지만 바빠서 치우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고, 각자 어린 시절 집에서 보고 자라며 청소를 배웠던 부분들이 달라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었다. 


나만 깨끗한 것도 아니었고, 집사람만 깨끗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각자 깨끗함을 요구하는 기준이 달랐을 뿐이었다. 더불어 살아가기 전에는 서로 만족하는 상태에 대해 얘기했지만, 집이라는 게 정돈된 순간은 짧고 어질러지는 순간들이 더 길었다. 살면서는 현실적으로 서로가 ‘인내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노동의 강도 살필 수 있었다. 그렇게 각자의 기준을 높이기도, 낮추기도 하며 끝없이 맞춰나갔다. 

작가의 이전글 집사람과 공평하게 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