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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Jul 09. 2022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98. 첫 직장 용인자치신보, 1992

90년대 초 지금보다 나았겠지만

그때도 젊은 청춘들에게 

취업은 바늘구멍이었다.


배운 게 만화고 언론이라 

여기저기 뚫었지만

나에게 기회를 주는 곳은 없었다.


이력서가 동이 날 즈음

도움이 될까 하여 서울에 있는

신문 잡지 편집학원에 등록했다.


그때는 그게 인기 있었다.

그러다 고향 동아일보 지국에서 

지역신문을 창간한다고 연락이 왔다.


아마도 광고지 끼어 팔다 재미가 들린

지국장이 대충 만든 모양이다.


돈을 더 벌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그는 얼마 못가 언론이란 게

돈 먹는 하마임을 뼛속 깊이 알게 된다.


그래도 학보사 경력에 

유일하게  편집도 하고 배우고 있는터라

일주일 3일만 일하기로 했다.

배운 것을 바로 실습하기도 좋았다.

이른 바 나도 지역신문을 우습게 봤던 터라

거쳐가는 곳으로 삼았나 보다.

지역 언론 조금 일했던 경력의 어르신 국장님과

교수 부인인데 여가시간 이용 차 도전한 아주머니,

그리고 대학교 막 졸업한 처자까지 4명이 일했다.

재미있었고

팀워크도 좋았다.


당시 지역신문이 붐이었는데

대부분 지역 사이비 일간지들보다 

더 좋은 기사를 쓴다는 

보람도 긍지도 있었다.


그러다 몇 달 못가 신문사는 폐업했다.

광고는커녕 인건비도 못 맞출 지경에 이르니

지국장은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처자는 강원도로 시집가고

성격 좋은 국장님은 몇 해 후 돌아가시고

교수 부인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 이후 나의 기자생활은 절정을 향해 달려갔다.

이십대 후반

젊고 날카롭던 

새내기 기자의 칼날 같은 추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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