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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헌 Aug 17. 2022

여로(旅路)

소소한 추억 여행기

104. 마키노 교수님 영전에, 202208


1999년 어리바리 늙다리 유학생이 

장도에 올랐다.

신년, 교토의 날씨는 매서웠다.


연구생을 받아 준 카툰 학과 마키노 교수는

일본 시사만화의 대가 

콘도 히데조의 제자이자

요미우리 화백 출신이었다.


풍성한 파마머리에 백발이 어울리는 분.

교토 그 센? 곳에 

도쿄 억양의 선생님은

늘 다정하고 친절하셨다.

선생의 만화작품 중에서

연구생으로 랩 세미나를 들었을 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조각품이었다.

선생님이 아이디어 뛰어난 

작은 조각상을 보여주시면서

내가 아이디어 내서 만든 거라고

주물은 공장에서 만들었노라 하셨다.


무엇이든 새롭고 실험적인 선생님 다웠다.

같은 신문사 화백 출신이라 

못난 제자를 아끼셨는데

그림이 선생님 기대에 따르진 못했다.


그리고 나는 대학원 입학 후 

지도교수를 바꾸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한데

아무튼 원로 두 분이 사이가 안 좋아서

이래저래 스트레스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고충을 이해하시고 

언제나 인사하면 

잘 받아 주셨다.


일본 교수들은 한국 교수들처럼

제자들과 좀처럼 

밥을 같이 하지는 않는데

졸업 1년 전인가 

우리들을 야끼니꾸 고깃집으로 부르셨다.


그게 일본에서의 마지막 모습이고

간간히 한국에 오실 때 뵈었다.


같은 시사만화가로서

같은 교직을 걸으면서

많은 가르침에 감사합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명복을 빕니다.

 

마키노 케이이치(牧野 圭一)

1937-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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