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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nap May 12. 2020

프롤로그(Prologue)


사회생활을 시작한 2012년부터 2019년 9월까지 여행한 국가는 총 27개국. 약 40개가 넘는 도시들을 여행했다. 매번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난 여러 국가들을 리스트에 올려놓고, 이상형 토너먼트 같은 기분으로 하나씩 탈락시켰다. 그리고 탈락한 국가들은 다음 여행의 리스트에 다시 이름을 올렸고, 같은 방법으로 선정과 탈락이 반복되었다.


리스트에 오르는 국가들은 가까운 홍콩부터 직장인들이 쉽게 도전할 수 없는 남미(예를 들면 우유니 사막)까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름들이었다. 나의 토너먼트 심사 기준은 그 국가가 사진 촬영하기에 얼마나 많은 것들을 품고 있는지였다. 


예를 들면 스페인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스페인 광장, 알함브라 궁전처럼 각 도시마다 유명한 명소들이 하나씩은 있어서 다녀왔다. 아니면, 스위스처럼 모든 곳이 그림 같은 대자연을 품고 있어야 했다.


스페인 | 바르셀로나
스페인 | 세비야
스페인 | 그라나다
스위스 | 융프라우요흐
스위스 | 바흐알프제 호수
스위스 | 뭰리헨

나만의 기준으로 8년이란 기간 동안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캐나다는 매번 선택받지 못했다. 아니, 끝까지 아껴둔 여행지라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겠다. 이유는 바로 여행자들의 버킷리스트에 항상 있는 오로라를 가장 관측하기 좋은 옐로나이프가 바로 캐나다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한 번의 여행으로 로키의 수많은 호수들부터 오로라까지 정복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 기회가 올 때까지 계속 아끼고, 다음을 위해 남겨두고 있었다.


그렇게 아껴둔 지 8년이 되던 2019년 1월. 나와 와이프는 그다음 해에 가족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미뤘다가는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는 오로라 감상을 위해 캐나다를 마지막 여행지로 결정했다. 난 곧바로 비행기를 예약했고, 늘 그래왔듯이 나의 최적화된 사진 여행에 맞게 여행 일정과 숙소를 정하며 천천히 준비하고 있었다.


난 여행지 선택이 끝나고, 일정이 어느 정도 정해지면 시간 날 때마다 국·내외 여러 작가들이 촬영한 숨겨진 사진 포인트들을 탐색하며 보낸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발견되면 일정도 바꿀 정도로 여행지의 사진에 대한 욕심이 매우 컸다. 그래서 나는 주변에 여행을 떠나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닌, 사진을 찍기 위해 여행을 간다고 얘기를 한다.


2018년. 크로아티아 여행 당시 계획한 스케쥴표. 사진 촬영에만 집중이 된 나의 일정표이다.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로 틈틈이 숨겨진 사진 포인트를 탐색하던 중, 5월에 와이프의 임신 소식을 들었고 9월에 떠나는 캐나다의 사진 여행에 태교라는 더 중요한 의미가 부여되었다. (나의 사진 여행의 일정은 많은 부분 수정이 되었고, 언제가 될지 모를 다음으로 기약해야 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러, 와이프는 임신 안정기에 들어섰고 산부인과에서 비행기를 탑승해도 문제가 없다는 확인서도 받았다. 중간에 여행 취소에 대해서 몇 번이나 고민을 많이 했지만,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오로라 감상의 기회였기 때문에 여행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몸에 무리가 오면 위험하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을 꼭 가져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무조건 지키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출발하는 2019년 9월 21일. 체크인을 하면서 임산부 탑승과 관련된 서약서를 작성했고, 본격적인 캐나다 여행을 위해 밴쿠버로 11시간의 비행을 시작했다. 지금부터의 이야기들은 안정기에 들어선 임산부와 같이 한 여행이며, 누군가 태교 여행으로 고민한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여행의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캐나다는 내 인생 최고의 여행지 중 한곳이 되었고, 오로라는 내 인생의 한 조각에 가장 화려하게 기록되었다. 그리고 2020년 4월 현재, 나의 딸은 100일이 지났고, 캐나다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같이 여행 가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


*TIP 
1. 임산부 확인서는 영문 버전으로 받을 것. 해외 비행기 탑승 시 증명할 때 유용하다.

2. 비행기는 국내 국적기(난 대한항공 이용)를 이용하자. 위급 시에 한국인 승무원이 가장 편하고, 설명하기도 좋다.

3. 임산부는 비행기 탑승 시, 노약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요청하면 대기 없이 바로 검사받으러 넘어가고, 여기에서도 X-ray 또는 금속탐지기와 같은 기기 검사 없이 직접 손 검사로 대체 받을 수 있다.

4. 비행기 좌석은 비즈니스가 좋겠지만, 이코노미와 금액 차이가 크기 때문에 미리 넓은 좌석을 사전 좌석 선정을 통해 선점하도록 하자. 임산부는 비상구 좌석을 주지 않는다는 점 명심하자. 난 아래 그림에서 45C 열을 왕복 모두 와이프 좌석으로 미리 선점했다. 앞에 발을 뻗을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넓은 좌석이었다.
KE071 인천 > 밴쿠버 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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