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꿈에서 깨야 한다.
주말에 롯데월드를 다녀왔다.
공기는 제법 포근했고 날은 화창하고 맑아 사람이 많았다.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다. 그리고 모처럼 놀이공원이라 즐거운 마음만 가득했다. 무서워서 한 번도 탈 엄두를 못냈던 자이로드롭을 용기내서 타봤고(생각보다 별거 아니었다.) 좋아하는 혜성특급과 바이킹을 타고, 중간중간 간식으로 열량보충하면서 그렇게 10시간을 그 공간에 있었다. 롯데월드는 정말 “꿈과 환상의 나라”라는 캐치프레이즈가 탁월하게 들어맞는 공간이다. 그 공간 안에 있으면 모든 걸 다 잊고 온전히 즐기기만 하면 된다.
꿈과 환상의 나라를 증명해 보이는 그 정점에 퍼레이드가 있다. 하루에 두 번 퍼레이드가 열리는 건 알았는데 그 시간을 이번에 처음으로 정확히 알았다. 낮 2시, 저녁 8시였다. 이번에는 두 번의 퍼레이드 모두 맨 앞줄에서 구경했는데 이렇게 각 잡고 앉아서 시작 시간에 맞춰 온전히 관람하는 건 처음이었다. 롯데월드를 그간 꽤나 다녔는데 개장-폐장 시간에 맞춰 놀아본 것도 처음이다. 그러고보니 이번 롯데월드는 처음 해보는 게 많아서 그렇게 즐거웠던가 싶기도 하다. 하여튼 퍼레이드가 곧 시작됨을 알리는 장내 안내방송을 들으며 잔뜩 들떠서 가이드라인 맨 앞에 자리 잡고 기다렸고 화려한 분장과 복장을 한 공연자들이 차츰 모습을 드러내며 공연을 시작했다.
황홀한 기분으로 퍼레이드를 관람하던 한 중간에 나는 정말 느닷없이 슬퍼졌다. 함께 간 친구들은 물론이고 그 장소에서 퍼레이드를 관람하는 수많은 사람들도 약속한 것처럼 행복하게 웃는 얼굴로 공연 관람에 빠져 있었는데 나 혼자서 울상이 되어버렸다.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거워하는 중간에서 나만 이질감을 느끼며 서글퍼진 것이다. 근심, 걱정, 시름을 잊고 온전히 즐거워하기만 하면 되는 공간 안에서, 공연 앞에서 나는 왜 또다시 슬픔을 불러들였을까. 모르는 척 하지만 사실 알고 있다. 현실을 잊어버리고 있대도 결국 깨어나야 할 꿈이라는 걸 퍼레이드를 보면서 역설적으로 실감했기 때문이다. 꿈과 환상의 나라를 대표하는 그 화려하고 찬란한 광경이 오히려 지금 내가 서있는 이 곳이 어디인지를 확실하게 인지시켜주기 때문에... 그걸 깨닫자마자 나는 걷잡을 수 없이 슬퍼졌고 서러웠다. 함께 간 일행들에게 티를 낼 수 없어 홀로 울음을 겨우 씹어 삼켰다. 맨 앞줄에서 공연에 집중하며 관객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마주치고 웃는 얼굴로 인사해주는 그들을 차마 나는 똑바로 마주볼 수가 없어서 눈이 마주칠 것 같으면 황급히 고개를 돌려버렸다.
마음 놓고 즐겨도 되는 장소 안에서조차 나는 현실을 온전히 잊지 못 하고 이렇게 또 불행을 자처한다.
그런데 이게... 내 잘못일까.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