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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텔 Mar 21. 2023

꿈과 환상의 나라

언젠가는 꿈에서 깨야 한다.


주말에 롯데월드를 다녀왔다.

공기는 제법 포근했고 날은 화창하고 맑아 사람이 많았다.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다. 그리고 모처럼 놀이공원이라 즐거운 마음만 가득했다. 무서워서 한 번도 탈 엄두를 못냈던 자이로드롭을 용기내서 타봤고(생각보다 별거 아니었다.) 좋아하는 혜성특급과 바이킹을 타고, 중간중간 간식으로 열량보충하면서 그렇게 10시간을 그 공간에 있었다. 롯데월드는 정말 “꿈과 환상의 나라”라는 캐치프레이즈가 탁월하게 들어맞는 공간이다. 그 공간 안에 있으면 모든 걸 다 잊고 온전히 즐기기만 하면 된다.


꿈과 환상의 나라를 증명해 보이는 그 정점에 퍼레이드가 있다. 하루에 두 번 퍼레이드가 열리는 건 알았는데 그 시간을 이번에 처음으로 정확히 알았다. 낮 2시, 저녁 8시였다. 이번에는 두 번의 퍼레이드 모두 맨 앞줄에서 구경했는데 이렇게 각 잡고 앉아서 시작 시간에 맞춰 온전히 관람하는 건 처음이었다. 롯데월드를 그간 꽤나 다녔는데 개장-폐장 시간에 맞춰 놀아본 것도 처음이다. 그러고보니 이번 롯데월드는 처음 해보는 게 많아서 그렇게 즐거웠던가 싶기도 하다. 하여튼 퍼레이드가 곧 시작됨을 알리는 장내 안내방송을 들으며 잔뜩 들떠서 가이드라인 맨 앞에 자리 잡고 기다렸고 화려한 분장과 복장을 한 공연자들이 차츰 모습을 드러내며 공연을 시작했다. 


황홀한 기분으로 퍼레이드를 관람하던 한 중간에 나는 정말 느닷없이 슬퍼졌다. 함께 간 친구들은 물론이고 그 장소에서 퍼레이드를 관람하는 수많은 사람들도 약속한 것처럼 행복하게 웃는 얼굴로 공연 관람에 빠져 있었는데 나 혼자서 울상이 되어버렸다.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거워하는 중간에서 나만 이질감을 느끼며 서글퍼진 것이다. 근심, 걱정, 시름을 잊고 온전히 즐거워하기만 하면 되는 공간 안에서, 공연 앞에서 나는 왜 또다시 슬픔을 불러들였을까. 모르는 척 하지만 사실 알고 있다. 현실을 잊어버리고 있대도 결국 깨어나야 할 꿈이라는 걸 퍼레이드를 보면서 역설적으로 실감했기 때문이다. 꿈과 환상의 나라를 대표하는 그 화려하고 찬란한 광경이 오히려 지금 내가 서있는 이 곳이 어디인지를 확실하게 인지시켜주기 때문에... 그걸 깨닫자마자 나는 걷잡을 수 없이 슬퍼졌고 서러웠다. 함께 간 일행들에게 티를 낼 수 없어 홀로 울음을 겨우 씹어 삼켰다. 맨 앞줄에서 공연에 집중하며 관객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마주치고 웃는 얼굴로 인사해주는 그들을 차마 나는 똑바로 마주볼 수가 없어서 눈이 마주칠 것 같으면 황급히 고개를 돌려버렸다.


마음 놓고 즐겨도 되는 장소 안에서조차 나는 현실을 온전히 잊지 못 하고 이렇게 또 불행을 자처한다.

그런데 이게... 내 잘못일까.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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