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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텔 Mar 01. 2023

당연할 것이라는 오만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은 아니다

네일샵에 가고 싶었다. 마침 약속장소 근처에 네일샵이 잔뜩 분포되어 있어서 이 중에 하나는 가능하겠지 하고 전화를 걸었는데 하나같이 오늘 예약 마감이라는 답변을 듣고 조금 시무룩해졌다. 나는 그냥 시무룩으로 끝나면 그만일 일이고, 꼭 오늘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미리 예약하면 될 일이다.

다만 예약하지 않고도 바로 들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는 시스템은 조금 문제가 아닐까 하고 가끔 생각해 본다. 이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더 심각하고 화가 나는 제도는 ”현금 없는 매장“, ”현금 없는 버스“와 같은 것들이다. 이는 네일샵 선예약보다 무게감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모든 사람들이 당연히 스마트폰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 모든 사람들이 당연히 신용(체크) 카드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 이 전제는 상당히 위험하고 또 오만하지 않은가.


얼마 전 카카오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인근 매장은 물론이고 카카오와 연동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던 일만 되새겨봐도 알 수 있다.


통신사/금융권 전산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도, 카드도 모두 무용지물이고 오로지 대면과 현금으로 모든 것을 해내야 한다. 전산문제까지 가지 않더라도 개인적으로만 봐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세상에는 다채롭고 다양한 이유로 스마트폰을 개통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제1금융권에의 계좌개설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계좌를 개설하더라도 신용카드는 발급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가장 쉬운 예로는 미성년자와 노년층이겠다.


아무 문제 없이 스마트폰과 카드를 지니고 있대도 돌발상황으로 이것들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의 수도 있다. 카드를,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거나 망가뜨리거나. 당장 지니고 있는 건 버스 요금을 낼 수 있을 정도의 현금뿐인데 내가 타야 할 버스가 현금 없는 버스라면 이 황망함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이들의 사고가 납작하면 이런 제도가 정착되면서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머지않아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게 되는 것이겠지...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을 당연하게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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