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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텔 Oct 25. 2024

인간과 은행나무의 차이

둘의 몸값을 비교해보자


sns를 한참 보다가 '교통사고 시 절대 받지 말아야 할 지형지물을 알아보자'라는 주제의 글을 발견했다.

내용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갖가지 시설물들의 비용을 알려주는, 일종의 공익성 글이었는데  다른 것들보다도 경악했던 것은 은행나무의 비용이었다.

은행나무는 무려 8,340,000원의 비용이 청구된다고 했다. 처음 알았다. 몸값이 상당하신 분이었다.(혹 이미 알고 계셨다면... 저는 면허가 없어서 매우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은행나무 외에도 교통신호제어기, 전신주, 주차차단기, 가로등, 신호등, 가드레일 등등 갖가지 기물들의 비용이 적혀있었다. (물론 보험을 통해 대부분 처리가 가능하나 이를 들이받고 보험처리를 받은 운전자의 보험비가 오르는 문제도 무시할 수 없겠다.)


면허가 있거나 없거나 혹은 운전을 하거나 안 하거나 상관없이 다양한 이들이 자신들의 경험담 혹은 건너 건너 들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웃거나 씁쓸해하는 성토의 장이 이어지는 와중에 나는 혼자 엉뚱한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러니까, 은행나무 한 그루의 비용이 팔백만 원을 넘는다...

무기물의 몸값이 이토록 고비용으로 책정되어 있는데 내 인건비는 어떠한가. 나의 몸값은 과연 얼마 정도가 될까... 따위를 생각하게 되는 건 정말 나뿐일까?

2025년 최저시급이 만원을 겨우 넘겼다. 최저생계비용은 1인 가구 기준 이백만 원 정도로 정해졌단다.

은행나무는 한그루에 팔백만 원을 호가하는데 인간의 최저생계비용은 고작 이백만 원에 책정됐다. 최저시급은 만원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저생계비용이란 이 돈으로 먹고 자고 입고 쓰는데 별 무리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인데 최저시급을 결정하는, 그러나 정작 최저시급이 얼마든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이들의 생각은 달라도 한참 다른 것 같다.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어디 별세계에서 온 사람들의 시선 같아 상당히 불쾌하고 또 역겹다.


『엉덩이 밑에 20억의 재산이 깔린 삶은, 최저임금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랫동안 권력의 맛을 본 삶은, '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365일 24시간 쾌적한 업무 환경을 제공받는 삶은, 숨이 꼴깍꼴깍 넘어가는 노동 현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무 말이나 뱉어도 사법 권력이 건드리지 못하는 삶은, 억울해도 입다물 어야 하는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희석(2024).「권력 냠냠」. 부산:발코니) 일부 발췌


은행나무 님의 몸값에 대해 생각하고 있자니 갑자기 희석 작가님의 권력냠냠이란 책이 생각났다. 가장 크게 마음이 동했던 부분을 발췌해보았다.


sns에 은행나무를 비롯한 각종 기물들의 비용에 관해 글을 쓰신 분이야 자동차사고의 위험성과 안전운전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기 위함이었겠지만 글쓴이의 의도와 다른 방식으로, 전혀 엉뚱한 곳으로 사고가 튀어버리는 나는 뭐가 문제인 걸까...


이런 얘기를 상담실에서 했더니 선생님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웃으셨다.

말하는 나도 웃겼다.

그러나 제법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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