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사에 대한 단상
주말에 결혼식에 다녀왔다.
지금까지 제법 많은 경조사에 손님으로 참석했다.
친구, 지인, 클라이언트 등등.
여기저기 많은 경조사에 하객 또는 조문객으로써 의무를 다하는 와중에 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던 유구한 의문 단 한 가지.
왜... 여자만... ‘전통’ 복식에 묶여 있는가... 하는 것.
결혼식부터 살펴보자. 많은 예비부부들이 흔히 행하는 예식은 옷부터 과정까지, 모든 것들이 서양에서 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혼주석에 앉은 이들, 그것도 여성만이 한복을 입고 있다. 남자는 두루마기 대신 정장을 입는다. 그렇다면 여자도 한복이 아닌 현대의 정장을 입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의문이 있다.
장례식장 역시, 상주의 성별이 어떻든 간에 남자는 단정한 검은색의 정장인데(남성 상주일 경우 전통의 흔적은 팔에 남아있다.) 여자는 검정한복을 입는다. 전통에 따라 장례복식을 갖춰야 한다면 남성 역시 상복으로 한복을 입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전통복식이 이상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어째서 한쪽 성별만이 전통을 고집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 같은 의문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날 따라다니던 의문인데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혼란인지 몹시 궁금하다.
번외의 이야기지만 결혼식에서 웨딩로드를 밟고 입장할 때 신부가 아버지 손을 잡고 걸어가서 신랑에게 넘겨주는 이 지독한 가부장제의 잔재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남성에게서 남성으로 여성을 마치 물건 건네듯 전달하는 듯한 이 거룩한 의식은 그만하고 신부신랑이 동시 입장했으면 하는 소소한 바람이 있다. 이 같은 과정은 양육자가 한 명인 가정에서 자란 이들에겐 좋은 일이 아니다. 양육자 없이 홀로 성장했다면 더더욱 그렇다. 헤테로(이성애) 부부가 아니라면 정말로 좋은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