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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왕수 Sep 23. 2018

중국어 빨리 배우는 방법

알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소소한 팁들

때는 2008년 2월.

12월보다도 춥다는 2월, 나는 중국에서도 가장 춥다는 하얼빈행 비행기를 탔다.

군대를 제대하고 1년이 되지 않아 다시 집을 떠나는 길이기도 했다.

군대를 제대하고 무엇에 홀렸는지 중국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전 공부해 본 적 없는 중국어를 무작정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으니 중국어에 꽂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계절학기를 등록하고 학원 새벽반을 끊었다. 그렇게 8개월간 중국어 기초를 공부하고 중국이라는 나라에 언어를 배우기 위해 첫 발을 들였다. 


하얼빈(哈尔滨)의 별명은 얼음도시(冰城, ice city)다.


이왕 중국어 빨리 배우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학원 수업에 대해서도 하나만 이야기를 하겠다. 중국어 공부를 처음 할 때는 학원 새벽반을 추천한다. 언어는 쓰는만큼 는다. 학원에 가보면 선생님들이 문장을 큰 소리로 읽게 만든다. 그리고 꼭 돌아가면서 한 문장씩 읽게한다. 책에 있는 예제를 가지고 대화 연습도 한다. 한 예제를 한두명의 학생과 연습하고 넘어간다. 학생이 많으면 그만큼 소리내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 그래서 언어를 배우겠다고 하면 가능한 사람이 적은 수업에 들어가서 제일 앞자리에 앉아야 한다. 새벽반은 등록인원도 적지만 결석인원도 많다. 내가 결석인원이 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새벽반을 강하게 추천한다. 요새는 인터넷 강의가 많아졌는데, 막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오프라인 학원에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어 발음은 체계가 복잡해서 기초를 잘 닦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집에서 혼자 공부하다보면 발음을 교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게된다. 인터넷 강의는 발음 기초를 잘 닦아놓은 후에 듣는 것을 추천한다. 


중국은 교환학생이 아닌 어학연수의 형식으로 갔다. 교환학생이라면 내가 다니는 학교와 제휴를 맺은 몇 개의 학교 내에서 선택을 하면 되지만, 어학연수는 그렇지 않다. 지역과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다. 나는 발음이 좋고 물가가 저렴한 곳을 선택했다. 중국은 나라의 크기만큼 지역 방언이 많고, 표준어와 지역어 사이의 유사성도 낮다. 무작정 물가 싼 곳을 선택했다가는 얼마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만 열심히 공부하다 올 공산도 크다. 중국어의 표준어라는 것이 현재의 베이징 지역에서 쓰는 말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나는 남쪽보다는 북부 지방을 선택했다. 하얼빈이라는 곳은 표준어 발음을 굴리는 얼화(儿化)가 적어 소위 발음이 깨끗한 곳이라했다. 게다가 자국 방송인들도 발음공부를 하러 온다기에 큰 고민없이 지역을 선정할 수 있었다. 하얼빈은 베이징, 상해 보다 도시의 발달정도가 한참 뒤쳐져 있다. 중국의 발전된 모습과 변화속도를 경험하기 위해서라면 하얼빈을 추천할 일은 없다. 하지만 언어를 배우는 것이 1목적이라면 한국인과 놀거리 많은 베이징, 상해보다는 하얼빈이 더 적합할 것이다.


黑龙江(heilongjiang, 흑룡강) 대학교


중국에 가면서 나의 결심은 확고했다. 당시 HSK 는 초중고급으로 나뉘었는데, 9-11급에 해당하는 고급중국어 자격을 따오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만큼 하나의 원칙도 있었다. 한국인들과 이야기를 적게하는 것이었다. 막상 해외에 가면 이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 밖에 나가면 긴장과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입 한번 열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의지를 불사르며 입을 떼도 돌아오는 대답은 매우 차갑다. 


什么?(뭐라고?)


그러다보니 자연히 마음놓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한국인들을 찾게된다. '오늘 이런일이 있었다, 중국어 배우기 정말 어렵지 않냐'와 같은 응어리진 일들을 이야기하다보면 한국인들과 어울리는 일이 점차 늘어난다. 한국어 쓰는만큼 중국어는 준다. 중국어 발음이 좋지 않고, 할 수 있는 표현이 적으면 그만큼 중국인과의 대화는 더 어렵다. 결국 언어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고, 중국에서 한국 친구들과 술먹은 기억을 잔뜩 안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이 적지 않다. 한국인과 어울리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숙사 1인실을 쓰는 것이다. 대개는 돈을 아끼려고 2인실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인과 같은 방을 쓰면 냉정하게 말해 중국어 배울 수 있는 기회는 현저히 낮아진다. 1인실을 당연히 더 비싸지만 그만큼 값어치를 한다. 중국의 대학은 전국 각지에서 오는 학생들을 모두 수용해야 하기에 기숙사 규모가 크고 건물도 많다. 한국인들 많은 깨끗한 신식의 기숙사보다는 조금 허름해도 중국인이나 해외 유학생이 많은 곳을 선택하면 2인실 비용으로 1인실을 쓸 수 있다. 그만큼 중국어로 말할 기회가 늘어난다. 살다가 한국인이 없어서 정 힘들면 기숙사 옮길 수 있다. 평생에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아니니 처음에 한번 도전해볼만하다. 


중국인들은 농구를 사랑한다. 아침일찍 농구공 하나 들고 농구장에 가면 중국친구를 손쉽게 사귈 수 있다.


수업에 가면 한국인이 절반 이상이다. 나의 경우엔 반 정원 30명 중 25명 가량이 한국인이었다. 수업에서 자리를 잡고 짝을 찾는 것은 첫날이 중요하다. 혼자온 외국인 유학생이 있다면 그와 짝을 해라. 그러면 적어도 중국어랑 영어 둘 중에 하나는 는다. 


중국어 공부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발음공부다. 중국어 발음은 어렵다. 吃(chi),是(shi),指(zhi) 와 같은 발음은 한국어에는 쓰이지 않는다. 입을 가로로 벌리고 혀를 말아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난다. 수업에서 한두번 연습한다고 대화중에 불쑥 제대로 된 발음이 튀어나올 수는 없다. 수업시간에 마음먹고 읽어도 쉽지 않은 음들이다. 중국어 단어를 많이 외우는 것도 너무나 필요하지만, 결국 중국어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발음공부에는 많이 소홀하다. 내가 의도한대로 상대가 이해하고 대화를 하게 될 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번 말하는 데 재미를 느끼면 조금씩 더 어려운 단어를 일상생활에 쓰는 연습을 하게 된다. 처음 한두번은 什么 가 대답으로 돌아오겠지만, 몇번 연습을 거듭하면 말하자마자 바로 알아듣는 고마운 중국인들도 만나게 될것이다. 여하튼 그 재미의 시작은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는 발음을 갖는 것이다. 중국어 발음은 한어 병음과 성조 두가지를 익혀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15분, 자기전 15분은 꼭 발음을 연습했다. 발음표라는 것은 정해진 양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인 친구랑 대화할 때, 친구가 한번에 이해하지 못했던 내 발음을 기억해뒀다가 적어두는 것이다. 가령 친구에게 "吃完了去取吧 (밥먹고 가지러 갈게)" 라는 문장을 이야기했는데 못알아 들었다면 그 문장을 적어두는 것이다 (chi 발음과 두개의 qu 가 연이어 나오는 것이 포인트다). 그런 단어와 문장들을 모아서 아침, 저녁으로 연습을 하면 중국어로 말하는 것에 한층 자신감이 붙을 것이다. 이왕 발음 연습을 한다면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와 잠자리 들기 전을 추천하는데, 그러면 잠을 자는 동안에도 중국어를 생각해 하루 내내 중국어를 쓴다는 느낌을 이어갈 수 있었다. 


끝으로 중국어 배우는 데에 많이들 활용하는 것이 중국어 과외받기(辅导,fudao)다. 중국어 수준별로 중국어 과외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시 한번 설명을 하도록 하겠다. 그 동안은 우선 한국인들과 조금 떨어져 아침저녁으로 중국어 발음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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