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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왕수 Mar 31. 2018

어떻게 하면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을까?

네이트 실버의 '신호와 소음'을 읽고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부와 성공으로 이어진다. 한달 뒤 주식시장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면 가진 돈 모두를 망설임없이 투자할 수 있다. 올해 NBA의 우승팀을 미리 맞출 수 있다면 그 또한 큰 돈을 벌 기회가 된다. 오 년 뒤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지 미리 알 수 있다면 사업에서 성공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정확한 예측은 돈과 성공을 넘는 보상도 준다. 예측을 통해 지구 곳곳에서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지진, 화산, 홍수 등의 자연재해를 예방할 수 있고, 예고없이 터지는 테러의 위험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미래의 모습을 보다 정확하게 그려내고 싶어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예측을 할 수 있을까? 신호와 소음을 읽고 나니 문득 이런 문장이 떠오른다.   


문제는 확신이야!
It's Conviction, Stupid!


다소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더 정확한 예측에 필요한 조건은 본인 예측에 대한 확신을 갖지 않는 것이다. 확신을 경계할 때 우리는 확률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다. 미래의 일을 예측하고 맞히는 일이란게 가능성이 높은 작업은 아니다. 빅데이터라는 단어가 초등학생의 입에 오를 만큼 정보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수많은 정보 속 유의미한 ‘신호’를 찾아내는 일은 매우 난이도가 높다. 그런 고난도의 과제에서 100% 의 결과값을 기대하는 것 부터가 지나친 자기과신적 태도다. 예측의 문제에서 흑과 백이 아니라 회색의 확률적 태도가 중요한 것(가격이 '오를것이다/내릴것이다' 보다는 가격이 오를/내릴 '가능성이 60-70% 다')은 우리가 확률적으로 사고할 때에만 예측을 '수정할 여지'가 남기 때문이다. 수정할 여지가 있음으로써 우리는 답안지를 단번에 제출하지 않고 끊임없이 정답에 가깝게 발전시킬 수 있다.


예측과 관련한 잘못된 발상이 또 있다. 정확한 예측은 바뀌지 않아야 한다는 발상이다. 예측가로서 올바른 태도는 오늘은 오늘 할 수 있는 최선의 예측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어제 당신이 한 예측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분명히 존재한다면, 어제의 예측에 매딜릴 이유가 없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도 유명한 말을 남겼다.

“When the facts change, I change my mind” 


심리학이나 행동 경제학 서적에는 Anchoring(닻 고정) 이라는 개념이 자주 나온다. Anchoring 이란 배를 고정시키는 닻을 내리듯 사람의 머릿 속에 특정 기준이나 이미지를 심어두어 판단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Anchoring 은 협상에서 흔히 쓰이는데, 일례로 높은 가격에 판매를 성사시키고 싶은 사람이 협상 서두에 주제와는 무관한 중국인의 인구수라든가, 아마존의 최근 매출과 같이 큰 숫자를 의도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한번 언급된 숫자는 이제 더 이상 협상과 무관하지 않게 되는데, 이 숫자가 협상 결과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Anchoring 효과는 판단과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가령 어제 내가 내린 판단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새로운 판단을 내릴 수가 없는 것이 그 예다. 새로운 사실관계가 확인이 되었거나 상황이 변했을 때 나의 판단이 달라지는 것은 이성적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스스로의 말과 행동에 걸려 넘어지는 유명 정치인의 모습을 너무 자주봤던 탔일까. 우리는 판단과 예측이 왔다갔다 변화하는 것에 대해 매우 관대하지 못하다. 이 문제만큼은 내로남불도 그다지 적용이 되지 않는 것 같은데, 스스로 내린 닻에서 벗어나지 못해 Zero base thinking 에 종종 실패하게 된다. 확신이 강하면 강할수록 닻은 더 깊고 강하게 박히고, 뿌리가 깊은만큼 새로운 사실관계에 기초한 최선의 판단을 하는 데 방해물이 된다. 




좋은 예측을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관련된 정보를 탐색하고 공부하는 과정을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또한 답안을 수정할 여지가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매년 10월이면 나는 월드시리즈를 챙겨본다. 작년에는 휴스턴과 LA 의 월드시리즈 경기를 빠짐없이 챙겨봤다.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친구들에게 월드시리즈 결과를 두고 내기를 제안했다. 친구들 또한 대수롭지 않게 내기에 응했다. 당시 나는 단기전은 투수전이라는 믿음이 있던데다 LA 의 홈경기로 치뤄지는 일정상 LA 우승에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첫 두경기에서 LA 가 승리를 하고 우승에 더욱 강하게 확신을 가진 나는 친구들에게 내기 금액을 올리자고 제안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내 제안을 거절했지만 승부욕이 유독 강한 한 친구가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 이후 LA 는 3, 4차전을 내리 지는데, 4차전 직후 나는 내심 휴스턴이 결국 우승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입장을 철회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 이후의 경기는 더이상 예측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객관적인 정보를 수집하기 보다는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 LA 승리를 예상하는 기사만 읽어내렸다. 베팅 금액을 올리지 않았거나, LA 우승을 확신하며 떠벌리고 다니지 않았더라면 중간에 휴스턴 승리에도 베팅을 하는 등 일종의 헷지를 할 수 있었지만 상황은 그러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휴스턴은 창단 후 첫 우승을 했고, 2017년 가을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었다. 예측은 어디까지나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영역의 문제다. 감정이 개입되거나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좋은 예측이라는 결과는 빗나간다. 



                                                          나는 알투베가 싫었다..



세상은 수십억의 개체가 모여서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복잡계이다. 세상의 본질과 무관하게 사람들은 불확실성이라든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극도로 혐오하기 때문에 선형적인 한가지 스토리를 선호한다. 사실상 정답에서 한참 벗어난 오답들을 가지고 그럴싸한 이야기들을 지어내면서, 현상의 근본 이유인양 믿는다. 나심 탈레브는 이를 '이야기 짓기의 오류' 라고 꼬집어 말한 바 있다. 세상이 단순한 몇 가지의 원리로 돌아간다고 믿으면 9/11 테러와 같은 블랙스완은 그럴싸하지 않다는 이유로 발생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있다. 생각보다 그런 일은 자주 발생한다.


                                          "우리는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9/11 위원회가 추론하듯이 테러를 사전에 포착하지 못한 실패의 원천은 상상력의 부족이다. 예측을 할 때는 호기심과 회의주의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취할 필요가 있다. 호기심과 회의주의는 양립할 수 있다. 우리가 세운 가설을 더 열심히 탐구하고 검증할수록, 우리는 세상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불확실하다는 사실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고, 완벽한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더 기꺼이 인정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앎으로써 좀 더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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